2026.02.13 (금)

최홍석 칼럼 - 루비의 저주

"2009년 어느 날, 이 땅에서 빛나는 돌 하나가 발견됐다. 서구 세계에서 이건 사치, 매력, 부를 의미하지만, 내 동포들에겐 그 반대다. 죽음, 가난, 살인이다." 모잠비크의 탐사보도기자 에스타치오 발로이(Estacio Valoi)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빛나는 돌이란 ‘루비’이고 루비 때문에 그들은 재앙을 추래하게 된다.

 

루비가 발견된 지 6개월여 후, 음위리티(Mwiriti)라는 회사가 나타나 정부로부터 이 지역 탐사권을 받았고, 2년 후엔 2036년까지 25년간의 독점 채굴권을 부여받았다. 집권당 유력 인사들이 개입된 회사다. 카부델가두는 모잠비크에서 천연자원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다. 석탄, 금, 흑연, 루비, 철광석, 티타늄, 목재, 천연가스 등 다양한 자원이 몰려 있다. 그때까지 괭이로 땅굴을 파면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은 루비 때문에 권력자들에게 쫓겨나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 저항하는 사람들은 총에 맞아 죽기도 하고 산채로 매몰되기도 했다. 루비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 카부델가도는 가장 가난하다. 2020년 기준, 77%의 가구가 하루 40메티칼(약 960원) 이하로 생활하고, 주민 3분의 2가 하루 세 끼 식사를 다 하지 못한다. 만 5~17세 아동의 절반 이상이 학교에 다닌 적이 없고, 45%가 만성 영양실조 상태다.

 

인터넷에 ‘2050년이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절경 베스트 15’를 소개하는 흥미 있는 내용이 있었다. 더욱 흥미 있는 것은 ‘나우루 공화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모두 지구 온난화와 연관이 있었다. 이들은 지구 온난화로 만년설이나 빙하가 녹아 없어지거나 해수면의 상승으로 해안이 침식되고 마침내 바닷물에 잠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우루 공화국만은 온난화와는 상관없이 위기에 처해 있다. 나우루 공화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적고 면적이 작은 국가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였고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를 자랑하던 국가였다. 특별한 산업이나 관광 자원은 없었지만 비료의 원료가 되는 인광석 덕분에 엄청난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이다. 솔로몬군도와 마샬제도 사이에 있는 이 섬나라는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였고 새들은 여기에 엄청난 배설물을 남겼다. 새의 배설물은 산호층과 섞여서 인광석이 되었는데 이 인광석이 비료의 중요한 성분이 되었으므로 매우 비싼 값에 팔렸던 것이다.

 

국가는 세금을 걷을 필요도 없었고 오히려 매년 1인당 1억 원 가량을 분배해 주었으므로 4인 가구의 경우 매해 4억여 원을 국가로부터 지급 받았다. 돈이 넘쳐났으므로 섬의 주위가 20여 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데도 집집마다 각종 외제차를 구입하는가 하면 항공사를 설립해 편당 2-3명의 승객을 태우고 호주나 일본 등 세계 각국으로 점심을 먹으러 다녔다. 의료비도 교육비도 모두 무상이었고 국가에서 가정부도 파견해 주었다. 그들은 해외에 축구팀을 사들이는 등 돈을 흥청망청 썼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고기 잡는 법도 요리하는 법도 청소하는 법도 모두 잊어버렸고 계속 음식을 사 먹다보니 수년 만에 비만과 당뇨가 세계 1위인 국가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인광석 생산량은 바닥이 나고 국가는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으며 해운사 항공사 등 가진 것을 모두 매각했으나 생존 방법이 없다. 번영이 재앙을 불러왔다. 섬 전체가 신속히 황폐화 되고 있다. 정말 위험한 때는 번영의 때이다. 오르막 다음은 내리막이 있다. 새똥을 믿고 안일에 빠졌던 나우루 공화국이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자원이 풍부하다고 하여 부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초토화가 되었던 이라크와 지금 수난을 당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도 석유라는 자원이 화근이 된 것이다. 인류에게 가장 유용한 자원은 올바른 사람이다.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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