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반도체 종사자들과 국민의 고막을 찌릿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심하게 훼손하는 뉴스가 바다 건너 대만에서 날아왔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이 주주총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 TSMC를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사실상 꿈을 꾸고 있는 것(Mirage).”이라며 단언한 것이다. ‘신기루’ 혹은 ‘백일몽’이라는 뜻의 ‘Mirage’, 이 한마디는 현재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거머쥐고 있는 대한민국에 던져진 지독한 치욕이자 선전포고fk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며 기시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시간의 태엽을 40여 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1983년 2월 8일, 삼성그룹 이병철 선대회장이 이른바 ‘2·8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을 때, 당시 세계 반도체 제왕이었던 미국 인텔(Intel)의 경영진은 코웃음을 치며 “한국이 반도체를 하겠다는 것은 지독한 망상(Delusion)이다.”라고 비웃었던 것을 소환하게 된다. 그 결과는 어땠나? 대한민국은 그 비웃음을 자양분 삼아 세계 메모리 반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총 91개 투표소에서 발생했고, 이 가운데 투표자가 투표용지 부족 탓에 기다리다가 투표해야 했던 곳은 26곳이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3일 투표용지가 모자랐던 투표소를 14곳으로 발표했다가 5일 50곳으로 정정했는데, 사흘 만에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한 곳은 서울 송파구 투표소 20곳을 포함해 서울이 42곳, 경기 23곳, 인천 11곳, 대구 4곳, 부산 3곳, 울산 2곳, 충북 1곳, 전북 1곳, 전남 2곳, 경남 2곳이었다. 대기가 발생한 투표소 26곳은 송파구 15곳을 포함한 서울 22곳, 부산·대구·인천·경기 1곳씩이다. 선관위가 투표용지 관리 미흡은 물론 이후 사태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 했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 때, 필자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배달 앱으로 치킨을 시키면 20분 만에 문 앞에 당도하고,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초고속 행정 시스템을 자랑하는 국가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가장 성스럽고 기본적인
우리나라의 ‘학교 밖 청소년’은 더 이상 소수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현재 국내의 학교 밖 청소년은 약 16만 명이며 매년 5만 명에 육박하는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수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학교를 그만두는 시점은 고등학교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초등학교 단계에서 학교를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조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학교를 중단한 비율이 고등학생 62.2%, 중학생 20.8%, 초등학생 17.0%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 단계의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은 5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 학교를 떠나는 이유도 다양하다. 단순한 학업 부적응만이 아니다. 입시 스트레스, 교우관계 갈등, 학교폭력, 정신건강 문제, 가정형편, 대안교육 선택, 홈스쿨링 등 원인이 매우 복합적이다. 최근에는 “친구 관계가 힘들다”, “학교에서 심리적으로 숨 막힌다”는 이유도 많아지고 있다. 고립·은둔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는 고립·은둔 청소년 상당수가 친구 관계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삶의 만족도가 일반 청소년보다 크게 낮게 나타났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오랫동안 한 가지 착각 속에 살아왔다. 학교 울타리 안에 있어야
“기계과는 남학생만 받습니다.” 만약 이런 학교가 있다면 독자의 반응은 어떤가? 세상 모든 직업에 남녀 성별의 구분을 두지 않은 것은 이미 한참 지난 일이다. 하지만 2026년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등장하는 문장이다. 순간 귀를 의심하게 된다. 혹시 1980년대 교실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공고 모집 요강인가 싶지만, 놀랍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마이스터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산업계 수요와 연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수목적고다. 그런데 최근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국 54개 마이스터고 가운데 기계·자동차·전기·전자 등 공업 분야 9개교(16.7%)는 여학생을 전혀 선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포함해 14개교(25.9%)는 성별에 따라 모집 정원을 달리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여학생 배제는 차별 소지가 있다”며 교육부에 개선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특히 “여학생 기숙사 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입학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시설이 없으니 못 받겠다”는 논리는 교육기관의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병원이 환자를 보고 병실이 부족하니 환자를 안 받겠다고
우리 사회, 특히 대학에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러분의 미래는 AI와 함께 할 것입니다”라는 말은 졸업식장에서 박수갈채를 받았었다. 그런데 학사 일정이 우리와는 다른 미국의 경우 올해 5월, 전국의 대학 졸업식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최근 동아일보(2026.5.29.)의 <만화경>에서 신경립 논설위원에 따르면 올해 졸업식에서는 AI를 찬양하던 초청 연사들이 야유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에릭 슈밋 전 구글 CEO는 애리조나대에서 인공지능(AI) 발전을 컴퓨터에 비유했고, 센트럴 플로리다대에서는 “AI 부상은 차세대 산업혁명”이라는 연설이 그 야유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이는 아마 졸업생들에게 “축하 인사인지, 해고 통보인지 모르겠다”는 의심과도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졸업생들은 생성형 AI 챗GPT가 등장하기 직전 대학에 입학한 첫 AI 세대인 동시에 AI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첫 번째 희생양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학 입학 당시만 해도 “꿈을 향해 달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졸업하는 지금은 “AI가 너보다 보고서를 빨리 쓴다”는 말을 듣는 것은 다반사가 되었다. 어떤 학생은 농
6월은 다른 달과는 다른 특별한 달이다. 거리에는 초여름 햇살이 가득하고, 학생들의 마음은 서서히 방학을 향해 달려가는데, 달력 한쪽에는 조용히 태극기가 조기로 걸리는 날이 있다. 바로 현충일이다. 아이들에게 “왜 쉬는 날이냐?”고 물으면 “학교 안 가는 날이잖아요!”라고 단순하게 답하는 경우가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하루가 단지 학교에 가지 않아서 늦잠 자거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는 날로만 남는다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사는 셈이다. 요즘 아파트 베란다를 바라보면 국경일에 태극기 게양을 찾기 어렵다. 현충일에도 예외가 아니다. 거대한 아파트 한 동에 겨우 2~3개의 태극기만이 외롭고 쓸쓸하게 게양되어 있을 뿐이다. 오히려 월드컵 시즌이 되면 온 동네가 붉은 물결로 출렁인다. 축구 국가대표가 골을 넣으면 태극기를 흔들고 거리로 뛰어나오면서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들을 기리는 날에는 커튼조차 열리지 않는 모습은 어딘가 씁쓸하다 못해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태극기는 월드컵 때만 다는 거 아니었어요?” 웃픈 현실이다. 나라 사랑에도 이벤트 기간이 생긴 셈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비(정지훈)가 방송 tvN의 ‘유 키즈 온 더 블록’에서 아내(김태희)와의 서로 다른 교육관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한 사람은 “계획적으로 공부시켜야 한다”고 믿고, 다른 한 사람은 “아이들은 뛰어놀 때 가장 빛난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였다. 많은 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한민국 가정의 거실에서 “수학 문제집”과 “놀이터”가 치열한 냉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참 묘한 일이다. 분명 부모는 “행복하게만 자라다오”라고 말하는데, 어느 순간 아이는 영어·수학 학원 셔틀버스 안에서 김밥을 먹으며 하루를 마감한다. 행복을 원했는데 시간표는 마치 대기업 임원 스케줄이다. 세상 어느 부모치고 자기 자녀들이 행복하길 원치 않으리? 하지만 수단이 목적을 압도하는 사회의 풍토상 오늘도 이이들은 이리저리 학원으로 휩쓸리며 놀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을 무시당하고 말살당하고 있다. 사실 부모의 교육관은 대개 자신의 어린 시절에서 출발한다. 가난하게 자란 부모는 “공부라도 잘해야 산다”는 절박함을 기억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공한 부모는 “계획과 관리가 인생을 바꾼다”고 믿는다. 반
오는 6월 3일, 교육감 선거를 1주일도 채 앞두고 있지 않다. 전국적으로 58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그중 수도 서울만 무려 8명이다. 그런데 선거일 막바지에 이르러 정작 시민들이 기억하는 건 교육철학이나 미래교육 비전이 아니라 “누가 누구를 고소했다더라”, “단일화가 깨졌다더라”, “보수 후보끼리 싸운다”, “진보 후보끼리도 난리다” 같은 이야기들이 압도적이다. 아이들에게는 정작 학교폭력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어른들은 교육감 자리를 두고 문자 폭탄과 고소·고발 릴레이를 벌이고 있으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선생님, 이게 수행평가 예시입니까?”라고 물을 판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교육감 선거는 원래 교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2007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이후 주민 직선제로 바뀌었다. 취지는 좋았다. 교육을 정당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고 주민이 직접 교육 수장을 뽑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당 없는 정당 선거”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대부분의 유권자는 후보를 잘 모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에서도 교육감 후보 인지도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 교육감 보궐선거 참여율에서는 20% 정도 대에 그친 바 있다
따스한 햇살이 교정에 내리쬐고 순박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학교 담장을 넘는 5월이다. 우리는 흔히 이달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이어지는 달력을 보며 우리 사회는 분주하게 ‘무엇을 선물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하지만 쇼핑몰의 전시와 기획전, 화려한 포장지 속에서 정작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 하나를 놓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오늘날 우리 가정에 가장 결핍된 것은 무엇이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6년 현재 우리 가정에 가장 절실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닌, 서로의 취약함을 공유할 수 있는 정서적 안전지대와 밀도 있는 가족 간 대화의 시간을 통한 관계의 회복이라 할 수 있다. 한때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사회 동향’ 및 각종 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가족의 평균 대화 시간은 하루 30분 미만인 가구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2026년에 와서는 디지털 기기의 보급으로 한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스크린을 응시하는 ‘디지털 고립’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작금에 이르러 우리 사회 어디를 가도 가족처럼 보이는 집단이 침묵 속에서 각자의 스마트폼만을 응시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햇살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5월, 한국 사회는 이 달을 ‘가정의 달’로 지칭한다. 이로써 가정의 따뜻함과 돌봄의 가치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교육의 관점에서 이달을 깊이 있게 성찰하려면, 반드시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사건이 있다. 바로 5·18 민주화운동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비극을 넘어, 교육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인간을 길러내야 하는지를 묻는 살아 있는 교과서라 할 수 있다. 1980년 5월, 광주의 시민들과 학생들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보여준 참여와 연대였다. 그들은 교과서 속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으로 옮겼다. 이 점에서 5·18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증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흔히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체계로 이해되지만, 5·18은 그 이상의 교육적 역할을 요구한다. 당시 학생들은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아니라, 사회의 부정의에 응답하는 민주시민이었다. 이는 교육이 길러야 할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비판적 사고, 도덕적 판단,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실천적 용기—이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