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교육언론에 따르면 학생들의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를 의무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국정기획위원회 ‘모두의 광장’에 제기된 바가 있다. 청원인은 AI 시대 교육격차 해소와 민주시민 역량 강화를 위해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에 따르면 전국 1만 2천 200여 개의 학교도서관 중 사서교사가 있는 곳은 13.9%에 그친다. 2025년 공립학교 기준 보건교사는 8천75명, 영양교사는 6천880명, 상담교사는 4천220명인 데 비해 사서교사는 1천660명에 불과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지난 2023년 신규 사서교사 채용 규모는 0명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연간 200명 내외로 순증가했던 것과 대조된다.
청원인은 “학교도서관이 사서교사 없이 공무직 사서나 일반교사에 의해 운영되는 것은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과 융합수업을 지원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이는 학생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AI 시대에는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필수”라며 “이러한 리터러시 교육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곳이 학교도서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서교사는 단순한 자료 관리 인력이 아니라 교과 협력 수업과 프로젝트 학습을 지원하는 교육 전문가”라며 “학교도서관을 학생의 미래역량과 민주시민 교육의 전진기지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년을 전후하여 국회는 교육위원회에서 ‘독서국가’의 선언에 이르렀고, 세계적으로는 영국이나 프랑스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독서교육’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 우리의 학교는 갈수록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환경에 처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정보는 넘쳐나지만, 깊이 있는 읽기와 사유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아이들은 짧고 빠른 정보에 익숙해지면서, 집중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놓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학교는 학생들에게 ‘읽는 힘’을 길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 반드시 사서 교사가 있어야 한다.
사서 교사는 단순히 책을 정리하고나 대출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학생들은 지적 성장을 돕는 교육자이며, 학교 도서 문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현재 많은 학교에 사서 교사가 아예 없거나, 사서가 있어도 정규 교원이 아닌 계약직으로 채용되어 교과 교육과 연계된 독서 지도는커녕 기본적인 업무조차 제한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왜 학교에 사서 교사의 확충이 시급하고 이로써 독서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사서 교사는 읽기의 즐거움을 학생들에게 경험하게 하는 핵심 인물이다. 책을 읽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형성되어야 하지만, 아이들에게 ‘무억을 읽을 것인가’는 생각보다 어렵고 중요한 문제다. 사서 교사는 학생의 관심, 수준, 독서 이력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책을 추천하고,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단순한 도서 정리를 넘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과 평생 학습력을 기르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사서 교사는 교과 수업과 독서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국어 시간에 문학작품을 읽을 때, 욕사 수업에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때, 과학의 개념을 보다 깊이 이해할 때, 관련된 도서를 소개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사서 교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교사와 협력하여 독서 기반의 융합 수업을 만들고, 정보 활용 능력을 키우는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사서 교사다. 이는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비판적 사고력, 정보 분석력,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데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할 수 있다.
셋째, 학교 도서관은 단지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고, 때로는 고민을 풀어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고, 정서적 인정과 지적 자극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상주 전문가가 필요하다. 사서 교사는 단지 ‘지식’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고 학교 도서관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마음 돌봄과 학습 돌봄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으로 도서관이 갖는 진정한 가치라 할 것이다.
넷째, 교육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사서 교사의 의무 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지역적⋅재정적 여건에 따라 사서 교사를 둘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에서는 독서 교육의 기회 자체가 박탈된다. 이는 아이들의 삶의 기회에도 영향을 끼친다. 빌 게이츠는 “내 인생의 80%는 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모든 학생이 동등하게 책과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마다 사서 교사가 의무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교육은 누구나 공정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그 기본권의 중심에 ‘책’이 있고, 그 책과 아이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사서 교사이다.
바야흐로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미래 교육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창의력, 문제 해결력, 공감 능력 등 미래 핵심 역량의 뿌리는 모두 ‘책 읽기’에서 시작된다. 읽기의 힘은 단지 시험 점수로 드러나지 않지만, 삶의 어느 순간 반드시 드러난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역사 전면에 등장해 선한 영향력을 미친 인물들은 거의 독서광이었거나 어려서부터 책과 가까이 한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를 통해서도 우리는 책을 단지 읽는 것이 아니라, 책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사서 교사임을 깨달아야 한다.
학교에 사서 교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일은 단지 인력 한 명을 더 들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방향을 바로잡는 일이다. 다만 사서 교사가 배치된 현재의 일부 학교들에서 사서 교사와 관련해 각종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지극히 편협한 사고에 의한 감정과 현실적인 갈등으로 인한 대립 현상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구체적으로 마련하거나 보완하여 이를 해결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말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책이 중심에 있는 학교, 아이들이 질문하고 생각하는 학교, 지식보다 지혜를 배우는 학교, 그 변화의 시작은 바로 사서 교사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