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요즘 학교마다 사정은 작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개는 거의 ‘로딩 중’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AI가 시를 쓰고, 로봇이 피자를 굽는 2026년 현재, 우리 초·중·고등학교의 교무실의 시계는 안타깝게도 가끔은 조선 시대 어딘가에 멈춰 있는 듯하다. 학기 초에 방대하게 짜인 ‘연간 교육계획서’는 마치 절대 깨뜨려서는 안 될 모세의 십계명처럼 군림한다. 학기 중에 급격한 교육 트렌드 변화나 기후 위기, 혹은 예상치 못한 학생들의 요구가 터져 나와도 “이미 결재가 끝나서 변경하기 어렵다”는 교무실의 단골 멘트는 가끔은 교사들을 깊은 탄식에 빠뜨리곤 한다. 물론 이를 과감하게 극복하고 넘어서기 위해서는 교무부를 비롯한 행정 부서의 번거로운 개정(예, 학교운영위원회 상정)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어 있다. 이처럼 무겁고 경직된 전통적 학교 운영 방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흥미로운 신이론이 최근 교육학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날아온 ‘에자일(Agile) 학교 경영 이론’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에자일’은 무엇인가? 이는 쉽게 말해 “계획대로 안 되면 빠르게 바꾸자!”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뿌린 대로 거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이 말들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대한민국에게 더없는 안성맞춤의 진리였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누리는 눈부신 경제적 번영과 산업화의 성과는 결국 인과응보라는 원리의 산물이었다. 핵심은 1970~1980년대,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고도성장기의 동인이 단연 교육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국가 주도 산업화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 적합한 표준화된 인력을 대규모로 필요로 했다. 성실하게 지식을 암기하고, 정해진 규칙을 정확하게 수행하며, ‘평균 이상의 균일한 역량’을 갖춘 노동력을 빠르게 공급하는 데 우리 교육은 가히 세계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하며 국가 발전의 1등 공신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변했다. 정해진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 일률적인 기준으로 학생들을 나란히 줄 세우는 평가 방식은 이미 유효기간이 다했다.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가 지나고, 개인의 독창적인 적성과 다원적 가치가 존중받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이 단순 암기와 지식 처리를 순식간에 대체하는 대변혁의 시대를 이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2026년 8월, 2학기 개학을 맞이한 대한민국 곳곳의 학교 현장은 다시금 최첨단 기술의 향연이 시작되고 있다. 책상마다 놓인 태블릿PC에서는 AI 튜터가 맞춤형 수학 문제를 뿜어내고,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적재되고 있다. 지난 세월 정부와 교육청이 역점을 두어 추진해 온 ‘High-Tech High-Touch’ 구상이 교실 곳곳에서 이제는 제법 구현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진도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현장에서 들려오는 역설적인 탄식도 깊어지고 있다. “AI가 아이의 문제 풀이 속도는 초 단위로 파악하지만, 오늘 아침 친구와 다투고 엎드려 있는 아이의 서러운 어깨 들썩임은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기술(High-Tech)이 아무리 화려하게 진화해도, 교육의 본질인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는 일(High-Touch)은 오직 인간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글에서는 차가운 모니터 앞에서 서성이던 아이의 마음을 다시 뛰게 만든, 최근 우리 초·중·고 현장에서 피어난 감동적인 ‘하이터치’의 실제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에게 교육이 향해야 할 진짜 좌표를 제시할 것이라 믿는다. [사례 1] “정답보
최근 BTS의 내년 그래미에 작품을 내지 않겠다는 ‘보이콧 선언’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 왔다. 이는 미국 대중음악계의 자칭 ‘최고 권위’ 시상식이라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가 그동안 헛발질을 단단히 했기 때문이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가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라는 화려해 보이는 포장지의 카테고리를 신설하자, 세계 최고의 팝스타 방탄소년단(BTS)이 거침없는 일침과 함께 ‘아시안 팝’이란 이름의 격리에 출품 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리더 RM을 비롯해 BTS 멤버 전원이 자신들의 SNS에 던진 짧지만 매서운 일갈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이를 두고 “BTS의 점잖지만 강렬한 질책(a striking rebuke)”이라며 “아시아 팝 아티스트들은 그동안 그래미의 중심부에서 소외당해 왔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인종과 언어가 K-팝을 바라보는 서구권의 시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낸 BTS의 중요한 화두”라며 손을 들어주었다. 그동안 BTS가 빌보드 핫 100 1
칠흑 같은 한여름 밤, 하늘에서 내려다 보여주는 TV 속의 휘황찬란한 야구 경기장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선을 한곳에 모은다. 특히나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초박빙의 박진감 넘치는 프로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묘미는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렵다. 그런데 9회 말 2아웃, 전광판에 찍힌 전광석화 같은 숫자는 아슬아슬한 패배를 가리키고 있다. 볼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관중석의 모두가 숨을 죽이고, 포수의 미트 소리만이 정적을 깰 때 타석에 선 타자가 방망이를 쥐어 잡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날카로운 타구 소리와 함께 외야 담장을 맞고 떨어지는 동점타, 곧이어 연장전에서 터져 나오는 짜릿한 끝내기 안타! 이는 소설 같은 창작의 서사가 아니다. 실제로 프로 10개 구단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실제 상황이다. 우리는 야구를 가리켜 ‘인생의 축소판’이라 부른다. 그 이유는, 9회말 투아웃이라는 극단적인 절망의 순간에도 단 한 번의 스윙으로 경기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희망의 반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승패를 가르는 것은 타석에 선 선수의 꺾이지 않는 마음과, 그를 믿고 다음 타석을 준비시키는 감독의 눈빛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교육의 전광판은 몇 회를 가리키고
이 시대 우리에게 진정한 영웅은 어떤 사람인가? 지금은 과거와 달리 영웅(Hero)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과거 우리 세대가 추앙(推仰)했던 영웅은 고난 속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완벽하게 악을 처단하는 초인(Superhuman)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불확실성과 무한 경쟁의 늪에서 숨 차 하는 Z세대와 청년들에게, ‘허점 없는 완벽함’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다가가기 힘든 위선이자 또 다른 박탈감일 뿐이다. 오늘날 대한민국과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정신적·행위적 울림을 주는 인물은 누구인가? 그는 고결한 사상가도, 천문학적인 부를 과시하는 기업가도 아니다. 자신의 가장 약하고 솔직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며, 그 취약성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인물,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 지식의 보고(寶庫)처럼 작동하는 AI에게 물어 본 필자에게 돌아온 대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 30대 청년에게 주목해야 하는가? 그리고 왜 우리 교육은 그를 미래 세대의 선구자적 모델로 삼아야 하는가? 첫째, 그는 “Speak Yourself”로 상징적인 인물로서 ‘취약점(Vul
매미 없는 여름을 상상해 보았는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이 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입추가 지나고 올 여름이 절정을 지남에 따라, 어느덧 사방에서 매미 소리가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 최고도로 귓전을 울리고 있다. 창문을 열면 여전히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들어오는 “맴-맴-맴-” 소리에 누군가는 본능대로 세스코를 부르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계곡 물소리를 떠올리며 이마의 땀을 연신 씻어내는 이 여름이 이제는 서서히 저물어 갈 것이다. 여름의 전령사이자 한여름의 뜨거운 대명사인 매미, 우리는 매년 여름, 매미의 시원하고도 맹렬한 울음소리를 아주 당연한 자연의 무료 BGM(배경음악)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 소리를 들으며 그들의 ‘내면의 비밀’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미가 눈 부신 태양 아래서 지르는 그 격렬한 비명 혹은 찬가는, 사실 차갑고 아득한 땅속에서 수년 동안 참아낸 지독한 ‘인고(忍耐)의 대가’라는 사실을 말이다. ‘빨리, 빨리, 빨리’의 선행학습과 속도전에 빠져 버린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한여름 매미의 삶은 그 자체로 거대한 교육적 반전 드라마이자 서늘한 경종을 울린다. 특히 땅속 7년의 인고의 세월은 조급함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