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31 (토)

전재학의 교육이야기 20 - 《왔다! 내 손주》와 바람직한 격대교육(隔代敎育)의 길

요즘 일요일 저녁, 텔레비전 앞에 모인 전국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에는 설렘으로 충만하게 된다. 《왔다! 내 손주》의 방송 프로그램이 기다려지는 상황에서다. 이 방송은 해외에 사는 손주들이 한국의 조부모를 찾아오는 여정을 따라가며 세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공감과 학습의 순간을 포착하는 OBS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가족 예능을 넘어, 우리가 잊고 사는 가족과 교육의 본질적 가치와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프로그램의 기본 구조는 간단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깊다. 비행기를 타고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으로 온 손주들은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일주일을 보내며 서로의 문화와 생활 방식에 부딪히고, 웃음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잔잔한 과정을 심도 있게 보여 준다. 외국에서 자란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그 아이들을 처음(또는 오랜만에) 보는 조부모의 반응은 때로는 낯설고 서툴지만, 그 과정 자체가 교육적 상호작용으로 더없이 귀중한 경험이 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단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넘어, 격대교육(intergenerational learning)이 자연스러운 현장을 목격한다. 학술 연구는 다세대 학습이 아이들에게는 노인에 대한 태도 개선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 등 긍정적 효과가 있으며, 노년층에게는 삶의 질 향상과 지속적인 학습 의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말이나 교실이 아니라, 일상적 경험 속에서 더욱 깊고 강력하게 작동한다. 손주가 조부모로부터 전통을 배우고, 조부모가 손주의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른바 ‘삶의 교사’가 되는 순간이다. 이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전통적인 교실을 넘어, ‘함께 배우고 서로 가르치는 교육 공동체’의 기능을 보여 준다.

 

하지만 방송이 던져 준 질문은 단순히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격대교육을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를 숙고해야 한다. 즉, 현실 사회 속에서 세대 간 상호작용을 교육적 자원으로 정책화·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가족 교육 프로그램의 활성화다. 현재 많은 교육 정책은 아동·청소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노년층의 역할은 주변화되어 있다. 그러나 《왔다! 내 손주》가 보여주는 것처럼, 조부모는 손주 성장에 있어서 정서적 안정감, 역사·문화의 전달자, 사회성 교육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와 지역사회는 조부모와 손주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 활동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역 도서관에서 할머니·손주 동화 읽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세대를 함께 엮는 생애 주기별 학습 워크숍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단지 놀이를 넘어, 상호 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 학습 기획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학교 커리큘럼 안에 격대교육 요소를 통합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학교가 커뮤니티와 가정, 특히 조부모 세대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때 격대교육의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할아버지가 손자와 함께 옛 직업 이야기를 나누거나, 손주가 외국 문화 경험을 발표하면서 조부모가 그 의미를 보완하는 활동은 세대 간 상호 학습과 사회적 책임감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격대교육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기술 중심의 학습에 치중하면서 인간관계가 제공하는 교육적 가치를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서적 안정, 삶의 목적의식, 사회적 유대와 같은 교육 성과는 세대 간 상호작용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 속 장면처럼, 손주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순간, 조부모에게서 오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아동의 정서적 발달과 관계 형성 능력에 영향을 준다. 이를 교육적으로 확장한다면, 교실 밖에서도 교육 공동체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방송 《왔다! 내 손주》는 그 자체로 하나의 교육 리포트이자 연구 사례다. 세대가 만나면 교육이 되고, 교육이 삶이 되며, 삶은 다시 미래를 여는 선순환의 힘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이 미래 세대를 위한 지식 전달과 기술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과거 세대의 지혜(예컨대, 노마지지(老馬之智)의 교훈)와 미래 세대의 생동감이 함께 융합하여 조화를 이루는 교육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과 삶의 지혜를 보다 더 확고하게 갖추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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