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
공룡이 추워 보여요.”

아이의 말은 언제나 정확하다.
운동장 한켠에 서 있던 공룡 동상들은
햇볕과 비를 견디며 조금씩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이들 눈에는 그 모습이
‘낡았다’가 아니라 ‘춥다’로 보였다.
아이의 마음이 먼저 추워질 때,
세상은 이미 많이 낡아 있다.

나는 공룡을 한 번 보고,
아이를 한 번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러다간
공룡이 백색공룡이 되게 생겼다.”
아이들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공룡을 걱정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었다.
어른들보다 먼저, 아이들은
학교 풍경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공룡을 다시 칠하려면 3천만 원이 든다고 했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우리 학교는 수업료가 전국 최저 수준이다.
그만큼 많은 아이들이 부담 없이 다닐 수 있지만,
재정은 늘 빠듯하다.
인건비와 기본 지출을 제하고 나면
1년에 남는 예산은 약 1억 원.
그 돈으로 학교 수리와 각종 사업을 감당해야 한다.
외벽 페인트 공사만 해도
1억 3천만 원이라는 견적을 받았다.그마저도 마련하기 어려워
몇 해를 미뤄야 했다.
그러는 사이,
학교 곳곳의 벽은 많이 낡아
페인트 껍데기가 너덜너덜 벗겨지는 곳이 생겼다.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공간이었다.
결국 더는 미룰 수 없어
외벽 도색 업체를 부르게 되었다.
현장을 함께 보며
아이들이 했던 말도 전했다.
“아이들이 그러더라고요.
공룡이 추워 보인다고요.”
그리고 학교 형편이 넉넉지 않다는 말도
있는 그대로 솔직히 했다.
그때 업체 관계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달청 사업 중에
학교 외벽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 있습니다.
한번 신청해 보겠습니다.”
기대는 크지 않았다.
다만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두 달이 흘렀다.
연락이 왔다.
“교장선생님,
1억 3천만 원 확정됐습니다.
외벽 전체 공사 가능합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이어진 말이
더 놀라웠다.
“공룡 동상도요,
다섯 마리까지 같이 칠해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이 말했던 그 공룡들이다.
추워 보인다고,
색이 사라진다고 걱정하던 그 공룡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로마서 12:15)
함께 느껴 주는 순간,
기적은 이미 시작된다.
이 일은 예산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람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 마음에 함께 반응했을 때
도움은 계산이 아니라
공감으로 찾아온다는 것.
곧 학교 벽은 새 옷을 입고
공룡들은 다시 색을 되찾을 것이다.
백색공룡이 아니라,
아이들이 기억하는 그 공룡으로
아이들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교장 선생님,
공룡이 안 추워 보여요.”
그 말이면 충분하다.
아이의 한마디를 외면하지 않을 때
공룡의 겨울이 봄이 된다.

칼럼니스트 박대훈
· 학교법인 삼육학원 태강삼육초등학교 교장
· 청주대학교 졸업
· 광운대학교 대학원 (영어교육) 석사 졸업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