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요즘 학교마다 사정은 작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개는 거의 ‘로딩 중’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AI가 시를 쓰고, 로봇이 피자를 굽는 2026년 현재, 우리 초·중·고등학교의 교무실의 시계는 안타깝게도 가끔은 조선 시대 어딘가에 멈춰 있는 듯하다. 학기 초에 방대하게 짜인 ‘연간 교육계획서’는 마치 절대 깨뜨려서는 안 될 모세의 십계명처럼 군림한다. 학기 중에 급격한 교육 트렌드 변화나 기후 위기, 혹은 예상치 못한 학생들의 요구가 터져 나와도 “이미 결재가 끝나서 변경하기 어렵다”는 교무실의 단골 멘트는 가끔은 교사들을 깊은 탄식에 빠뜨리곤 한다. 물론 이를 과감하게 극복하고 넘어서기 위해서는 교무부를 비롯한 행정 부서의 번거로운 개정(예, 학교운영위원회 상정)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어 있다. 이처럼 무겁고 경직된 전통적 학교 운영 방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흥미로운 신이론이 최근 교육학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날아온 ‘에자일(Agile) 학교 경영 이론’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에자일’은 무엇인가? 이는 쉽게 말해 “계획대로 안 되면 빠르게 바꾸자!”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일요일 저녁, TV 리모컨을 돌리다 MBC <스트레이트> 방송을 보며 목이 턱 막힌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속도 붙은 지방 소멸”이라는 자막 뒤로 비쳐진 강원도 정선의 한 초등학교 풍경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전교생 10명, 운동회 날 청군 백군을 나누려면 교장 선생님과 동네 이장님까지 계급장 떼고 선수로 뛰어야 겨우 머릿수가 맞는 서글픈 현실이다. 보도에 의하면 전국의 읍·면·동 중 무려 36%가 ‘소멸 고위험군’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세 곳 중 한 곳은 조만간 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인구가 줄어드니 학교가 문을 닫고, 학교가 없어지니 젊은 부모들이 보따리를 싸서 대도시로 떠나는 이 잔인한 ‘소멸의 쳇바퀴’를 어떻게 멈춰 세워야 할까? 혹자는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자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 공장 직원들도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은 서울에 두고 주말부부를 택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정답은 하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떠났던 맹모(孟母)들이 아이 손을 잡고 제 발로 걸어 들어오게 만드는 획기적인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는 신(新)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세우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런 맥락에서 기
-어린이들의 마음에 찍힌 도장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낮달맞이꽃 꽃말: 기다림, 보이지 않는 사랑 아침에 햇살이 흘린 노란 웃음 저녁까지 사랑을 피워낸다. 요즘 학교에서 재미있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야외학습장에 서 있으면 어디선가 아이들이 달려옵니다. 저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사랑합니다!” 그것도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외칩니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까르르 웃으며 다시 뛰어갑니다. 어느 날은 한 남자 아이가 저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이 손, 일주일 동안 안 씻을 거예요.”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번집니다.^^ 잠시 잡은 손 입가에 번지는 미소 마음속에 찍힌 사랑의 도장 또 어떤 날은 교장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똑똑.” 문을 열어 보니 아이 다섯 명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사랑합니다!” 인사를 마치더니 또 까르르 웃으며 복도를 따라 도망갑니다. 문 앞에는 웃음만 남겨 놓고 말입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왜 이러는 걸까?’ 아마 아이들은 저를 놀라게 하는 것이 재미있는 것일 수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 장난을 치는 것이 즐거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아이들
인공지능이 산업과 일상의 변화를 넘어 교육의 방향까지 바꾸고 있는 가운데, 경남 양산에서 미래 직업교육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학교가 있다. 2025년 3월 개교한 경남 최초의 인공지능 특성화고등학교인 양산인공지능고등학교다. 개교 2년 차에 접어든 양산인공지능고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과 학생 성과, 산학협력, 글로벌 교육교류 전반에서 주목할 만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신설 학교의 기반을 다지고 미래형 AI 교육의 방향을 설계해 온 강경모 교장이 있다. 최근 대한민국교육신문과 만난 강 교장은 인공지능 교육의 핵심을 단순한 기술 습득에 두지 않았다.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하는 산업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설명이다. 양산인공지능고는 AI융합팩토리과, AI자동제어시스템과, AI콘텐츠과, 바이오식품과 등 4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AI융합팩토리과와 AI자동제어시스템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자동화 기술을 결합한 피지컬 AI 분야를, AI콘텐츠과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콘텐츠 제작 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바이오식품과는 양산과 경남지역의 산업적
필자는 EBS 프로그램 “명의”를 즐겨 본다. 이 프로그램은 각 분야 최고의 의사들이 질환과 환자를 대하는 치열한 노력과 최신 치료법을 소개하는 고품격 의학 다큐멘터리다. 단순히 환자의 사연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의 연구와 진료 과정을 통해 정확한 의학 정보를 전달하며 국민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한다. 출연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20년 이상 한 분야에서 환자를 진료해 온 전문의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의학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과 끊임없는 학습이 필수였음을 실감한다. 당시에는 컴퓨터의 종합적인 도움도 제한적이었기에, 환자의 진단과 치료는 주로 의사의 임상 경험과 손끝의 기술에 의존했다. 특히 외과적 수술은 전체 임상 경험에 비해 빈도가 낮아, 수술의 성공 여부는 의사의 숙련도와 경험적 판단에 크게 좌우되었다. 하루 8시간, 한 시간에 1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고 가정하면 20년 동안 약 58만 명의 환자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방대한 임상 경험과 헌신이야말로 ‘명의’라는 칭호를 가능케 한 토대였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문의가 되기까지 평균 10년 이상의 수련 과정과 수십만 건
과거 공공도서관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풍경은 두꺼운 수험서를 쌓아두고 칸막이 책상에 파묻힌 열람실과 숨소리조차 조심해야 했던 정숙함이었다. 도서관은 곧 독서실이자 시험공부를 위한 공부방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서울특별시 양천구 일대의 공공도서관들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빠르게 깨뜨리고 있다. 책을 대출하고 자습을 하던 정적인 공간에서 강연, 공연, 전시, 창작 교육, 커뮤니티 활동이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복합문화 플랫폼으로의 체질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양천구 지역 도서관들의 이러한 변화는 시설 구성과 공간 철학의 전환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1년 개관한 양천중앙도서관은 지역 내 문화 거점 역할을 목표로 설계된 대표적인 사례다.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 이어지는 넓은 공간은 전통적인 폐쇄형 열람실 구조를 과감히 축소하고 개방형 북카페, 다목적 강당, 전시 공간, 커뮤니티실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용자들은 정적 속에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자연광이 들어오는 라운지에서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거나 음악을 곁들인 북토크, 인문학 특강, 미술 전시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 양천도서관
1. 칠판을 넘어선 교실, 그리고 새로운 질문 디지털 대전환의 파도 속에서 학교 현장은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칠판과 분필이 익숙하던 자리에는 이제 노트북, 패들렛, 제미나이(Gemini)와 노트북LM(NotebookLM) 같은 AI 에듀테크 도구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교실을 채울수록 현장의 교사들이 마주하는 본질적인 질문은 오히려 더 무거워진다. "과연 기술이 아이들의 마음까지 가닿게 할 수 있을까?“ 2. AI가 대신해 준 것은 '일'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이면 교실 풍경은 늘 비슷하다. 앞줄에서 손을 번쩍 드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한쪽에는 빈 공책을 앞에 둔 채 연필 끝만 만지작거리는 아이가 있다. 누구에게는 조금 더 깊은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격려가 절실하지만 45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은 늘 교사의 발목을 잡았다. 이 지점에서 AI와 에듀테크의 가치가 빛난다. 패들렛으로 학생들의 생각을 모으고, 생성형 AI로 평가 자료의 초안을 잡고, 복잡한 행정 업무와 기록의 부담을 덜어내는 일—AI가 진정으로 우리에게 건넨 것은 수업의 효율성이 아니라, '아이를 더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술
인류 역사상 최대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오늘날, 우리는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역사적 단절의 시대를 살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는 이미 인간이 평생에 걸쳐 쌓아야 할 지식의 양을 단 몇 초 만에 정리해 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기 앞에서 교육은 어떤 인간을 길러내야 하는가? 과거의 교육은 지식을 많이 축적한 자를 “지혜롭다” 평가했다. 그러나 AI 시대의 교육 현장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을 여전히 고수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AI 시대를 살아가는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자’를 가르는 기준은 이제는 지식의 소유가 아니라, 지식을 대하는 태도와 인간 고유의 본질을 활용하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AI 시대의 어리석은 자는 ‘지식의 소비자에 머무르는 자’이다. 이들은 AI가 내놓는 정답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편의성에 자신의 사고를 맡겨버린다. 미국의 기술 철학자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그의 명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에서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과도한 의존은 인간 뇌의 깊은 사고와 집중 능력을 퇴화시킨다”고 경고
박윤자 교장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신의 뿌리를 자산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인재로 키우겠습니다” 광양중진초등학교가 ‘다름’을 교육의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문화교육을 특정 학생만을 위한 별도의 교육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학생이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배움으로 확장하면서다. 여기에 학생 주도형 활동과 지역사회 연계교육, AI교육까지 접목하면서 광양중진초는 지역과 세계를 함께 바라보는 ‘글로컬 교육’의 현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박윤자 광양중진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의 교육 방향에 대해 “우리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 가능성을 함께 키워가는 교육철학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중언어와 다양한 문화를 학생들의 소중한 자산으로 바라보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글로컬 역량을 키우는 데 교육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촌 톡톡 지니 기자단’,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다문화교육 광양중진초는 전남도교육청 지정 다문화교육 연구학교로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활
[대한민국교육신문]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 표명에 이어서, 경기교육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지방교육재정 효율화와 예산 대전환에 나선다. 안민석 교육감은 지난 8월 21일 정부의 교부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지방교육재정이 크게 축소되어,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미래교육 환경 조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교부금 체계가 유효한 상황에서 추진되는 일방적인 개편은 초·중등교육의 질적 퇴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밝혔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수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도시 개발에 따른 학교 신설 수요, 과밀학급 해소 문제, 교육격차 완화 등 타시‧도에 비해 막대한 재정 수요가 집중되어 있는 특수한 현실에 처해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육재정이 감축될 경우 경기도 교육 현장이 받게 될 타격은 타 지자체보다 훨씬 심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교육청은 급변하는 AI 시대에 대비해 경기교육 대전환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정된 재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재정 효율화와 함께 사람 중심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