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품종 다른 이야기, 그리고 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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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이는 바람에 붉은 대지와 푸른 녹음이 교차하는 고원 위, 구름이 잠시 머무는 언덕 저 멀리 아바야 호수(Lake Abaya)가 은빛으로 반짝인다.

호수를 감싸 안듯 펼쳐진 고원의 붉은 토양, 바나나 나무 사이를 지난 햇빛이 작은 초록색 커피 열매에 부딪혀 은은하게 사라진다.

 

 

“향과 맛이 교차하는 경계의 땅, 아바야”

 

평일과 주말이 교차하는 금요일, 분주했던 한주의 끝자락, 6월의 햇살을 받으며 조금 느린 걸음으로 카페로 들어간다. 브루잉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수강생이 운영하는 카페, 차분한 음악이 공간을 감싼 그곳에서 반가운 얼굴을 찾아본다.

 

직원들과 빵을 만들고 있던 그와 웃으면서 인사를 나눈다. 카운터에 선 그에게 묻는다.

“어떤 커피 추천해주실래요? 추천해주시는 커피로 마실게요!”

이어진 그의 대답, “과테말라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망설임 없이 과테말라 커피와 빵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자, 그의 브루잉 준비가 시작된다. 브루잉하는 모습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커피가 추출되는 과정을 바라본다.

드리퍼에 원두 가루가 담기고, 첫 물줄기가 떨어진다. 강의실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과테말라 커피가 추출되는 사이, 고개를 돌리니 매장 안 시음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콜롬비아 ”, “아바야 게이샤”

 

작은 테이블에 놓여있는 원두 봉투와 시음용 커피를 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이 커피 마셔도 돼요?”라고 묻는 나에게 “네, 드셔도 돼요.”라며 미소로 답한다. 콜롬비아 커피를 선택하며 아바야 게이샤 커피의 맛도 궁금하다 하니, 아바야 게이샤까지 건네준다.

투명한 얼음잔 속에 담긴 두 커피, 인퓨즈드 가공이 된 콜롬비아 커피부터 한 모금 마신다. 밝고 깔끔한 산미에 어울리는 향. 이어 아바야 게이샤 커피로 손을 옮긴다. 잔 가까이 코를 데자 은은한 플로럴 향이 먼저 와 닿는다. 한 모금 마셔보니 파나마 게이샤보다는 다채롭지 못한 향미가 입안에 퍼진다.

 

“아바야 게이샤 어때요?” 라고 묻는 그에게 “같은 게이샤 품종이지만 향미의 복합성은 파나마 게이샤가 좋은 거 같아요.” 하자 그는 웃으며 “그쵸? 싸서 샀는데, 향미도 그렇고 결점두가 너무 많아서 한참 골랐어요.” 라 한다.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려 원두 봉투에 쓰여 있는 등급을 확인한다.

 

“G1”

 

G1은 Grade 1의 약자로, 에티오피아 생두 등급 체계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결점두의 수로 등급을 분류하는 에티오피아의 G1 등급은 300g 생두 샘플당 결점두가 0~3개이다.

G1 등급 커피라 해도 어떤 유통 경로를 거쳤는지, 그리고 생산·수출 과정에서 얼마나 정밀하게 관리되었는지에 따라 최종 품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생두의 가격이 싸서 샀다는 그의 말에, 나름의 이유가 짐작되어 미소지어진다.

“힘드셨겠는데요. 그래도 게이샤 품종의 꽃 향이 살아 있어서 좋아요.”라고 웃으며 답한다.

담소를 나누며 과테말라 커피까지 마시고, 다른 커피를 마시러 다음에 올 것을 기약하며 카페를 나선다.

 

같은 품종, 같은 등급.

그러나 잔에 담기는 향과 맛은 언제나 조금씩 다르게 다가온다.

그 작은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마 내가 커피를 마시고 기록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임지윤

 KCIGS 센서리 심사위원

 2024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칵테일 라이브 심사위원

 2022 MOC (마스터오브카페) 센서리 심사위원

 AST(Authorized SCA Trainer)

 Q-GRADER (국제아라비카 감별사)

 R-GRADER (국제로부스타 감별사)

한국외식조리사중앙회 대외협력이사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