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과거를 향하지만, 질문은 미래를 향한다
노트북을 펼쳐 놓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막막한 마음에 교수님께 물었다.
"요즘 느끼는 감정에 대해 써 보세요."
그 말 한마디에 예상치 못한 눈물이 쏟아졌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정리됐다고 착각한다. 쿨 하게 잊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다짐하지만, 잠들기 전 불현듯,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또 그 장면이 떠오른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틈을 찾아 결국 흘러나오고 만다.
얼마 전 나는 오래 준비해온 어떤 기회 앞에 섰다가,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을 마주했다. 충분히 알고 있는 것들이었는데, 결정적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다. 당황한 나머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지 않았고,
아는 것조차 말하지 못했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는데도 말이다.
왜 그랬을까, 한동안 자문했다.
예상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자 마음속 어딘가에서 '난 안 돼'라는 신호가 먼저 켜진 것은 아니었을지. 그 신호가 켜지는 순간, 사람은 스스로 가능성의 문을 닫아버린다.
포기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것을 책에서 본 내용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은 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에너지의 40%만 쓰고도 최선을 다했다고 느낀다고. 처음 들었을 때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완벽하게 준비된 그림을 그리면서, 실제 손과 발은 생각만큼 안 움직이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노력의 양이 아닐지도 모른다. 얼마나 간절했는가의 문제다.
간절함이 없으면 준비는 의무가 되고, 의무로 하는 준비는 결정적인 순간에 쉽게 무너진다. 반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향할 때, 사람은 예상 밖의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진심으로 원하는가?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정작 가장 원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는가?
'미쳐본다'는 것은 무모함이 아니라, 하나에 온 마음을 기울여본 경험이다. 살아오면서 과연 그런 순간이 있었는가.
후회는 과거를 향하지만, 질문은 미래를 향한다.
지나간 일을 곱씹는 대신, 이번 경험이 던져준 질문을 붙들기로 했다.
다음번에는, 40%가 아닌 나의 진짜 전부를 꺼내볼 수 있기를.
마음속에서 일어난 질문에 깔끔한 답변 못 하는 내가 바보 같기도 하지만, 지금 쓰는 글을 통해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던 시간,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