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31 (화)

꼬리잡기

내가 어렸을 때 매우 재미있었던 놀이 중의 하나는 꼬리잡기였다. 별도의 기구도 필요 없고 다만 몇 명의 인원만 있으면 되었다. 두 팀으로 나누어 앞 사람의 허리를 잡아 줄을 만든 다음 맨 앞 사람이 상대편의 꼬리를 잡기만 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꼬리를 붙잡혀서 지는 것이 아니라 줄이 끊어져서 지곤 했다. 그러니까 게임의 승패는 팀의 민첩성에도 달려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결속력이었다. 줄은 언제나 약한 부분이 끊어졌다.

 

사람에 따라 감기의 증상도 각각 다르다. 어떤 이는 목부터 어떤 이는 코부터 그리고 어떤 이는 허리부터 아프기 시작한다. 이것은 그 부위가 가장 약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몸이 공격을 받을 때 항상 약한 부분에서 탈이 나는 것이다. 나의 경우 감기 증상은 언제나 목에서 시작된다. 생후 백일이 갓 지났을 무렵 천식이 있다고 부모님은 돌팔이의 말을 듣고 빙초산에 갑오징어 뼈의 분말을 개 먹이려 하셨고 다행히 토하기는 했으나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목이 유독 약하다.

 

19세기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Justus von Liebig, 1803~1873)의 유명한 ‘최소율의 법칙’ 이라는 이론이 있다. 식물의 생장은 가장 풍부한 영양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양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도베넥통’이라는 그림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길이가 각각 다른 판자로 만들어진 통이다. 여기에 물을 부으면 다른 판지들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물은 낮은 곳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결국 그 이상은 채워지지 않는다.

 

이러한 원리는 가족들 사이에서나 조직에서도 적용된다. 나머지 구성원들이 제 아무리 자기 역할을 잘 해낸다 하더라도 결정적인 리스크를 만들어 내는 구성원이 있는 한 그 집단은 고전을 면할 수 없다. 군대에 ‘목봉체조’라는 것이 있다. 전봇대 보다 굵은 통나무를 머리 위로 쳐드는 동작이 필요한 체조이다. 그런데 우리 분대는 항상 꼴지를 면하기 힘들었다. 키가 무척 작은 동료가 있어서 그 무게를 나머지가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레오 바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라는 좋은 책이 있다. 유복한 가정이었으나 아버지의 파산으로 갑자기 생계가 어려워지고 기족들은 대책 회의를 한다.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말하는 가운데 엄마 아빠는 막노동을 초등학교 고학년인 누나는 시장에서 채소 부스러기를 주워서 식품에 보태기로 하고 저학년인 형들은 우유 배달과 신문 배달 등으로 가정 경제를 돕기로 한다. 문제는 세 살짜리 막내였다. 그 어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이 때 아이는 말하기를 자신을 침을 뱉을 수 있다고 한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하던 그때 아빠는 아이를 안아주며 ‘그것도 커다란 도움이다.’라고 말한다. 아이가 세 살인데 발달 장애를 겪으며 침을 질질 흘리거나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한다면 한 사람의 노동력을 감소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확연히 깨닫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교회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었고 엄마 아빠와 네 살 아들, 한 살배기 딸이 노래를 하는 순서가 있었다. 나머지 세 명은 열심히 노래를 했고 한 살 아이는 아빠 품에서 쿨쿨 잠을 잤다. 순서는 성공이었다. 모두들 자기 역할을 잘 해낸 것이다.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보채거나 울고불고 했더라면 어찌 그 일이 가능했겠는가?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 한 것이다.

 

지금도 시행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육청에서는 전화친절도를 조사하곤 했다. 평소 우리 학교는 늘 백 위권 언저리에 머물러 있었으나 믿을 수 없게도 어느 해에는 2위에 선정되었다. 담당 직원이 새로 채용되었던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내가 속한 조직의 취약한 부분이 아니기를 기도하며 내가 조직의 결속을 끊어 놓거나 조직을 헤치게 되기 않기를 기도한다.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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