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23.0℃흐림
  • 강릉 20.8℃흐림
  • 서울 27.9℃
  • 대전 28.0℃구름많음
  • 대구 27.6℃흐림
  • 울산 25.5℃구름많음
  • 광주 28.6℃구름조금
  • 부산 28.2℃구름조금
  • 고창 28.4℃구름조금
  • 제주 29.8℃구름많음
  • 강화 26.6℃흐림
  • 보은 23.2℃구름많음
  • 금산 27.2℃구름많음
  • 강진군 29.6℃구름많음
  • 경주시 26.8℃구름많음
  • 거제 28.6℃맑음
기상청 제공

2025.07.23 (수)

정영희의 건강한 행복

나이 들수록, 표정이 말해주는 것들


요즘 나는 거울을 자주 들여다본다. 흔히 나이 들수록 거울을 보는 횟수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이전보다 좀 더 자주 거울 속 나와 마주하려 한다. 20. 30대에도 그러지 않았던 내가 최근 들어 거울과 가까이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가족여행을 몇 해 전 일본으로 간 적이 있다. 비가 온종일 내려 그날은 유난히 단체로 움직이는게 불편한 하루였다. 한창 사춘기의 절정이었던 아이들은 가족들과 사진 찍는 걸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고, 게다가 사찰 내 걷기를 한 후 찍은 가족사진에는 그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나 또한 표정에서 어색함이 묻어나 사진이 맘에 들지 않았다.

 

함께 여행 중인 다른 가족의 사진을 찍어주며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들의 자세는 무척 자연스러웠고, 표정은 다양하였기 때문이었으리라.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듯한 자유로운 포즈로 사진을 찍는 행복한 표정이 너무 보기 좋게 느껴졌다. 그런 이유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진을 찍으면 의식적으로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친구가 얘기한 적이 있다. ‘넌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얼음공주 같아, 차가워서 다가가기가 어려워, 꼭 화난 사람 같을 때도 있고,’ 라며 말했던 기억도 떠올려본다. ‘아 그래?, 난 화 안 났는데….’ 라며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내가 어떤 표정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거울을 자주 봐서 내 표정을 체크 해야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자주 느끼곤 한다.

 

‘나이 들면 표정에 책임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얼굴이 어떻게 비칠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지 않는다면 내가 무심코 지었던 무표정한 얼굴이 상대방에게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주로 사용하는 표정이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해주는 지표와도 같다. 어떤 태도로 삶을 대했는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며 살아왔는지가 고스란히 얼굴에 표현되기 때문이다.

 

평소에 긍정적인 태도로 잘 웃는 사람은 잔주름이 있어도 얼굴빛이 밝다. 반대로 늘 긴장하고 불안해하거나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인상이 굳고, 주름이 깊다 보니 사람들로 하여금 말 걸기 어렵다는 인상을 남긴다.

 

나이가 들수록 무표정한 얼굴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거나 대화가 줄어들면서 얼굴 근육이 굳고, 표정이 사라져 건강해 보이지 않을뿐더러 실제로 기분이 나쁘지 않아도 화가 난 것처럼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와 다르게 말하지 않아도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표정도 있다. 마음이 너그럽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진심이 담긴 사람의 눈빛은 맑고 따뜻해서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우리 얼굴엔 약 43개 이상의 근육이 있으며 대부분이 표정근이라고 하여 감정표현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살아온 시간이 얼굴에 스며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 따뜻한 웃음과 너그러움을 담을 수 있다면 비록 잔주름이 늘어나더라도 그 또한 아름답게 빛날 거라 믿는다.

 

 

 

주름은 막을 수 없지만, 주름 속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굳어진 얼굴 근육도 긍정적인 감정관리와 간단한 표정 스트레칭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하니 꾸준히 해보는 것 역시 좋을 듯하다. 그래서 나도 나이가 들수록 거울을 더 자주 보려 한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오늘도 거울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려 환한 미소를 지어본다.

 


 

정영희 작가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