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7 (월)

자녀는 부모에게 온 귀한 손님이다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개별자

부모에게 자녀는 어떤 존재인가. 내 분신인가. 내 노후 보험인가. 내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뤄줄 사람인가. 답이 어그러질 때 가정의 비극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 질문을 자주 비켜간다.

 

나는 두 딸을 둔 아빠이자, 매일 병원에서 반려동물과 그 보호자를 마주하는 수의사다. 그 자리에서 오래 지켜본 게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나에게 온 작은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국 그 관계의 질을 결정한다.

 

“자녀는 부모에게 온 귀한 손님이다.”라는 말이 있다. 손님은 잠시 우리 집에 머물 뿐이다. 우리 소유가 아니다. 손님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환대뿐이다. 따뜻한 자리를 내어주고, 좋은 음식을 차려주고, 그가 자기 길로 떠날 때 응원해주는 것. 부모의 역할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자녀를 손님이 아니라 소유물로 여긴다. 내가 낳았으니 내 것이라는 무의식이 깊이 박혀 있다. 그 무의식이 행동으로 새어 나오는 순간, 부모는 자녀 인생의 운전대를 자기가 잡는다. 내 길이 곧 정답이라 믿고 자녀를 그 길에 태운다. 자녀가 다른 길로 가고 싶다고 할 때 부모는 상처받는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것이다. 부모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다. 길을 함께 보고, 길을 묻거든 답해주고, 흔들릴 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 거기까지가 부모의 자리다.

 

병원에서 비슷한 장면을 종종 본다. 어떤 보호자는 반려동물을 자기 감정의 대리물로 여긴다. 자기 외로움을 채우려고, 자기 정서를 안정시키려고. 그러다 그 동물이 늙고 병들면 못 견뎌한다. 반면 다른 보호자는 처음부터 그 동물을 독립된 한 생명으로 본다. 그 생명의 시간을 존중하고 그 시간이 끝날 때 담담히 보내준다. 두 보호자의 차이가 두 부모의 차이와 그리 다르지 않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당신이 옳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도 생각하고 아이도 생각한다. 아이도 나와 같은 한 개별적 존재다." 이 한 문장이 부모 자녀 관계의 모든 것을 압축한다. 자녀를 가르침의 대상으로만 여길 때 우리는 자녀가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손님이 아니라 미숙한 사람으로 본다. 그 시선이 자녀를 작아지게 한다.

 

미국 발달심리학자 다이애나 바움린드는 부모의 양육 방식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권위주의적 부모는 규칙과 통제를 강조하면서도 대화와 정서적 지지가 적고, 허용적 부모는 애정은 많지만 규칙과 한계를 거의 두지 않는다. 이에 비해 권위 있는 부모는 분명한 원칙과 기대를 세우되, 자녀와 충분히 대화하며 상호 존중의 관계를 지향한다. 여러 연구에서 가장 적응을 잘하는 아이는 세 번째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로 보고된다. 자유만 주고 손을 놓는 것도, 모든 걸 통제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손님을 환대한다는 건 방치가 아니다. 그가 자기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곁을 지키되, 그 길의 주인은 끝까지 그 사람임을 잊지 않는 일이다.

 

지난해 펴낸 공저 《방구석에서 혼자 읽는 직업 토크쇼》 머리말에 우리 작가들은 청소년 독자에게 이런 당부를 적었다. 시험 성적이나 부모, 주변의 조언에 떠밀려 진로를 선택하지 말기를.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재능과 소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사실 그 문장을 쓸 때 청소년보다 부모를 더 떠올렸다. 자녀가 자기 길을 고르려면, 부모가 먼저 자녀를 소유물에서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손님으로 본다는 건 무조건 거리를 두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더 정성껏 환대하라는 말이다. 손님 앞에서 우리는 함부로 굴지 않는다. 이름을 정확히 부르고, 의견을 묻고, 결정을 존중한다. 자녀에게도 그래야 한다.

자녀의 의견을 묻자. 자녀의 결정을 존중하자. 그리고 그 결정의 결과까지 자녀가 책임지게 하자. 그게 손님을 손님답게 모시는 일이고, 자녀를 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일이다.

 

손님은 언젠가 떠난다. 우리 집에 머무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부모만이 자녀와 깊이 만난다. 잠시 머무는 귀한 손님으로 자녀를 대할 때 비로소 자녀는 부모의 사랑을 부담이 아닌 응원으로 받는다.

오늘 밤 자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 번 물어보면 어떨까. 나는 이 아이를 손님으로 대하고 있는가, 소유물로 붙잡고 있는가.

 

낳은 것과 가진 것은 다르다.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박근필

 

· 수의사
· 작가,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 박근필성장연구소 소장

· 청소년 진로 직업 특강 외 다수 출강
· 데일리벳 외 다수 매체 칼럼 연재

 

[저서]
· 할퀴고 물려도 나는 수의사니까 (2023)
· 나는 매일 두 번 출근합니다 (2024)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2025)
· 방구석에서 혼자 읽는 직업 토크쇼 (2025, 공저)


[참고 링크]

부산 시청 주최 공무원 대상 특강

김해 청소년 진로 멘토링

인천 계양중학교 강연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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