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동행하는 일이다.
며칠 전 ooo 선생님이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교장으로서 그 말을 들었고
가능한 한 그대로 옮긴다.
1학년으로 내려오면
교실의 하루는 작은 사건들로 촘촘해진다.
큰 사고가 없어서가 아니다.
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나서
큰일처럼 느낄 틈이 없다.
그저 “또 하나 지나갔다”가 하루의 리듬이 된다.
내가 1학년 근무를 하던 때
유독 잊히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물을 자주 엎지르는 아이였다.
자주도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세 번을 엎지르는 아이였다.
마치 본인이 정한 루틴처럼
하루에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은 해야 오늘이 끝난다.”
처음엔 나도 반사적으로 말이 나왔다.
“조심하자 물은 들고 다닐 때 두 손으로.”
그런데 아이는 세 번째쯤 되면 이미 표정이
‘알아요’가 아니라 ‘또 해버렸네’가 된다.
알고도 되는 게 1학년이고
아는데도 안 되는 게 1학년이다.
문제는 물이 아니었다.
그 다음이었다.
아이에게 “닦자”라고 했더니 아이의 방식은 독특했다.
두르마리 휴지를 몇 칸 뜯는 게 아니라
통째로 가져와 바닥에 풀기 시작했다.
마치 교실 바닥을 ‘휴지 카펫’으로 바꾸려는 듯
물은 닦였지만 동시에 교실에는 새로운 재난이 발생했다.
나는 그날 깨달았다.
아이들은 ‘해결’보다 ‘최선’이 먼저다.
그리고 1학년의 최선은 종종 어른의 상식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아이들의 최선은 늘 서툴다.”
또 다른 아이는 도서관에서 책만 읽었다.
점심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늘 도서관에 있었다.
교실에 없으면 “도서관 있겠지”가 통했다.
그런 아이를 보면 마음이 놓인다.
“그래, 책이 아이를 지켜주네.”
그런데 학교는 늘 한 번씩 ‘반전’을 준비해 둔다.
“학교는 늘 예상보다 살아 있다.”
어느 날 누가 숨 넘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중앙화단에…!”
중앙화단
학교 한가운데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선생님들이 지나가고
학부모님들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는 그곳
그 아이가 거기서 볼일을 봤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은 아주 현실적인 계산을 시작했다.
왜 하필 거기지
왜 지금이지
도서관은 어떻게 참았지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지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꼭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너무 힘드시겠어요.”
맞다.
힘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쪽이 조금 뜨뜻해진다.
왜냐하면
교실에서 힘든 일은
‘쌓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아이들은 혼난 걸 오래 기억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1학년 아이들은 특히 그렇다.
혼난 것은 금방 흐릿해지고
칭찬받은 건 오래 남는다.
“선생님이 나한테 ‘잘했어’ 했지.”
“선생님이 나 ‘고마워’ 했지.”
“칭찬은 아이의 마음에 남는 가장 긴 문장이다.”
이런 기억은 아이들 마음에서 자꾸 반짝거린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하곤 한다.
사건의 개수로만 보면 분명 피곤한데
그 피곤을 상쇄하는 무언가가 있다.
교실은 늘 사고가 일어나지만
동시에 늘 회복도 일어난다.
얼마 전 ooo선생님을 떠올렸다.
매년 어떤 지원을 하셨다고 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꾸준히
매년
사실 교육에서 가장 귀한 건
‘한 번의 큰 결단’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귀한 것이
‘매년 하는 작은 충실함’이다.
누구나 감동적인 한 장면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자리에서
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건
다른 종류의 힘이 필요하다.
“위대한 것은 거창함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그래서 나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사건들’을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보지 않으려고 한다.
물을 세 번 엎지르는 아이도
휴지 한 통을 풀어 닦는 아이도
도서관에서 책만 읽다가
중앙화단에서 ‘대형 사고’를 치는 아이도
그 아이들은 지금 자기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 한복판에서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서 있을 뿐이다.
-교사는 앞에서 끌기보다, 옆에서 함께 걷는다.-
“선생님 너무 힘드시겠어요.”
그 말에 나는 요즘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힘들긴 한데요,
애들한테 좋은 에너지도 많이 받아요.
혼난 건 애들이 금방 잊어도 칭찬은 오래 기억하더라고요.
어쩌면 교사의 하루는 그 싸움이다.
사건이 남기려는 피로보다 칭찬이 남기려는 기억을
더 크게 만드는 일
오늘도 누군가는 물을 엎지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휴지를 통째로 풀어 닦을 것이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내가 무심코 던진 “잘했어” 한마디를
집에 가서 몇 번이고 되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일도 학교에 간다.
사건은 매일 새롭고 아이들은 매일 귀엽고
교사는 매일 다시 배운다.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떠오른 생각 한 문장^^
“학교는 아이가 자라는 곳이지만, 어른도 자라는 곳이다.”

칼럼니스트 박대훈
• 현) 태강삼육초등학교 교장
• 청주교육대학교 졸업
• 광운대학교 대학원 석사(초등영어교육)
• 전국삼육초연합회 회장
• 한국사립초연합회·서울사립초연합회 부회장
• 서울시·충청북도 수업연구 발표대회 1등급
• 충북 단재연수원 1급 정교사 연수 특강 강사
• 학교법인 삼육학원 전국 예비교사·중고등부·어린이교사 수양회 초청 강의 다수 출강
• ‘어린이 수업 집중법’ ‘부부행복세미나’‘섬기는 교육행정’강의 다수 출강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