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본격적인 시작은 달력상으로는 1월 1일부터이지만, 사실상은 3월부터가 아닐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 2월까지는 수면 아래에 있는 듯한 겨울이고, (진짜) 설날이, 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2월까지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3월 첫날이 일요일이었고 그다음 날은 공휴일이어서, 2026학년도 첫 월요일 일정은 오늘(3월 9일) 진행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저기 활기와 설렘이 넘치는 가운데 우리 언어생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환기하고 더 나은 언어생활로 향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국민들의 국어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 등을 파악하고자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를 진행한다. 작년(2025년)에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눈여겨볼 만한 몇 가지 결과들이 있어 공유하고자 한다.
※ 이하 자료 출처: 국립국어원 누리집 자료-연구 조사 자료-연구 보고서
작년까지 이 칼럼을 통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생활을 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는데,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로, 나의 그러한 강조점이 조금씩 실현돼 가고 있음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구나 잘 이해할 수 있는 표기∙표현의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공공언어 주체인 공공기관에 요구되는데, 아래 결과를 보면 공공기관 언어 난이도에서 ‘쉬운 편이다’는 올라가고, ‘쉽지 않은 편이다’는 내렸갔다. 이로써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국민들의 문해력이 향상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아마 더 크고도 분명한 요인은 공공기관의 노력이라고 본다.
‘쉽고 바른 공공언어’를 주제로 하여 강의하는 강사로서, 16세기부터 민주화 차원에서 ‘분명하고 알기 쉬운 공공언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스웨덴이 못내 부러웠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훨씬 먼저였다.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세종대왕은, 법은 나누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법률문이 어렵고 복잡한 한문과 이두로 되어 있음을 지적(1426년)하였고, 한문으로 된 법조문을 백성들에게 좀 더 쉽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신하들과 의논(1432년)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 인식이 우리 고유의 글자인 한글을 탄생하게 한 바탕이 되었다고 믿는다. 한글 창제와 보급이라는 거대한 인식 체계 변화의 동인은 세종대왕이라는 선구적 존재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분명하고 알기 쉬운 언어생활이 필수적임을 인지하고 실천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아래 결과도 의미가 있다.
왼쪽(외국 문자로만 표기되어 곤란했던 경험)과 오른쪽(외국 문자로만 표기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데, 우리가 흔히 (나로서는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있어 보인다’라고 생각하는 ‘외국 문자로만 표기하는 일’에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인 경험을 한 비율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외국 문자로만 표기하는 것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진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상대적으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율이 한 자리수로 떨어짐) 이는 우리 국민들의 언어 의식이 향상된 결과이자 공공언어 주체들이 언어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시사해 준다.
위에 제시한 세 가지 결과만 보더라도, 우리의 언어생활은 개선되고 향상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언어 쉽고 바르게 쓰기’ 주제로 강의를 가면, 강의 자료에 담기는 내용 대부분이 지적 사항(개선해야 하는 사항)이었고, 성토까지는 아니어도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그런데 요즘은 개선 결과나 칭찬할 만한 내용들도 강의 자료에 담긴다. 공공언어 사용 현장을 직접 사진 찍고 다니는 터라 그걸 보여 주면서 공감과 실천을 이끌어 낸다.
‘언어생활’의 정의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네 가지 언어 행동 면에서 본 인간의 생활’이다. ‘언어’도 생활인 만큼 특별한 일이 아니며 일상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건강을 위해서 어떤 운동을 할지,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일상에서 선택, 관리하는 것처럼 내가 쓰는 표기∙표현이 쉽고 바른지 일상에서 관리해 보자. 건강은 신경 쓰는 그 순간부터 좋아지기 시작한다는 어떤 의사의 말을 기억한다. 우리의 언어생활도 다르지 않다. 오늘 다시 한번 희망을 품고 더 나은 언어생활을 해 볼 결심을 선택해 보자.

▲ 이수연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상담연구원)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