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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 (수)

전재학의 교육이야기 12 - 오늘의 한국 교육을 비추는 다산 정약용의 교육철학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실학자이자 유학자로 한국 역사에 굵직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가 남긴 300여 권의 저서 중에는 『경제유표』, 『흠흠신서』, 『목민심서』가 대표적이며 이는 후세의 공직자들에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그가 전남 강진 땅에서 18년을 유배 생활하면서 길러낸 제자들은 그와 함께 왕성한 저술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글에서는 그가 한국 교육에 남긴 족적을 살펴보고 이 땅의 교육에 사표(師表)로 삼고자 한다.

 

한국 교육은 3년마다 치러지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와 대학 진학률 등 외형적 지표에서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였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도 해외에 나가면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최근의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밝힌 바 있다. 과거 오마바 미국 대통령도 “한국 교육을 보라”며 높은 교육열과 수준 높은 교사들이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로서의 역할을 실행했음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외 교육 현장 안팎에서는 한국 학생들의 배움의 즐거움 상실, 과도한 경쟁, 심화되는 교육격차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OECD조차 “사교육 중심 구조가 AI 역량을 악화시다”며 과도한 사교육의 실태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교육의 목적과 인간 이해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서두에서 밝힌 한국 사상가 다산 정약용의 교육철학은 오늘의 교육 현실을 성찰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자원을 제공한다.

 

정약용은 일찍이 학문과 교육을 사회 개혁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였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 역시 신분 질서와 과거 중심의 교육 체제가 고착화된 전환기였다. 정약용은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며, 교육이 소수 엘리트의 출세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을 문제 삼았다. 그의 교육관은 학문을 삶과 사회로부터 분리하지 않고, 공동체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실천성을 지니고 있다.

 

정약용 교육철학의 핵심 개념은 ‘경세치용(經世致用)’이다. 이는 학문이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의 삶을 이롭게 하는 데 쓰여야 한다는 관점으로, 지식의 유용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학교 교육에서 다루어지는 많은 지식이 입시 이후 급속히 소멸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 개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다산이 우리 교육에 전하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역량 중심 교육, 융합 교육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정약용은 인간을 수동적 교화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 그는 교육자의 역할을 지식을 주입하는 권위자로 규정하지 않고, 학습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책임 있는 안내자로 이해하였다. 이는 오늘날 교사를 성과 관리와 평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에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게 만들고 있다.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존중될 때, 학생의 배움 역시 살아난다는 점에서 그의 관점은 현대 교육정책 논의에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정약용 사상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교육의 공공성과 형평성에 대한 인식이다. 그는 신분과 배경에 따라 인재 양성의 기회가 제한되는 구조를 비판하며, 사회 전반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계층에서 인재가 길러져야 한다고 보았다. 마치 2,500년 전 공자가 ‘유교무류(有敎無類)’를 주장하며 신분에 따른 차별 없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던 것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러한 사상은 지역·계층 간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교육 정의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다산 정약용의 교육철학은 제도의 세부 설계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교육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배움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라는 물음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성찰 없이 교육 문제를 기술적으로만 접근한다면, 개혁은 반복되는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상은 한국 교육이 다시 인간과 공동체를 향한 본래의 길을 모색하는 데 깊은 철학적 좌표가 될 것이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