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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8 (월)

전재학의 교육이야기 8 - 혐오 사상에 대한 동서양의 교육적 대응책

오늘날 온통 혐오와 배제가 정치적·사회적 불안과 결합하며 급속히 확산되는 시대에 교육은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다음 세대에 가르쳐야 하는가? 혐오는 어느 한 집단에 대한 단편적 감정이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재생산되는 학습된 태도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의 책무는 더욱 절실해징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가벼운 ‘인식 개선’이 아니라, 혐오의 확산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교육 대책이다. 이에 대한 동서양의 사례는 우리에게 충분한 통찰을 제공한다.

 

먼저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시민성 교육(civic education)’을 혐오 예방의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 대표적으로 핀란드는 ‘다양성 역량(diversity competence)’을 국가 교육과정에 명시하고, 초·중학교 단계에서 학생들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사회적 편견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수업을 정규 교육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토론•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타인의 권리와 사회적 약자 보호 원칙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여러 주(州)가 ‘안티헤이트(anti-hate) 교육법’을 제정해 인종•민족•종교 혐오에 대응하는 교육을 학교 의무과정으로 편성하고, 교사 연수를 국가와 주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는 혐오 문제를 민주주의 교육의 핵심으로 다루는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양에서도 의미 있는 교육적 접근이 적지 않다. 일본은 과거 혐한 시위가 사회 문제로 비화하자,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 공생 교육’을 강화하여 인간의 존엄과 공존을 중심 가치로 재편해 왔다. 중국 또한 지역에 따라 민족 다양성 이해 교육을 확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대만은 초등학교부터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강화하여 혐오•가짜정보 대응 역량을 기초 소양으로 가르치고 있다. 동양의 사례들은 전통적인 공동체 가치와 현대 민주주의 원칙을 결합해 혐오를 예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동서양의 해외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혐오를 막는 교육은 단순히 ‘선한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분석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구조적 사고를 기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 교육도 당장 착수해야 할 과제는 다은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다.

 

첫째, 학교 교육의 핵심 가치로 ‘인간 존엄 교육’을 재정립해야 한다. 과거의 인권 교육이 종종 행사 중심의 형식으로 머물렀다면, 이제는 교과 간 통합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 구조 속에 인간의 존엄 개념을 깊이 심어야 한다. 역사•사회 교과에서는 혐오가 반복된 사회의 실패를 분석하고, 문학•예술에서는 타인의 감정과 삶을 공감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에서처럼 학교 차원의 ‘다양성 프로젝트’ 운영도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사 교육의 체계적 강화가 필수적이다. 핀란드와 일본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강점은 교사가 혐오 표현을 판별하고 개입하는 전문성을 갖추도록 국가 차원의 연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우리 역시 예비교사 양성과정부터 혐오 감수성, 갈등 조정, 디지털 시민성 교육 등을 필수화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혐오를 심판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들이 갈등을 조율하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전문가여야 한다.

 

셋째, 학교 안에 ‘안전한 담론 공간’을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서양의 많은 학교들이 ‘원탁 대화(circles)’나 ‘학생 협의 포럼’을 운영하는 것처럼, 우리의 학교도 학생들이 차이와 갈등을 안전하게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혐오는 침묵과 무지에서 커진다. 따라서 학교에서 정기적이고 교육적으로 설계된 대화와 소통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타인을 이해하는 실제적 연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강화해야 한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만 등은 이미 초등 단계부터 온라인 혐오 대응 역량을 필수 교과로 편성했다. 우리 역시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마주하는 혐오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이해하며, 타인의 안전을 고려해 행동하는 법을 배우도록 실천형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

 

다섯째, 가정•지역사회•미디어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교육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혐오 예방 교육이 효과를 거둘 때는 사회 전체가 같은 메시지를 보낼 때였다. 학교에서 인간의 존엄에 대해 배우고, 가정에서 공존을 확인하고, 지역에서 연대의 언어를 경험하는 삼위일체 상태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혐오 대신 존엄의 문법을 삶의 규범으로 내면화하는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결국 혐오의 시대일수록 교육은 더욱 근본적인 힘을 발휘해야 한다. 이는 이미 동서양의 다양한 사례가 보여주듯, 혐오 예방 교육은 사회 전체의 품격을 지키는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교육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가 살아갈 사회의 윤리가 결정된다. 이제 우리는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더 이상 혐오가 아닌 존엄을, 배제가 아닌 공존을 가르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교육이 사회에 건넬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대책이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