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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2 (화)

정영희의 건강한 행복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 시간의 엘리베이터 안,

문이 닫힐 때쯤 멀리서 뛰어오는 인기척이 들립니다. 저는 누군지 모를 그를 위해 잠시 기다려봅니다.

고맙다며 수줍은 인사를 건네는 이는 위층에 사는 초등학생 여자아이였습니다.

짊어진 가방의 무게로 허리춤까지 내려온 그의 가방이 제 눈에는 안쓰럽게 보이기만 합니다.

아마도 학원에 다녀오는 듯합니다.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학생을 바라보다 어린 시절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저는 학교가 마치면 가방을 던져두고 친구들이랑 노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또래뿐 아니라 동네 언니, 오빠들 모두가 친구가 되었습니다.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밖에서 뛰어 놀다 어둑해져서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런 날은 반찬이 없어도 꿀맛이었고, 신나게 놀았기에 피곤함으로 일찍 꿈나라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꼬마 숙녀와의 짧은 눈 맞춤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저는 집으로 들어옵니다. 불이 켜진 아이 방을 조심스레 열어봅니다. 시험 준비로 요즘 피곤하였던지 교복을 입은 채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씻고 자라고 하고 싶었지만, 항상 잠이 부족한 아이라 조용히 불을 끄고 나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언제 행복할지 혼자 식탁에 앉아 생각을 하나씩 담아봅니다. 성적이 잘 나오면 행복할까, SNS에 올린 자신의 글에 하트 수가 많으면 행복할까?

 

행복한 삶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요즘 저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지내지만 참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여전히 회사에 다니고, 여러 역할을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그들만을 위해 저의 모든 에너지를 쏟지는 않습니다. 이젠 저를 위한 시간에도 인색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을 위해 운동하고,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그리고 배워 가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느냐고, 지금 그걸 배워서 뭘 하겠냐고, 하지만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순간을 만나는 일은 저에겐 큰 기쁨입니다.

 

40대 후반부터 책을 읽으며 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물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에 다가설 수 있는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고, 알아가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사회가 정해 놓은 행복의 기준이 아니라 제가 정하고, 발견하는 행복의 크기로 말이죠.

 

아이들도 저와 같은 감정을 느꼈으면 합니다. 누군가와 경쟁해서 이기는 잠시의 행복감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 원하는 삶을 찾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진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