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지 우리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앞으로의 세상은 예측할 수 없다”는 우려와 두려움을 표명하면서 이 말이 하나의 명제로 확고한 위상을 굳혀 왔다. 이제 이 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경고성 현실이 되었다.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 기후위기, 팬데믹, 전쟁과 관세 협상 등 경제 불안정 등,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며, 오늘의 ‘상식’이 내일의 ‘과거’가 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안목과 비전을 품은 인재를 길러야 할까?
■ ‘정답’보다 ‘질문’을 가르치는 교육
과거의 교육-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문제집에는 늘 하나의 답이 있었고, 그 답을 빠르고 정확히 찾는 학생이 우수한 인재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은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ChatGPT와 같은 AI가 글을 쓰고,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세상에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 ‘새로운 질문 던지기’다.
북유럽의 교육 선진국 핀란드의 경우 고등학교에서는 일찍부터 과목 중심 수업이 아니라 ‘주제 중심 프로젝트 학습’을 도입했다. 예컨대 “기후위기 속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은 과학·사회·예술을 넘나들며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탐구의 과정’이다. 불확실한 시대의 교육은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고 질문하며, 세상과 연결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실패를 허용하는 교실
불확실성의 본질은 ‘실패 가능성’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시험에서의 실수, 입시의 낙방, 진로 선택의 오판은 낙인이 되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배움은 실패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은 채용 면접에서 “당신은 어떤 실패를 경험했는가?”를 묻는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실패 전시회’를 연다. 수학 문제를 틀렸던 이유, 발표 중에 긴장해서 말을 잊었던 경험 등을 서로 나누며, 실패를 ‘부끄러움’이 아닌 ‘성장의 기록’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문화가 아이들을 더 용기 있게, 더 유연하게 만든다. 최근 국내의 대표적인 이공계 선두 주자인 KAIST에서는 “실패 발표 대회”를 운영하며 많은 호응과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 지식의 양보다 관계의 깊이
AI가 지식을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전달해 주는 시대에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힘은 ‘관계’다.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 시간보다 쉬는 시간에 더 많은 교육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아이들과 함께 매점에 가고, 운동장 벤치에 앉아 이야기하며, 그들의 고민을 듣는 것이야말로 진짜 교육이라 했다. 그 교실의 학생들은 성적이 높지 않아도 서로를 존중하고, 문제 상황에서 협력하는 법을 배웠다. 지식은 검색으로 얻을 수 있지만, 이처럼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경험과 관계 속에서만 길러진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힘은 결국 ‘함께 살아가는 감수성’이라 할 수 있다.
■ 교육의 비전, ‘유연한 인간’을 기르는 것
앞으로의 사회는 직업의 경계가 사라지고, 기술은 끊임없이 바뀔 것이다. 10년 뒤 존재할 직업의 절반은 지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인간상은 단 하나의 길만 걷는 ‘전문가(Specialist)’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배우고 전환할 줄 아는 ‘유연한 학습자’이자 ‘통합적 인간(Generalist)’이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내가 대학에서 배운 전공은 지금 내 일과 거의 관련이 없다. 하지만 배움의 태도는 여전히 내 삶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지식을 외우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다시 배우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야말로 미래의 생존력임을 방증하고 있다.
■ 이 글을 맺으며
불확실성은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지만, 동시에 가능성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예측 가능한 안전한 길’ 대신,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 교육은 더 이상 정해진 답을 주는 과정이 아니라, 세상에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그것이다.
미국의 민중 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로 유명한 시인이다. 우리는 그가 오래전에 남긴 이 시에서 불확실성의 이 시대에 우리 개개인에게 필요한 자세와 태도는 과연 어떤 것인가를 숙고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의 우리 교육이 갈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 또는 북극성과 같은 향도(嚮導)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전재학 칼럼니스트
전재학 칼럼니스트는 지난 40년간 일선 중등학교에서 봉직하고 23년 8월에 교장으로 퇴임하고 현재 활발한 교육언론인으로 활동중이다.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