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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0 (수)

공투맘의 제2의 인생극장

이제야 마음에서 보이는 사랑


주말이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어린 나와 단둘이 외출하셨다. 어디든 장소는 상관없었다. 외롭지 말라고, 늦둥이 막내딸을 위해 주말마다 시간을 내어 나들이를 준비해 주신 거였다.

그날도 놀이동산에 아버지와 단둘이 나들이를 가게 되었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으셨을 텐데 딸의 기분에 맞추어 함께 뛰고 웃으며 사진도 많이 찍어 주셨다.

 

점심시간이 되자, 다른 가족들이 함께 모여 도란도란 밥 먹는 모습에 괜시리 어린 나의 시선이 멈췄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도 그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나를 본 아버지는 내가 가질 감정을 미리 아시는 듯, 뻘뻘 땀을 흘리며 온갖 먹을 것을 사서 내 앞에 가져다주셨다. 이렇게라도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해 속상할 마음이 풀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 모습이, 그 마음이 아직도 선명히 내 가슴 속에 그려져 있다.

 

남들 눈엔 부족했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세상 그 누구보다 완벽했던 아버지. 지금은 그 다정한 모습을 눈물로 그려 보아도 볼 수 없지만, 그때의 기억 하나만으로도 내 마음은 따뜻해지고 미소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달랐다. 늘 바쁘고, 앞만 보고 달려가던 분이셨다. 보험 영업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 '보험왕'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으셨다. 하지만 그만큼 바쁘셨기에 가족은 1순위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노력을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셨고 때로는 날이 선 말로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땐 어머니가 왜 그렇게 버겁게 살아야만 했는지 몰랐다. 하지만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후, 그 오랜 시간 동안 병간호에 전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그렇게 버겁게 살아가는 방식만이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방어기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멀어져 있던 어머니와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했다. 서로 나이를 먹어가며 이해할 수 있는 ‘여유’라는 선물을 얻게 된 것 같다.

 

그 선물상자를 열 수 있는 열쇠는 무엇일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따스한 차 한 잔을 입안으로 삼키는 순간 정답을 알 수 있었다.

 

병원에 계셔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어머니에게 전화기 너머로 전했던 말,

 

"별일 없지? 잘 지냈어? 아빠는 괜찮아?"

 

이 말들에는 온도가 없다. 사랑이 묻어나 있지 않다. 이제서야 고백하지만 말이다. 그때 정말 필요했던 말은 "사랑해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보고 싶었어요."가 아니었을지…… 뒤늦은 독백이 오늘에서야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아버지의 병원 생활 동안에는 그나마 자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고, 그럴 때마다 말없이 환히 웃으시던 모습이 눈을 감으면 아직도 떠오른다. ​매일 보는 가족이라 쑥스러워 표현 못 한다는 건 변명일 뿐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사랑 표현은 습관이라 하다 보면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법임을.

 

더 늦지 않을 때 해야 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쩌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인 것들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님의 어깨는 점점 내려오고, 이제는 내가 그들의 그늘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의무를 부여받은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닌, 친구처럼 편안하게 바라보고 웃어드릴 수 있는 존재로 곁에 있고 싶다. 서로를 꾸미지 않아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 순간, 비로소 진짜 가족이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엔 몰랐던 그 사랑의 형태가 이제야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의 뜻을 이해한다는 지천명이 가까이 되어서야 말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효도는 부모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제야 깨달은 작은 지혜,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자주 말해야겠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그 시절을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 약력

· 공투맘의 북랜드 온라인 커뮤니티 대표

· 행복학교 자문위원

· 작가

· 온라인 리더 전문 교육 강사

· 2025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