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멈춤이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 역시 생각지 못한 순간에 멈춤과 함께 하게 되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남편과 함께 소소하지만, 행복하게 운영하던 학원이 멈춰 섰다. 생각하기도 힘든 시간, 우리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터전이, 우리 부부가 힘들게 일구어 놓은 장소가 한순간에 멈춰버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단지 학원만 멈추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통장의 흐름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웃음소리도 함께 멈춘 시간들... ...
‘각자 일하고 있었더라면 달라졌을까?’
‘아이들 교육비는 어떻게 하면 좋지?’
말수가 없는 남편의 마음은 미처 헤아리지도 못한 채, 나는 그저 함께 일하고자 했었던 결정이 마냥 후회스러웠다. 그때 그 사람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지금 돌아보면 미안한 감정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만 하다. 하지만 당장 생계를 책임지고 아이들의 학원비조차 빠듯했던 시간들 사이에서 남편의 감정마저 살뜰히 돌보기란 힘든 일이었다. 단지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면 선택지가 하나 더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내 머리에 맴돌았다. 아이들의 꿈을 부모로서 도와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할 때면 그저 주저앉고만 싶었다.
예상치 못한 일로 멈추어 선 순간, 처음으로 내 삶의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었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쉼 없이 바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았는지 아무런 대답조차 할 수가 없었다. 엄마, 아내, 며느리, 딸이라는 여러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그 안에는 내가 없었다. 늘 누군가를 돌보면서도, ‘그래도 나는 괜찮아.’라는 힘없는 위로로 내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만 있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돌이켜보더라도 그리 아쉬움이 남는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젠 예전처럼 살아갈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멈춰진 시간을 보내며 “이제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질문이 떠올랐다고 해서 답을 금세 찾을 수 있지는 않았다. 익숙한 방식으로 살아오는 과정에도 크게 문제는 없었기에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은 나를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 수 없게 만들었고, 결국 내가 선택해 온 결과와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했다.
“멈춰선 시간 동안, 나는 어떤 사람인지부터 깊이 들여다보자.”
처음에는 이 멈춤이 너무 두려웠다. 2~3개월 동안 학원 운영이 중단되면서 통장 잔고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불안함, 그 자체였다. 그와 더불어 내가 가진 능력이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스스로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끊임없이 나를 시험대 위로 올려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려움을 뚫고, 내가 진짜 바라는 일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예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을 좋아했고, 흐트러짐 없이 순서를 지켜 나가는 것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바로 나이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러웠지만,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면 끝까지 돕고 싶어 하는 마음도 내면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코로나 이전의 나를 알던 사람들이 지금 내 모습을 보게 된다면, 아마 깜짝 놀랄 만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의도치 않았던 그 멈춤이 없었다면 나에게 또 다른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어쩌면 갈대처럼 다시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그 멈춤의 시간 덕분에 내 안에 숨어 있던 나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들도 다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힘들다는 감정의 무게에 눌러 내일이 보이지 않았던 그 시간들 속에서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펼칠 기회를 선물한 ‘의도치 않은 멈춤’. 나는 그 시간을 영원히 고마워하며 기억할 것이다.

박춘이 작가
◆ 약력
· 공투맘의 북랜드 온라인 커뮤니티 대표
· 행복학교 자문위원
· 작가
· 온라인 리더 전문 교육 강사
· 2025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