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퇴근 후 집에 들어갈 때 엘리베이터를 탈까 계단으로 올라갈까 궁리를 할 수 있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전혀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하반신이 불구인 나는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화장실을 찾아 헤매고 2층에 있는 식당을 가지 못해 좌절하며 돌아섰습니다. 나는 한 때 이런 처지를 비관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하던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는 장래가 유망하던 목사였습니다. 어느 해 청년들을 데리고 캠프에 참가했는데 마치는 날 폭포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목뼈가 골절되는 바람에 전신마비가 되었습니다. 선배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이보게 나는 티슈 한 장을 뽑기 위해 꼬박 7년을 피나는 연습을 했다네. 티슈 한 장을 뽑기 위해서 말일세.’ 여러분, 당신들에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열망일 수 있습니다. 한 순간도 한 가지 일도 아무 생각 없이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떠한 낭비도 해서는 안 됩니다.” 강연을 듣는 내내 숙연해졌다.
오늘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꽤 비싼 음식을 먹으면서도 맛이 별로라고 투덜거리고 구직을 위해 수백 통의 이력서를 제출하고 가슴 태우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법 괜찮은 직장임에도 일이 힘들다고 투덜거리고 하루 24시간이 야속한 사람도 부지기수인데 주말이 지루하다고 투덜거리고 자식을 낳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며 온갖 시술이며 온갖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가슴에 묻고 죽지 못해 사는 사람도 많은데 자식이 속을 썩인다고 투덜거리고 .... 날씨가 좋지 않아 교회 가기 싫다고 투덜거리고 ....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사무치게 부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살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운 하루다. 정말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며 감사히 살아야겠다. 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 하나가 의례적인 건강검진에서 암 판정을 받았다. 그에게는 어제까지의 일상이 더 이상 하찮은 것이 아니게 되었다.
“시시각각 죽음에 가까워짐을 알아서 하루의 시간을 가지고 값을 논할 수 있게 된다면 어찌 지혜롭지 않겠는가? 설령 수명이 대단히 길다 해도 몹시 아껴 쓰지 않으면 반드시 마땅히 해야 할 일에 힘쓰기에도 부족하다. 하물며 함부로 써서 덕을 어그러뜨리는 일이나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일에 힘쓰는 것이야 말로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러므로 재물에 인색한 것은 소인의 잘못이고, 시간에 인색한 것은 군자의 덕이다.” -세네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은 절대로 없다. 다만 내가 하찮다고 여길 뿐이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산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어느 날 할머니가 손자에게 수수께끼를 냈다. “옛날에 어떤 선비가 산길을 가다가 커다란 호랑이를 만났단다. 너무 놀란 선비는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지- 그런데 흘깃 보니 호랑이도 기도를 하더라는 구나- 호랑이는 무어라고 기도를 했느냐 하며는 ‘맛있는 점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랬지- 하나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으셨을까?” “할머니, 선비는 어떻게 되었어요?” 궁금해진 손자가 졸라도 대답을 안 해 주시던 할머니는 한참 후에야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호랑이가 선비를 맛있게 먹었단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가 요청하는 기도도 들어주시지만 감사기도를 좋아하시기 때문이란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소금에 대해 물었다. 각양각색의 대답이 나온 가운데 한 아이는 “그것이 빠지면 엄마의 감자 요리를 망치는 거예요.” 하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기뻐하며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감사도 소금과 같아요. 그것이 빠지면 우리 삶을 망치게 됩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시골집에는 마당 한 켠에 오래된 우물이 있다. 혹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던 우물이다. 그러나 지금은 말라 버렸다. 오래도록 퍼내지 않았으므로 물줄기가 막힌 것이다. 감사도 이와 같다.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