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경에 정작 뉴스에는 언급이 전혀 없는데 인터넷 블로그들에는 ‘손흥민 선수와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식적으로 만났다 그리고 손흥민 선수의 짧은 한 마디가 트럼프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는 이야기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내용인즉 왜 미국의 젊은이들이 손흥민에 열광하는지 알고 싶었다는 것이고 그 이유를 묻는 트럼프에게 손흥민은 자신이 축구를 잘 해서가 아니라 남들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기 중에 저는 많은 것들을 경험합니다. 거친 태클, 야유, 때로는 인종 차별적인 발언도 듣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봅니다. 화를 낼까? 대응할까? 포기할까? 저는 침묵합니다. 그리고 다음 골을 넣습니다. 왜냐하면 싸움은 나를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나를 증명합니다."
법정 싸움, 언론 싸움, 정치 싸움 등 평생 '싸움'으로 자신을 증명해 온 트럼프는 그 밀을 수긍하기 어려웠고 "그럼, 너는 약한 거 아니냐? 대응하지 않으면 세상은 널 약하다고 볼 거야." 하고 반문했다. 그는 평생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해 온 사람이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은 틀린 것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믿었다. 그의 모든 정치 철학이 그 위에 세워져 있었다. "미국 우선주의 ", "강한 미국", "다시 위대한 미국". 그러나 손흥민은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말했고 그것이 트럼프에게 울림을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말에 ‘다르다’ 와 ‘틀리다’가 있다. 물론 이 둘은 쓰임이 ‘다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쓰다 보니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상대방의 생각과 내 생각의 차이를 ‘다르다’고 보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이 ‘틀리다’고 보는 것이 문제이다. 반면에 자신이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언행이 남들과 단순히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박지원의 연암집에 소개된 조선시대의 천재 시인 임제의 일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하루는 임제가 말을 타고 외출을 하는데 한 쪽 발에는 짚신을, 다른 쪽 발에는 가죽신을 신었다. 이를 염려하는 하인에게 임제가 말하기를 “걱정할 것 없다. 이쪽에서 보는 사람은 내가 짚신을 신은 줄 알 것이고 반대쪽 에서는 가죽신을 신은 줄 알 것이니-” 했다는 거다. 내가 보는 것이 다는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주장을 하기 전에 일의 전모를 먼저 파악하라는 일침인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하는 의문에 대해 스스로에게 자신 있게 그러하다는 대답을 못한다. 흡연율, 자살률, 주류 소비, 교통사고율 등의 각종 부정적인 수치(數値)에다 근래에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마약 환자도 그렇지만 국가의 주요 정책 입안이라든가 국가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단 한 번도 협치를 본 기억이 없다. 우리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능력이 부족하다. 오직 내 생각이 옳고 상대방의 의견은 무조건 내 의견에 굴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합리적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와 트집 잡기가 주요 정책이라고 한다면 기대할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것을 보고 자라서 기성세대가 된다. 원리원칙은 교과서에만 존재하고 수능시험을 끝으로 효력은 끝이 난다. 이러한 악순환은 세대를 이어 거듭된다.
한국인의 나쁜 습성을 풍자하는 속담에 ‘독 속의 게’라는 속담이 있다. 구럭이 낮은 데도 불구하고 게들은 그곳을 빠져 나올 수가 없다. 하나가 기어오르면 다른 녀석이 붙들고 늘어지는 바람에 함께 굴러 떨어지고 만다. 어떤 민족들은 둘이 모이면 ‘우리당’ 하나인데 우리는 둘이 모여서 당을 셋이나 만든다고 한다. ‘우리당’, ‘네 당’, ‘내 당’이 그것이다. 동인, 서인, 남인, 북인, 노론, 소론.....마치 건강한 세포처럼 왕성한 분열을 거듭한다. 그러다가 임진왜란을 맞았고 병자호란 때는 전란의 와중에서도 ‘주화파’ ‘척화파’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리고 경술국치를 맞을 때까지 아니, 지금도 그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모든 이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우리는 정말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는 것일까?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