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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1 (수)

최홍석 칼럼 - 결핍(缺乏)과 지족(知足)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가졌으나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미모가 출중했고 왕비였다. 그런 그녀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손거울이었다. 그녀는 거울에게 수시로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누구인지를 물었고 바로 ‘당신’이라는 대답을 들어야만 안도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당신이라는 대답 대신 ‘백설 공주’라는 거울의 대답은 그녀를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빠뜨렸다. 그때부터 그녀의 삶의 목표는 오로지 백설 공주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번민의 밤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계속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일생을 보낸다. 손거울이 문제였을까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문제였을까.

 

나에게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 좀 더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대다수의 것으로 많이 가진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무언가의 결핍은 지난(至難)한 삶을 더욱 공허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이 물질의 결핍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영혼의 결핍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결핍된 영혼은 물질로 채울 수 없으며 설사 많은 물질이 주어진다 해도 행복을 안겨주진 않는다. 장례식에서 슬픈 울음이 나는 곳은 가난한 집이고 고성이 들리는 집은 부잣집이라는 씁쓸한 이야기가 있다. 고인을 향한 애도 보다는 유산 분배가 시급한 것이다.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서도 부자가 되려가든 많이 갖기를 원하지 말고 가진 것에 만족하라고 했거니와 우리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것을 가지는 것 보다 가진 것을 누릴 줄 아는 영혼이다. 존 스타인백의 말처럼 풍요는 오히려 패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인간은 이상한 종이다. 인간은 신과 자연이 주는 건 풍요로움만 빼고 뭐든 다 참아낸다. 내가 한 나라를 망하게 하고 싶다면, 그 나라에 너무 많은 걸 줘서 무릎 꿇릴 수 있다. 그들은 우울해지고, 탐욕스러워지면서 병이 들 것이다.” - 존 스타인벡 -

 

행복지수는 부와 비례하지 않으며 건강한 영혼과 동행한다. 전깃불 대신 반디불이를 벗 삼고 네온사인 대신 모닥불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할 수 있는 이유이다. 실제로 행복한 것은 문명세계이지만 만족을 느낄 수 없는 그들의 병은 영혼의 결핍이다.

 

한 선교사가 인도네시아의 밀림에 사는 부족에게 갔더니 그들은 돌도끼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교사는 쇠도끼를 선물했다. 원주민들은 환호하며 좋아했다. 몇 년이 지나고 선교사는 다시 그 부족을 찾아갔다. 삶의 질이 현저히 나아졌을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다시 돌도끼를 사용하고 있었고 삶의 형태는 여전했다. 선교사가 의아해 하자 추장은 설명을 했다. ‘쇠도끼가 편리하고 능률적이기는 하나 많은 나무를 잘라 부가 축적되고 여가가 늘어나자 게을러지고 타락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러나 행복하지는 않았다는 것, 그래서 쇠도끼를 버렸다’고 말이다.

 

“부탄 사람들이 매일 드리는 기도가 뭔지 아세요? ” “글쎄요. 가족에 대한 걱정? 재물에 대한 기도? ” “틀렸어요. 자신의 부귀영화도 아니고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도 아닌 오로지 자연이 그대로 있기를 원하는 기도에요.”

 

행복뿐만 아니라 고통도 그렇다. “우리가 밖에서 오는 고통을 더 크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정말 고통 없이 살아야 한다는, 고통을 겪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환상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고통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잘못된 표상이며, 이로 인해 우리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다.” - 안젤름 그륀의《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중에서 - 살다보면 고통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러나 정작 견디기 힘든 것은 밖에서 오는 고통이 아니라 내면에서 내가 만들어 내는 고통이란다. ‘영혼의 결핍’ 그것이 정말 문제다.

 

성서에서도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탐욕스런 인간은 신앙마저도 유익의 재료로 생각하기 때문에 교회 안에 다툼이 일어나는 것이고 만족할 줄 알 때에야 비로소 신앙이 큰 이익이 된다. 그리고 신앙마저도 이익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다툼이 그칠 날이 없다. 그러나 만족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사는 사람에게 신앙은 큰 유익이 된다(현대인의 성경 딤전6:5,6).” 소위 신앙공동체인 기독교나 불교계나 간에 다툼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우리는 왜곡된 욕망이 개인과 사회를 넘어 국가를 위태롭게 하기도 하고 인류를 도탄에 빠뜨리기도 하는 것을 역사에서 숱하게 보았고 지금도 겪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가졌던 결핍을 느낀다면 지족(知足)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이것을 가르쳐야 한다.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