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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30 (수)

정영희의 건강한 행복

나의 감정과 피의 흐름


유난히 퇴근길이 피곤할 때가 있다. 평소에 흘려 들었을 말이라도 그럴 땐 툭 던지는 어머님의 말 한마디가 내 안에 비수로 박힐 때가 있다. 나쁜 의도로 말씀하신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 그 순간 머리가 멍해지며 생각은 멈춘다.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해 보지만 나의 감정 상태에 따라 이미 몸 안의 혈액의 흐름도 순식간에 변함을 느낀다. 혈류가 빠르게 돌며 심장은 두근거리고, 얼굴은 욹으락 붉으락 해지는 것을 감출 수가 없다.

 

물론 나 역시 그런 경우가 있다. 무심코 던진 말이었는데 친구가 많이 서운했다고 뒤늦게서야 말해줘서 당황한 적 말이다. 그럼 나는 말 한다. “아니 그냥 한 말인데, 뭘 그런 일로 그래?" 라며 그의 감정을 종종 무시하기도 한다. 마치 상대가 예민해서 그런 것이지 난 잘못이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이렇듯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피가 거꾸로 솟는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등 우리 몸은 감정에 따라 여러 가지 신체적 반응을 나타낸다.

우선 그 감정이 일어나는 진짜 이유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이러한 감정은 어디서 오는지, 그 뿌리는 무엇인지?

 

분노는 나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발생한다. 상대에게 기대했던 바가 실현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분노라는 감정으로 표현을 한다. 힘들었던 하루를 마치고 집에 왔을 때 “그래 수고했다. 배고프지?”라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어머님께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온화한 표정과 함께.

 

아무리 불편한 말을 해야 할 순간이라 해도, 피곤함에 지쳐 퇴근해 오는 며느리의 얼굴을 보자마자 하시는 건 아닌 듯하다. 차라리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식사 후, 천천히 하셔도 되지 않았을까?.

 

이러한 나의 바람을 외면하듯, 어머님의 어두운 표정은 퇴근 인사를 대신한다.

주인이 없는 듯한 그 냉랭한 말들은 지친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결국 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르게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이때는 나도 당신을 이해하기 힘들게 되고 나의 관점에서만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

 

화가 날 때 혈액은 폭발적으로 빠르게 흐른다. 대표적인 고혈압을 일으키는 감정이며 이때 심장은 더 빨리 뛰고, 혈관은 수축하며 얼굴이 붉어지게 된다.

불안할 때는 혈류가 소화기관에서 빠져나와 필수적인 장기와 근육으로 집중된다. 그래서 심장이 뛰며 손발은 차가워지는 것이다.

 

 

슬플 때는 어떤가? 이때는 피가 천천히 흐른다. 슬픔은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켜 심박 수를 낮추고 혈류 속도를 감소시킨다. 이는 말초혈류의 감소로 이어져 손발이 차가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달리 긍정적인 감정인 기쁨은 혈류의 흐름 상태가 가장 부드럽고 안정적인 상태로 흐른다. 말초까지 혈액이 잘 흘러 혈색이 좋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말수가 적어지고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적극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물론 무조건 참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감정을 억누르다 보면 어느 순간 차고 넘쳐서 용수철처럼 튕겨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감추어두었던 감정까지 쏟아지기 때문에 상대는 말한다.” 너 오늘 왜 그래 ‘ 꼭 다른 사람 같아’라며.

 

그래서 나는 제안한다. 분노가 일어난다면 멀리서 바라보고, 나의 욕구가 무엇인지 상대에게 정중히 요청하는 것이다. 감정에 따라 혈류의 흐름이 변하듯,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니 마음 상태를 잘 살피고 보듬어 줘야 할 것 같다. 만약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면 더 이상 그 감정이 증폭되지 않도록 말이다. 이 글을 생각해보며 내가 느낀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올려본다. 분노는 어쩌면 관심과 사랑받고 싶은 나의 내면의 결핍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영희 작가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