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에게 쉽지 않은 첫걸음

“드르릉”
차의 시동을 켜고, 운전대를 잡는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천천히 떼며, 주차장을 몇 바퀴 돌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
좀처럼 늘지 않는 운전실력은 내가 겁이 많아서인지,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차 산지가 언제인데. 아직 혼자서 운전이 힘들면 어떡해?”하며 걱정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의 운전실력은 1년이 넘도록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작 시동을 거는 게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이니 말이다. 아직도 운전석에 앉는 것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나도 괜찮게 운전을 하는 날이 올까.’하는 생각과 함께 주차장을 나오다 불현듯, 빈센트 반 고흐의 첫걸음(first step)이 떠올랐다. 아기의 첫 발짝을 떼는 순간의 광경을 그린 것으로, 평소 고흐가 보여주었던 화풍과는 사뭇 다르게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진 그림이다.
고흐의 첫걸음은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밭을 갈던 아버지는 이제 막 첫걸음을 떼는 자식을 보며,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를 향해 팔을 뻗는다. 아이의 어머니는 혹여나 넘어질까 뒤에서 아이를 잡아주며, 발걸음이 나아갈 수 있도록 부축하고 있다.
이 그림에서 부모와 아이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묘사된 장면만으로도 감탄과 사랑이 가득함을 알 수 있다. 아이의 첫걸음에 놀라워하며 그 모습을 뿌듯해하는. 그리고 격려했을 모습을 생각하니 고흐의 그림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다.
‘그래 아직은 미숙하기 짝이 없지만, 어쩌면 나도. 네 바퀴에 의지해서 첫걸음을 떼고 있는 중일지 몰라.’자연스레 나를 위로하게 된다.
아이는 걸음을 배울 때, 천 번 이상을 넘어진다고 한다. 그렇게 넘어지고도, 다시 무릎을 세워 일어나고, 다시 쿵. 하고 넘어지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어느 순간 일어서게 된다. 동물들은 태어난 지 몇 시간이 되지 않아, 이내 걸을 수 있다고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배우는 중인 나에게는 아이가 걸음을 떼는 과정처럼, 견딤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한번 걸을 수 있는 아이는 걷지 못했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된다. 내가 지금 운전을 하는 것이 세상 낯설게만 느껴지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은 나의 확신이자 바람이다.
어린 시절,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두 바퀴에 의지해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그렇게 힘들 수 가없었다. 동네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부러워, 옆집 오빠 자전거를 빌려다가 저녁마다 연습을 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이 넘어지고, 무릎을 다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람을 느끼며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내 모습을 마주했는데, 그때의 해방감과 통쾌함이란. 마음 저편에서 잊히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자전거를 다시 타던 날.‘과연 예전처럼 다시 탈 수 있을까?’하고 의심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몇 번을 비틀거리다 이내 잘 타고 달리는 나를 보고는 안도감과‘역시. 죽지 않았어.’하는 나에 대한 믿음이 은연중에 솟아났었다.
언제나 처음은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을 시작했다는 것은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은 것이 아닐까. 단지 처음. 시작이 힘들 뿐.
얼마나 더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곧 혼자 밤 드라이브를 즐길 날을 기대하며, 내일도 시간을 내어 운전대를 잡아볼 생각이다. 조만간에는 다시, 속성으로 연수를 받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반 고흐는 첫걸음(first step)을 그리며, 자신이 그림을 처음 시작했던 날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누군가의 시작을 응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림의 아이는 두 팔을 벌린 아버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우리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대부분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창작품이다.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것뿐이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를 보자. 아기가 단번에 성공할 거라 믿는가? 다시 서보고, 그러다 또 쿵하고 넘어지곤 한다. 아기는 평균 2천 번을 넘어져야 비로소 걷는 법을 배운다
-구넬 / 가고 싶은 길을 가라 -
유은지 작가는
10년이상 개인의 커리어와 마음의 성장을돕는 상담사로 일하며,결국 글쓰기가 삶의 열쇠임을 알게된 뒤로 글을 쓰고있습니다.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삶을 소소한 일상을 공유합니다.
[저서] 마음에 길을 묻다. 치유글약방. 성장글쓰기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