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몸은 당신과 화해하고 싶어한다

당신의 몸은 당신과 화해하고 싶어한다
“미안해. 내가 너무 몰랐어. 네가 하는 말을 무시하고 있었구나. 무심해서 미안해.”
누구에게 큰 잘못을 한 것일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사과를 하는 것 같이 보이는 이 장면.
사실은 내가 내 몸에 하는 고해성사다. 살면서 처음이다. 왜 몰랐을까? 마음을 알아차리고 돌보는 것만큼 몸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두통을 자주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어느 날 깨달았다. 두통을 못 느끼고 살았다는 말보다 그 통증을 무시하고 살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 무던히 참고 살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보통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을 하고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결과를 듣게 될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마지막에 의사에게 우린 이런 말을 듣게 되지 않을까?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너무 많이 들어 충분히 예상 가능할 정도다. 언제부터인가 현대인의 모든 문제는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스트레스.
물론 모든 병이 스트레스에서 시작하지는 않겠지만, 미국 신경 내분비 학자인 로버트 새폴스키는 저서 <스트레스: 당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에서 스트레스가 인간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말해 준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관련 질병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는, 혈압이 만성적으로 높아지는, 고혈압이 되는 것이다.’라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마음이 건강하지 못할 때 결국은 몸이 균형을 잃게 되고 많은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그렇다면 과연 마음만 건강하다면 몸도 저절로 건강해질까? 마음이 건강해지길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몸을 챙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아닙니다. 마음을 챙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것도 아닙니다. 몸과 마음을 함께 챙겨야 합니다.”
-고도원의 아침 편지에서
나는 그동안 마음만 제대로 관리한다면, 스트레스로 인해 깨져버린 몸의 균형이 회복된다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큼 몸이 나에게 하는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함을 이제는 느낀다.
몸은 나에게 힘들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면, 고민이 해결되면 넌 저절로 좋아질 거야”라고 외면하지 않았을까 싶다.
만성두통을 알게 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생애 처음으로 내 몸에 사과를 해 본다. 한 손을 두통이 가장 잘 느껴지는 부위에 가볍게 올리고 조용히 말한다.
“미안해.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라고 말이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지만 코끝이 찡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잔잔한 파도가 일며 단단하게 굳어있던 무언가에 균열이 생기는 묘한 느낌이다.
사람 사이에서도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사과를 할 때 많은 문제가 쉽게 풀리고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나는 몸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주는 것으로 화해를 구해 본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 이후 오른쪽 머리에 지속해서 오던 예리한 통증이 사라졌다. 지금까지 다시 두통이 오지는 않는다. 그 행위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하는 부분은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몸은 우리가 알아봐 주길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마음의 병은 몸을 망치고, 몸의 병은 마음을 허약하게 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그러니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따지기보다 몸과 마음을 함께 돌봐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연희 작가는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해서 계속 씁니다.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는 글을 통해 의식 성장을 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로 살아갑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며,저서로는 <치유글약방> 2023, <성장글쓰기> 2024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