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26.0℃맑음
  • 강릉 28.0℃구름많음
  • 서울 24.5℃구름많음
  • 대전 25.8℃맑음
  • 대구 26.1℃맑음
  • 울산 22.5℃맑음
  • 광주 25.0℃맑음
  • 부산 21.0℃구름조금
  • 고창 25.3℃맑음
  • 제주 18.9℃구름조금
  • 강화 22.5℃구름조금
  • 보은 25.4℃맑음
  • 금산 26.8℃맑음
  • 강진군 22.8℃맑음
  • 경주시 28.3℃맑음
  • 거제 21.0℃맑음
기상청 제공

2025.04.30 (수)

김연희 작가 에세이

단순함이 필요할 때


 

“진정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삶의 모습이 단순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쓸데없는 일에 마음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레프 톨스토이

 

어느 날 평소 존경하는 어느 작가님이 보내주신 문자를 몇 번이고 음미하며 읽는다. 그 이유는 “단순”, “쓸데없는 일”이라는 글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며칠 전 일이 문득 생각나서다.

 

그날은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며 끈질기게 머물러있던 여름이 거센 비와 함께 물러가고, 가을이 재빠르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산을 찾은 날이기도 하다. 아직 단풍이 물들 때는 아닌지 초록 나뭇잎들이 햇살을 잘게 부수며 빛나고, 스치는 바람의 서늘함에 가을이 배어있다.

 

산속으로 접어들자 툭툭 소리를 내며 나무에서 밤송이가 떨어진다. 밤송이는 이맘때 산을 찾는 이들에게 주는 자연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산길을 걷던 우리 일행은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밤과 알이 그대로 들어있는 밤송이를 발견하고 환호한다. 처음은 산행 중에 만나는 소소한 재미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떨어진 밤송이는 많아지고 크기도 제법 굵었다. 사람 마음이란 그런 것인지 양과 질이 좋아지자 점점 욕심이 생겼나 일행들은 어느새 밤 줍기에 여념이 없다.

 

사실 나는 많은 사람이 좋아해 마지않는 밤 줍기를 그렇게 즐기지 않는다. 시골에서 자라고 뛰어놀던 곳이 산인데도 지금껏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관심이 없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런 나와는 반대로 일행들은 나무 막대를 이용하거나 맨손으로 밤송이를 모아 두 발을 이용해 밤송이를 벌리고 가시를 피해서 밤을 꺼낸다.

 

“아니 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조금만 주워도 많겠는데? 그냥 줍기만 해도 되겠어.”

“밤송이 던지면 언니가 신발로 까. 여기 모아두면 담아줘”

 

 

그들이 얼마나 그 상황에 흠뻑 빠져있는지 두 눈은 빛나고 즐거움과 기쁨에 들뜬 목소리가 말해 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밤을 줍는 동안 일행들의 행동은 밤을 효율적으로 까고 더 많은 양을 모으는데 온통 몰두해 있고, 방해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 순간만큼은 몇 개의 단순한 행동을 필요한 곳에 적절히 사용했을 뿐이다.

 

그에 반해 몇 개 줍고 나서 나는 괜히 쓸데없이 어슬렁거리고 가방만 들었다 놓았다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혼자 바쁘다. 관심이 없으니 일에 집중은 어렵고 쓸데없는 행동이 는다. 이런 속내를 그들이 모르길 바라는 건 너무 뻔뻔한가?

 

누구나 한 번쯤 밤 줍기와 같은 소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진정으로 어떤 일에 집중할 때 쓸데없는 말과 행동이 줄어들고 단순해지며 명료해진다는 것을 살며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이든 오로지 그 순간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빠져 들어있는 사람을 볼 때면 그 모습이 단순함을 넘어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한다.

 

한동안 열중하던 밤 줍기를 끝내고 내려오는 그들의 모습이 후련해 보이는 것은 아무리 작은 일이더라도 자기의 일에 아낌없이 쏟아낸 열정이 만족스럽고 진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순간이 하나둘씩 모이고 쌓이면 결국은 삶 전체가 단순하고 명료해지지 않겠는가.

 


김연희 작가는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해서 계속 씁니다.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는 글을 통해 의식 성장을 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로 살아갑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며,저서로는 <치유글약방> 2023, <성장글쓰기> 2024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