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길을 가고 있는가? “나는 내 길을 가고 있는가? 누군가의 길을 무작정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가파른 산길을 오른 지 얼마나 되었을까? 뜬금없는 질문이 헉헉거리며 내뱉는 거친 숨과 함께 불쑥 올라온다.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고, 서늘한 겨울바람이 한 번쯤 지나가 주길 바라게 된다. 내 곁을 바람이 지날 때면, 후끈 달아오른 열기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느낌을 온몸으로 즐기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제대로 즐기지 못 할지도 모른다. 낯설지도 새롭지도 않은 질문이다. 어떤 일이든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 볼 때가 있다. 혹시나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 휘둘리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닌지, 내가 아닌 타인의 무대에서 판을 펼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자기계발 열풍이 수면 위로 올라와 그 어느 때보다 SNS를 뜨겁게 달구며 많은 사람을 흡수하던 몇 년 전부터 이런 질문은 함께했다. 이 시기에 각종 대형 커뮤니티가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번지며 영향력을 키우고 항해를 시작한다. 누군가는 배움의 호기심으로, 누군가는 성장과 성공에 대한 목마름으로 그 배에 올라탔고, 나 또한 신세계를 만난 탐험가처럼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발을 들여놓는다
베스트 오브 파나마 (Best of Panama)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며 커피를 배우기 시작한 그녀. 수업 마지막 날, 시험을 마치고 종이 가방을 건넨다. “열어봐도 돼요?”라며 안을 들여다보니 원두 봉투가 담겨있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수업 시간, 파마나 게이샤를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며 ”이 커피 한 잔 마시면, 다른 커피들은 절대 못 먹어요, 제가 좋아하는 커피 중 하나예요.”라고 말했었는데 그 말을 아직 기억하고 마지막 수업, 선물로 건네준 그녀. 그녀의 따스한 관심과 마음이 봉투에 담겨 손으로 그 온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만 즐겨 마셨다던 그녀, “커피 맛은 다 쓰고 고소한 거 아니에요?”라고 질문했던 그녀가 스페셜티 커피의 향미를 알게 된 것 같아서 함께 했던 수업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켠이 뿌듯해져 온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파나마는 커피가 생산된 나라의 이름, 에스메랄다는 커피를 재배한 농장 이름, 게이샤는 커피 품종을 의미한다. 게이샤 품종은 원래 에티오피아 게샤 지방에서 유래한 품종으로 1930년대에 아프리카에서 중미로 전파되었다. 파나마의 보케테 지역에 있는 에스메랄다 농장
성공의 비결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누구나 그 일로 성공하고 싶다. 하지만 실제로 모두가 쉽게 성공하지는 않는다. 그럴 때 우리는 이미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하고,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관심이 있는 일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실천해서 성공할 거야!’ 요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미 성공한 선배들만큼 하려고 하는 방법을 그들에게 물어보면 신기하게도 똑같은 말이 나온다. 자신이 모델로 하고 싶은 영상을 찾아,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 영상을 만들어 보라는 조언이다. 책을 쓰려고 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먼저 자신이 쓰고 싶은 주제에 관한 책을 최소한 5 권, 평균 10권정도 읽고, 그 책들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내용이 있으면 그 부분을 자신의 책에서도 써야 되고, 그 뒤에 자기만의 주장이나 스토리를 붙이면 된다는 것이다. 타인과 똑같은 일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우리는 쉽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다. 지난 달에 일본에서 출간된 자기계발서 "고민하지 않는 사람의 사고방식" (기노시타 카츠히사・저)을 읽었다. 그 책의 번역본이 아직 출간되지 않지만 그에 따르면 성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즉,
누군가의 시작을 함께 하는 것 누구에게나 새로운 시작의 순간은 존재한다. 그 시작이 설렘 가득한 도전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막연한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 그 시작은 우리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변화를 경험하게 한다. 평소와 다른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야 하는 지인에게서 얼마 전 연락이 왔다. 그녀는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려 했다. 그 순간 나는 지인의 새로운 도전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 우리는 함께 교육 자료를 살펴보며, 3시간의 교육과정을 마무리했다. 잘 차려진 음식에 양념을 살짝 보태어 놓은 것이지만, 지인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그리고 큰 힘이 되었다며, 여러 번 인사를 전했다. 나 역시 오랜만에 느낀 즐거움이었다. 경험하지 못했던 순간의 시작을 함께한다는 것은 또 다른 기쁨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도전과 시작을 위해 누군가를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일 것이다. 관련경험을 먼저 해본 사람으로서 구체적인 예시를 제공하거나, 적절한 정보를 함께 나누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고민하는 부분의 작업을 함께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를 연
사랑은 나를 채우고 흘러간다 뽀드득뽀드득.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이 새겨질 때마다 귀엽고 경쾌한 소리가 들려온다. 끝없이 이어진 계곡을 따라 길게 뻗은 둘레길엔, 며칠 전 내린 첫눈이 남아있다. 눈은 한낮의 따스한 햇볕에 질펀하게 녹아내려 조용히 계곡으로 스며들고, 해가 들지 않는 그늘진 자리는 소복하게 쌓인 채 그대로다. 난 일부러 아무도 밟지 않은 곳으로만 성큼 걸어가 발자국을 남겨본다. 먼저 간 이들의 흔적이 아름다워, 보기에 흐뭇했는지도 모른다. 그냥 흩트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난 그렇게 한참을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을 요리조리 피하며 걷는다. 그러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바람처럼, 한 줄기 생각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이 걸음이 내가 가려 하는 인생의 길이구나.” 누군가 남긴 무수히 많은 발자국을 피해 내 길을 가고 있지만, 결코 길에서 동떨어지지 않았고, 뒤돌아보면 모든 발자국이 그 자리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나 나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한다. 뻔뻔하고 이기적인가 싶어도 그 배경엔 늘 사람이 있다. 내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그들도 그들 자신으로 사랑하기를 응원할 수 있음이고, 나를
적정함, 정상 추출 다사다난(多事多難) 많은 일과 많은 어려움을 뜻하는 다사다난은 논어와 같은 유교 경전에서 ‘사(事)’와 ‘난(難)’의 개념으로 자주 사용되던 관용적인 표현이다.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 전쟁과 같은 국가적 상황과 개인의 인생 역정을 이야기할 때 많이 쓰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12월, 문득 떠오르는 사자성어 “다사다난”과 함께 지난 시간 속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옮겨본다. 결과가 좋지 않은 일, 쉽지 않은 어려운 관계에 마음이 머문다. 실패로 기억되는 일, 마음이 좋지 않은 일들에 눈길이 머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일 안에는 노력과 열정이라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아쉬움이라는 부정적인 감정도 함께 한다. 어려운 관계 안에는 마음이 만든 거리와 편치 않은 일들도 존재한다. 아쉬움이 남고 어려움이 존재했던 지난 일들을 바라보니 그 일들이 올 한 해 나에게 주어진 숙제였음을 깨닫는다.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아쉬움과 과함에서 오는 어려움, 모두 적정함을 벗어나기에 오는 숙제들은 아닐지 커피와 연관 지어본다. 커피로 보면 정상 추출이 되지 않고 과소 추출 혹은 과다 추출이 되어 향미가 안 좋아진 커피처럼 다사
언어 사용자의 책임 SNS의 발달로 사람들 누구나 쉽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이 세상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가 생겨나고 있다. 그런 세상을, 지난 달 13일에 92세로 돌아가신 다니카와 슌타로 일본 시인은 ‘말의 인플레이션’이라 표현했다. 인플레이션이란 원래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물가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에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수입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으로 자기 자산을 운용하고, 지출을 재검토하는 등의 대책이 취해진다. 그럼 언어의 세계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을 때 어떤 대책이 가능할까?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언어의 세계로 말하면 더 많은 말을 사용한다는 것이니 현실적이 아니다. 오히려 지출을 줄이거나 자산을 잘 운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다니카와 시인은 이 상황을 맞이하여 가능한 한 적은 글로 시를 썼다(시집 "허공으로(虚空へ)"). 말의 지출을 줄이며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적은 말로 표현의 질을 높이려고 한다면 하나의 단어 속에 얼마나 깊은 내용을 넣을 수 있는지
마음의 방향 이제 곧 12월. 한 해가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차가워진 날씨에 외투를 겹쳐 입게 되지만 가을 낙엽은 이제야 떨어져 거리를 가득 채운다. 빨갛고 노란 낙엽이 펼쳐진 길을 걷다,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어디로 가야 할까.’ 늘 오가던 익숙한 길이 낯설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길의 방향을 알 수 없어 멈춰 서기보다, 마음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게 되는 날이다. 멈추어선 자리에서 잠시 생각하게 된다. “한 걸음 다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말이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결정을 내리며, 그 결정들은 켜켜이 쌓여 우리의 삶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는 그 선택의 무게가 버거워 그만 멈추고 싶어지기도 한다.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면 조금은 덜 후회되는 선택도 있지만, 가끔은 다른 이의 의견이 선택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타인의 시선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 인생이 자기 것인지도 잊은 채 말이다. 어떠한 선택으로 불편함이 클 때, 한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정말 이 선택이 내가 원했던 것이었는지 말이다.
원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며 원하는 것을 바란다 “느낌으로 집중하는 것을 얻게 된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즐기는 것에 집중한다면? 그것이 당신에게 주어질 것이다. 염려와 걱정, 고민과 같이 진정으로 원치 않는 것에 집중한다면? 그것도 당신에게 주어질 것이다.” - 여기가 끝이 아니다, 린 그라본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것이 원하는 것이 맞는가? 긍정과 부정,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의 경계에서 무의식적으로 부정과 원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나를 발견하지는 않는가? 원하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은 원하는 것에 생각을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같은 것끼리는 서로 끌어당긴다. 쉽게 말해 우리를 자석이라고 가정하면 어떤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것과 비슷한 것이 내게로 끌려온다는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처음 끌어당김이란 용어를 들었을 때의 낯섦이 문득 생각난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론다 번의 <시크릿>을 처음 접했을 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끌어당긴다는 거지? 어떻게 끌어당긴
마끼아또를 아시나요? “뽀드득, 뽀드득” 밤새 내린 카푸치노 같은 눈길을 보니 스티밍한 하얀 우유가 담긴 커피잔이 떠오른다.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퇴근하는 길, 함박눈이 쏟아진 날, 일을 마치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에 깨끗하고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려니 조심스운 마음까지 든다. 눈을 밟을 때마다 들려오는 “뽀드득”, “뽀드득”,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에 피곤함도 가볍게 느껴지는 듯하다. 차가운 겨울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본다. 함박눈이 얼굴에 닿을 때마다 차가운 점이 하나 하나 생기는 느낌이다. 얼굴에 닿은 차가운 눈송이가 녹아 아주 작은 점처럼 물방울로 얼굴에 맺힌다. 점점 작은 물방울들이 서로 만나 흘러내리는 느낌이 좋아 걷다 멈추다를 반복한다. 얼굴에 눈이 녹으며 찍어준 차가운 점들... “라떼마끼아또”와 “카페마끼아또”가 문득 떠오른다. 라떼 마끼아또(Latte Macchiato)는 에스프레소와 스티밍한 우유로 만든 음료로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어로 "Latte"는 "우유", "Macchiato"는 "얼룩진"이나 "점이 찍힌"을 뜻한다.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가 부어지면서 생긴 층과 스티밍한 하얀 우유 위에 갈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