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커피
좋은 사람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논리보다 마음이 먼저 알아채는 ‘촉’ 이란 감정으로 알 수 있을까?
일상에서 촉으로 불리는 “육감(六感)”은,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직감에 해당한다.
이 감각은 진짜 감각일까?
아니면 한순간 스쳐가는 사념(思念)일까?
분석이나 논리를 거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판단, 즉 인간의 인지 기능 중 하나로 심리학에서는 이를 직관(intuition)으로 이해한다. 과학적 관점에서 육감은 인간의 뇌가 오감 외에도 내장 감각, 균형 감각, 온도, 통증 등 다양한 감지 시스템을 종합해 판단을 내리는 복합적 결과로 본다. 말하자면, 육감은 우리 몸 전체의 기억과 경험이 만든 응축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개강 첫날, 자리에 앉은 수강생들을 바라보며 나의 시각과 육감이 분주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표정, 옷차림, 눈빛, 보이지 않는 기류까지 읽기 위해 나의 감각들은 바삐 움직인다. 시선과 생각의 바쁨을 멈추고, 차분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질문해 본다.
“어떤 커피 좋아하세요?”
“고소한 커피요.” “산미가 있는 커피요.”
돌아온 답에 다시 묻는다.
“좋은 커피는 어떤 커피라고 생각하세요?”
잠시 고요가 흐른다.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좋은 커피일까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들, 그 시선을 조용히 마주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커피가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좋은 커피인지는, 육감과 촉이 아닌 오감 중 시각, 미각, 촉각, 후각으로 느끼고 판단해야 해요.”
좋은 커피를 구별하려면 향을 맡아보고, 맛을 보며, 그를 감각의 대상으로 두고 분석해야 한다.
커피의 산미, 단맛, 쓴맛, 애프터 테이스트(After Taste), 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
그런 분석과 판단을 위해서는 혀와 코, 뇌가 기억하는 수많은 커피에 대한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좋은 커피는 감정이 결여된 상태에서, 경험과 냉정한 판단에 기반해야 하기에 ‘좋다’는 감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커피를 안다는 건, 결국 내 안의 기억과 감각이 축적된 상태로 커피를 ‘있는 그대로’ 마주 보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마주봄’이란 시선을 사람에게 옮겨본다.
좋은 사람도 그렇게 알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단번에 ‘좋다’고 느끼는 건 순간의 감정, 촉이라 불리는 육감일 수 있지만, 좋은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표정과 침묵, 관계 속에서 머무는 방식들을 차분히 관찰하고, 천천히 겪어보며 알게 되는 것.
촉이 아닌 감각으로, 감정이 아닌 경험으로 ‘좋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 우리는 오늘도 모든 감각을 열어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기 위해 인연을 맺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좋은 커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듯,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
임지윤
KCIGS 센서리 심사위원
2024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칵테일 라이브 심사위원
2022 MOC (마스터오브카페) 센서리 심사위원
AST(Authorized SCA Trainer)
Q-GRADER (국제아라비카 감별사)
R-GRADER (국제로부스타 감별사)
한국외식조리사중앙회 대외협력이사
2024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