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졌어.” 라는 말이 듣고 싶은 날
언제나 좋은 소식을 들으며 전하고 싶지만, 삶은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가까운 지인이 궁금해 며칠 전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지?”
“..... 응.. ”
평소 밝은 목소리의 친구였지만, 핸드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많이 지친듯했다. 낮은 목소리의 무게에 “무슨 일 있어? 왜 그래?”라는 몇 마디를 건네기가 조심스러워, 짧은 인사말을 남기고는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울리는 카카오톡 알림 소리. 전화상으로 말하기가 어려워 메시지로 남긴다는 지인은, 최근에 검진 후 건강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퇴원을 하면 연락한다는 이야기였다.
지인의 병명을 듣고 덜컥 마음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하고 생각하니 속상함이 밀려왔다. ‘건강했던 친구였는데, 세상사 일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인지..’ 최근 들어, 아프다는 소식 등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그럴 때면, 마음 한켠에 묵직한 무언가가 나를 누르고 있는 것 같아 좋지가 않다. 위로의 말을 쉽게 내뱉기도 어렵고, 함께 슬퍼하며 울어줄 수도 없는 순간들. 그저 조용히 들어주는 것이 전부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만 한다.
하얀 먼지가 내려앉듯이 감정이 조용히 가라앉은 것 같은 요즘. 한 편의 시가 눈에 들어왔다.
한강의 시 [괜찮아]이다. 시의 몇 구절은 이러하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왜그래.가 아니라,
괜찮아.라는 세 글자는 내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이 시가 유달리 눈에 들어온 것은 작가가 전해주는 ‘위로’때문일지 모르겠다.
괜찮다고. 상대를 위로하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나를 위한 ‘괜찮아.’인 것 같아서.
주변의 좋지 못한 소식으로 힘든 내 마음에 대한 위로가 시를 통해 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간혹,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이유를 잘 몰라서 “왜 그래.”라고 물을 때가 있다. 어쩌면 상대는 이유를 물어봐주기보다, 그저 괜찮다고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힘든 것인지 묻기보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라는 말이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위안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려운 시간을 견디고 있을 친구에게 한강의 시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간절히 바라본다.
힘든 시간을 잘 보내고 “이제 괜찮아졌어.”라는 말을 친구로부터 듣고 싶다.

유은지 작가는
10년이상 개인의 커리어와 마음의 성장을돕는 상담사로 일하며,결국 글쓰기가 삶의 열쇠임을 알게된 뒤로 글을 쓰고있습니다.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삶을 소소한 일상을 공유합니다.
[저서] 마음에 길을 묻다. 치유글약방. 성장글쓰기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