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닦아내는 것들
'안녕히 계세요'라는 인사말로 가득했던 강의실은 얼음이 떨어지는 제빙기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강의실,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듯, 수강생들이 사용한 저울을 테이블 아래에 내려놓으며 마감 청소를 시작한다.
에스프레소 머신 청소는 잘 되어있는지, 사용했던 기물은 제자리에 잘 놓았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에스프레소머신 위에 접혀 있는 린넨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옮기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린넨을 집어 든다.
멈추어진 발걸음과 함께 마감 청소를 잠시 멈추고, 누가 놓고 간 것인지 수업시간 수강생들이 앉았던 자리를 떠올린다.
바리스타 수업을 들으면 가장 먼저 준비하게 되는 린넨과 행주.
수업시간, 가방에서 린넨과 행주를 꺼내는 수강생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다. 대부분 처음엔 비닐봉지에 넣어 가방 안에 조심스레 가져오지만, 수업 회차가 진행되면 린넨과 행주를 가져오는 모습은 각기 달라진다.
가방에 돌돌 만 린넨과 행주를 꺼내는 수강생, 호주머니에 꾸깃꾸깃 넣어 가져오는 수강생, 수업 후 빨지 않은 채 커피 얼룩과 물기가 그대로인 상태로 가져오는 수강생, 깨끗하게 빨아 비닐봉지에 넣어 오는 수강생.
수강생들에게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준비물에 지나지 않겠지만,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 보면 린넨이 그냥 천 조각이 아니다.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위해, 손님에게 준비된 메뉴를 제공하기 위해 바리스타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다.
※ 바리스타용 린넨은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린넨은 아마의 섬유로 만든 직물로, 리넨(linen)이라고도 한다.
섬유의 길이가 15∼100cm 정도인 아마의 목질 부분을 주로 이용한다. 주로 식탁보·냅킨·행주·손수건 등으로 사용된다. [위키피디아]
바리스타용 린넨은 아마의 섬유로 만들어 물 흡수력이 좋아 물기를 닦아내는 일이 많은 카페에서 이용한다. 린넨은 물기도 잘 닦이면서 행주로 물기를 닦을 때 생기는 미세한 먼지들이 생기지 않아 바리스타들이 물기와 먼지, 커피 얼룩을 제거할 때 사용한다.
특히, 포터필터 바스켓의 물기는 린넨으로 닦는다.
그룹헤드에 장착되어 있어 있는 포터필터는 뜨거운 수증기로 인해 항상 포터필터바스켓이 물기에 젖어 있다.
브루잉, 즉 추출은 원두가루에 닿는 물이 적든 많든 원두가루에 물이 닿는 순간부터 추출이 되기 때문에 추출수가 닿기 전 포터필터 바스켓 안의 물기는 항상 깨끗하게 제거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물기는 물론 먼지도 묻으면 안 되기 때문에 포터필터 바스켓은 항상 린넨으로 물기와 원두가루, 먼지 등을 깨끗하게 닦아 원두가루를 담는다.
깨끗한 포터필터 바스켓은 일관된 커피의 향미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된다.
또한 린넨은 추출한 커피가 담긴 잔에 묻은 커피 얼룩이나 원두가루를 제거하기 위해 잔을 닦는 용도로 사용한다.
고객에게 향미가 오염되지 않은 온전한 커피를 깨끗한 잔에 제공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없이 닦아내야만 하는 물기와 원두가루, 커피자국들.
고객에게 커피의 향미를 깨끗한 잔에 오롯이 담아 전하는 바리스타.
그러하기에 바리스타에게 린넨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다.
린넨은 바리스타가 커피를 대하는 마음, 고객을 대하는 마음의 조각들을 모아 한 잔에 펼쳐지게 만드는 화폭과도 같다.
커피를 마시는 손님의 마음은 모두 다를 것이다. 기쁨에 마시는 커피도 있겠지만, 흩어지는 마음, 기억에서 멀어지는 사람을 애써 마음에 다시 담으려는 사람의 마음까지 각기 다른 모습일 것이다. 바리스타는 그들의 마음을 원하는 그곳에 머물게 하는, 사랑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동 커피 머신에서 내려진 커피 맛과 사뭇 다르다. 즉 바리스타 마음의 온도가 커피에 녹아있다. 그래서 나는 수강생들에게 바리스타를 장인이라 말하고 자부심을 가져라 말한다. 세상을 작은 린넨으로 항상 새롭게 그리고 깨끗하게 만드는 소중한 사람들이 바리스타라고.
수강생이 놓고 간 린넨을 깨끗하게 빨아 워머의 열기에서 마르도록 화폭을 펼쳐놓듯 펼쳐놓으며 바리스타의 마음가짐, 바리스타다움이 깨끗하게 마르고, 정갈하게 접힌 린넨을 통해 전해지기를 바래본다.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