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교지도시간/곳곳에 터지는 사랑의 외침/너무 사랑스런 1학년/살며시 다가와 두손 모으고 다소곳이 조그만 입어 허리를 숙이고/밝은 미소로 걸어갑니다.
꽃이 걸어갑니다.
꿈꾸는 아이와 헤아리는 아이
상상 하나, 질문 하나 - 이 정도면 발사 준비 완료.
며칠 전, 한 선생님께서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제게 전해 주셨습니다. 어느 아이가 다가와 이렇게 말을 건넸다고 합니다.
“선생님, 아주 아주 큰 콜라 세 개를 마구 흔들어서요~”
선생님은 속으로 빙긋 웃으며 다음 말을 기다리셨답니다.
분명 “터지지 않을까요?”로 끝나는 익숙한 결말이 나오리라 짐작하면서요.
그런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달랐습니다.
“우주선에 연결해서 뚜껑을 열면, 우주선이 달까지 가지 않을까요?”
그 순간, 옆에 있던 또 다른 아이가 즉각 끼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럼 달에서 어떻게 돌아와?”
그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선생님도, 듣고 있던 저도 그저 웃었습니다.
이 짧은 대화 안에 두 명의 작은 과학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한 명은 꿈꾸는 과학자, 한 명은 헤아리는 과학자.
한 명은 출발을 설계하고, 한 명은 귀환을 계산합니다.
꿈꾸는 자가 없었다면 인류는 달을 향해 발을 떼지 못했을 것이고,
헤아리는 자가 없었다면 우리는 달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에 한 줄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상상력과 헤아림이 함께 자랄 때, 비로소 사람은 어딘가에 닿는다.
콜라의 탄산만으로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콜라를 추진체로 떠올린 그 발상은 언젠가 진짜 로켓을 설계할 누군가의 첫 실험이 됩니다. 그리고 “어떻게 돌아와?”라는 그 한마디는 훗날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안전설계의 첫 질문이 됩니다.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저는 새삼 감사했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첫 번째 아이에게
“얘야, 콜라로는 로켓이 안 날아간단다”하고 친절히 정정해 주셨다면 어땠을까요.
두 번째 아이에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일단 가는 게 중요하지” 하고 막아섰다면 어땠을까요.
두 명의 어린 과학자는 사라지고, 두 명의 침묵하는 학생만 남았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 선생님은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저 웃으셨습니다.
저는 그 웃음 속에 우리 학교 교육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믿습니다.
교실은 정답을 가르치는 곳이기 이전에,
물음이 살아 숨 쉬는 자리입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어른의 정답에 부딪혀 멈추지 않도록,
교사는 때때로 가르치는 일을 멈추고 그저 웃을 줄 알아야 합니다.
웃음은 가장 너그러운 형태의 긍정입니다.
“네 생각, 들어 줄게. 더 가 봐.”
이 말을 입으로 하지 않고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요.
이 작은 일화를 전해 들으며,
저는 학교의 사명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한 아이가 콜라로 달에 가는 법을 상상하고,
또 한 아이가 그 상상에 책임 있는 질문을 던지는
그 작은 우주가 매일의 교실에서 펼쳐지는 곳,
그리고 그런 순간을 알아보고,
정정 대신 미소로 답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신 곳
그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좋겠다고.
학부모님들께 종종 말씀드립니다.
“우리 아이가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엉뚱함이 미래의 추진력입니다.”
그리고 또 말씀드립니다.
“우리 아이가 자꾸 따지듯 묻는다고 답답해하지 마세요. 그 따짐이 훗날 누군가의 안전이 됩니다.”
콜라 세 개로 달까지 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콜라 세 개를 떠올린 그 머릿속과
“돌아올 길은?” 하고 되묻는 그 머릿속이 한 교실에 함께 있다면 우리는 이미 달보다 훨씬 먼 곳을 향해 출발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교정을 지나며 이 꽃을 바라봅니다.
하나로 보이지만 수없이 다른 생각(꽃)들이 서로를 밀어 올려 둥근 세계를 이루고 있다.
하나로 보이는 이 둥근 꽃은
사실 수십, 수백 개의 작은 꽃이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서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어느 하나가 빠지면 모양이 무너지고,
어느 하나가 너무 튀어도 균형이 흐트러집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밀어 올릴 때,
이 작은 꽃들은 하나의 세계가 됩니다.
아이들의 교실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꿈꾸는 아이 하나, 헤아리는 아이 하나,
그리고 그 사이를 지켜보며 미소로 품어 주는 교사 한 분.
그 모든 존재가 함께 설 때,
비로소 하나의 완전한 배움이 이루어집니다.
아이 한 명이 아니라,
아이를 둘러싼 모든 마음이 함께 서서
한 송이의 꽃을 완성해 갑니다.
함께 피어나는 순간, 교육은 완성됩니다.

칼럼니스트 박대훈
• 현) 태강삼육초등학교 교장
• 청주교육대학교 졸업
• 광운대학교 대학원 석사(초등영어교육)
• 전국삼육초연합회 회장
• 한국사립초연합회·서울사립초연합회 부회장
• 서울시·충청북도 수업연구 발표대회 1등급
• 충북 단재연수원 1급 정교사 연수 특강 강사
• 학교법인 삼육학원 전국 예비교사·중고등부·어린이교사 수양회 초청 강의 다수 출강
• ‘어린이 수업 집중법’ ‘부부행복세미나’‘섬기는 교육행정’강의 다수 출강
• 2026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