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無心)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무심하다’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없다.”와 “남의 일에 걱정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다.”이다. 뜻을 따져 생각해 보니, 어떤 대상에 대하여 예민하거나 과도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라면 ‘무심하다’도 도움이 되거나 필요하기도 할 것 같다.
그러면 우리말 우리글 사용에서는 어떨까. 말하고 쓰는 활동에서 ‘무심하다’가 작용한다면 아마도 ‘바른*’ 말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언어생활에서의 ‘보람**’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르다: 말이나 행동 따위가 사회적인 규범이나 사리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들어맞다.
**보람: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
‘무심함’으로 인해 자주 잘못 쓰면서도 ‘무심함’으로 인해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표현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문화체육관광부·국립국어원의 ‘개선이 필요한 공공언어 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함)
먼저 ‘염두에 두다’를 ‘*염두해 두다’로 쓰는 경우이다. ‘염두(念頭)’가 ‘마음속’과 동의어임을 알면 ‘마음속에 두다’로 표현하듯 ‘염두에 두다’로 쓰는 것이 맞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염두해 두다’로 쓴다면 ‘염두하다’를 쓴 것이 되는데 ‘염두하다’라는 말은 없다. ‘염두’가 ‘마음속’과 같은 뜻이라는 점과 ‘염두하다’라는 단어는 없음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저 무심하게 ‘염두해 두다’로 쓰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다음으로, ‘나는 너랑 식성이 틀려.’는 ‘나는 너랑 식성이 달라.’로 표현해야 의미상 알맞다. 의미상 ‘틀리다’는 ‘맞다’와 대응하고, ‘다르다’는 ‘같다’와 대응함을 알면 표현을 정확히 할 수 있다. ‘그 계산은 틀려./맞아.’, ‘네 생각은 나와 달라./같아.’와 같이 대응하는 단어의 의미를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점검한다면, 무심하게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동하여 쓰는 일은 줄어든다. 물론 ‘나는 너랑 식성이 틀려.’로 말해도 의사소통은 될 것이다. 하지만 의미에 따른 단어를 골라 정확히 표현할 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
한편, 무심함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 모두 불편한 감정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좀 더 나은 표현의 문제도 생각해 보자. 흔히 ‘일반인/장애인’이나 ‘정상인/장애인’으로 구별하기도 하는데, 이보다는 ‘비장애인/장애인’이 어떤가. ‘장애인’에 대하여 ‘일반인’이나 ‘정상인’ 같은 단어를 선택하는 방식보다 ‘아님’의 뜻을 더하는 ‘비(非)-’를 붙여 그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이 공공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을 쓰는 안내 방송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타인의 부정적인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의 감정을 ‘수치심’으로 표현하는 것이 알맞을까? ‘수치’는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이라는 뜻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본다. 이 경우에는 ‘수치심’이 아니라 ‘못마땅하여 기분이 좋지 않은 느낌’을 이르는 ‘불쾌감’을 쓰는 것이 낫다. ‘성적 수치심’보다 ‘성적 불쾌감’이 상황에 맞는 말이다.
강연하면서 종종 언어생활에 대한 태도를 점검해 보자는 뜻으로, 인상 깊게 읽은 아래 글귀를 소개하곤 한다.
“알고 지내던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는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의 순으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를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지요.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는데도 늘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혹여 지금까지 우리말과 우리글을 쓰는 데에 좀 무심했다면, 부끄러워할 것까지는 아니고, ‘아! 이제부터는 의미를 생각하며 정확하게 써야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더 바람직한 표현을 선택해야지’ 하며 마음먹고 실천하면 좋겠다. 무심함이 아닌 유심함(주의가 깊음)을 지닌 우리 말글 사용자가 되어 보자.

▲ 이수연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상담연구원)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