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어디까지인가? 이미 한계를 넘어선 듯하다. 하루건너 한 건씩 발생하다시피 하는 대형 사고는 그것이 화재이든, 교통사고든, 산불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가항력의 자연재해 수준을 넘어 인재(人災)에 의한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대형 건물 화재 사건만 해도 우리는 이미 뼈아픈 대가를 치른 적이 있다. 아리셀 공장 화재는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라,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해 온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사고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대전 자동차 부품 공장인 안전공업 화재는 그 규모나 인명 피해가 상당하다. 또다시 반복된 사건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달라졌는가?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매번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외쳐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경각심은 사라지고, 현장은 다시 ‘속도’와 ‘비용’의 논리에 지배당한다. 이는 단순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 인성’의 문제로 귀결될 정도다. 안전 인성이란 규정을 지키는 태도를 넘어, 타인의 생명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지키려는 내면의 기준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이 기준이 취약하다 못해 실종된 상태라 아니할 수 없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반복되는 사고의 주요 원인은 “기본 안전수칙 미준수”와 “위험의 외주화”로 나타난다. 이번 대전의 안전공업 화제도 불법 증축과 안전 조치 미흡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보고서 역시 안전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사고율이 현저히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이는 ‘몰라서’가 아니라 ‘무시해서’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는 뜻이다. 인재의 대가는 너무도 처참할 뿐이다.
여기서 엄중하게 생각해 보면 문제의 뿌리는 어린 시절 교육에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시험과 성취 중심 교육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안전과 책임에 대한 교육은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해 왔다. 대형 사고가 발생한 후 ‘사후약방문’ 격으로 교실에서의 안전교육은 대개 형식적인 동영상 시청이나 일회성 훈련으로 끝난다. 그러나 안전 인성은 반복과 체험, 그리고 사회적 모델링을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훈련과 교육을 통해 형성된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초등교육 단계부터 ‘생활 안전’과 ‘공동체 책임’을 핵심 교과로 다룬다. 2022년 OECD 교육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은 단순히 화재 대피 방법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타인의 안전이 곧 나의 안전이라는 점을 토론하고 체험한다. 이런 교육의 결과로 산업재해율과 안전사고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뿐이랴. 일본은 ‘안전은 습관’이라는 철학 아래,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인 훈련과 공동 책임 문화를 강조한다. 일본 문부과학성 재난교육 백서에 의하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도, 어릴 때부터 체득한 대피 훈련이 실제 생존율을 높였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제 우리는 당장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사고가 났는가?”가 아니라 “왜 우리는 매번 같은 선택을 하는가?”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교육에 있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행동과 가치의 내면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몇 가지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안전교육을 ‘정규 교과’로 격상해야 한다. 단순한 부가 활동이 아니라 평가와 연계된 필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체험 중심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가상훈련, 역할극, 실제 상황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몸으로 익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기성세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법을 어기면서도 편의를 추구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본다면, 어떤 교육도 무의미하다.
안전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 규정이 아니라 문화다. 그리고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작은 습관, 사소한 선택이 쌓여 한 사회의 안전 수준을 결정한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 왔다. 이제 더 이상의 반복은 무능이 아니라 방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설마”라는 생각으로 규정을 건너뛰고 있을지 모른다. 그 “설마”를 “오직” 또는 “절대”로 바꾸는 일, 그것이 바로 교육의 참 역할이라 할 것이다.
이제는 말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로써 구호나 선언이 아니라 습관으로,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는 사실을 미래의 노동자인 우리 아이들의 삶 속에 깊이 각인시켜야 한다. 언제까지 “사고 공화국”으로 불리며 오명을 쓰고 살 수는 없다. 싹이 제대로 자라야 큰 나무와 꽃으로 성장할 수 있듯이 안전 인성의 습득은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다. 이를 위해 획기적인 안전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 아예 ‘제2의 천성’ 곧 습관으로 정착시키고,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인성 교육으로 발전시켜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