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시흥에서 발생한 친모에 의한 세 살 딸 학대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에 형용할 수 없는 참담함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그것도 아이가 숨진 지 무려 6년이 지나서야,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발송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그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과연 국가가 존재하는지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된다. 국가가 발행한 ‘입학 통지서’가 아이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전언이 아니라, 이미 수년 전 세상을 떠난 아이의 ‘사망 확인서’가 되어 돌아온 이 역설적인 비극 앞에서 우리는 아이가 사라진 그 긴 시간 동안, 국가는 과연 존재한 것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교육감은 이번 사건을 두고 "국가는 분명 존재했는데 왜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그 아이에게 도달하지 못했는지 생각할수록 부끄러움이 밀려온다"며 참담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우리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구멍이 있었다. 아이가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지 않거나 필수 예방접종을 누락해도, 지자체와 교육 당국 사이의 정보 공유는 유기적이지 못했다. 취학 전 아동은 ‘교육’의 영역도, 온전한 ‘복지’의 영역도 아닌 회색지대에 방치되었다. 거주지 이전이나 가정 내 고립이 발생할 경우, 아동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끈이 초등학교 입학 시점에 도달해서야 간신히 연결되는 실정이었다. 6년이라는 시간은 한 생명을 지키기에 너무나도 긴 무책임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스러운 공백을 일찍이 경험하고 혁신을 이뤄낸 사례가 있다. 바로 영국의 ‘에브리 차일드 매터스(Every Child Matters)’ 정책이 그것이다. 2000년, 영국에서도 8살 소녀 빅토리아 클림비가 친척의 학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수십 번의 구조 기회가 있었음에도 보건소, 경찰, 지자체 간의 소통 부재로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영국 사회는 거대한 분노에 휩싸였다. 이에 영국 정부는 2003년, 아동 보호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기관 간 정보 공유의 의무화를 통해 보건, 교육, 사회복지, 경찰 등 아동과 관련된 모든 기관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한 기관에서 포착된 '위험 징후'는 즉시 모든 유관 기관에 전파되는 것이다. 또한 아동국장(Director of Children’s Services) 신설을 통해 지자체마다 교육과 복지를 통합 관리하는 책임자를 두어, 행정 구역 내 모든 아동의 안전과 교육적 성취를 일원화된 체계에서 관리하게 했다.
무엇보다도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아이’ 추적 시스템이 작동되는 것이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아동을 '교육권 침해' 차원을 넘어 '생존 위기'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가택 방문을 실시하게 되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아동의 안전은 어느 한 부처의 업무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통합된 책임"이라는 선언이라 할 것이다.
영국의 사례처럼, 이제 우리도 행정의 경계를 허물고 아이의 생애 전반을 촘촘하게 보호하는 획기적인 시스템 설계가 시급합니다. 여기에 그 3가지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0세부터 시작하는’ 생애주기별 통합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영유아), 교육부(학령기), 행안부(주민등록)로 파편화된 정보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동의 출생과 동시에 국가적 ‘안전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예방접종·건강검진·어린이집 등원 여부를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한다. 특정 지표에서 이상 징후(예: 2회 이상 검진 미이행)가 발견되면 즉시 교육청과 지자체, 경찰이 합동으로 ‘강제 현장 방문’을 실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취학 전 아동’ 전수 조사 정례화 및 교육청 역할의 선제적 확대이다. 입학 통지서를 보낼 때 비로소 소재를 파악하는 현행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만 3세, 만 5세 등 주요 발달 단계마다 ‘국가 아동 안전 확인의 날’을 지정하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가정 내 돌봄 아동’에 대해 교육청 주관의 전수 조사를 정례화해야 한다. 이는 교육의 책임을 입학 이후로 한정 짓지 말고, ‘미래의 학생’에 대한 보호권을 교육청이 선제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행정 경계’를 넘는 공동 책임 구조 및 처벌 강화이다. 아동 보호는 특정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국가 존립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동의 소재 파악을 누락하거나 방치한 지자체 및 관계 기관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기관 문책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학대 의심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 부모의 ‘사생활 침해’ 주장을 압도할 수 있는 ‘아동 생명 우선권’을 법제화하여, 공권력이 주저 없이 가정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이 세상에 내뱉는 첫 울음소리부터 학교 운동장을 뛰노는 순간까지, 국가의 시선은 단 한 순간도 그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입학 통지서가 사망 소식을 알리는 비극적인 배달물이 되는 현실을 그대로 둔다면, 이는 국가의 자격이 없다.
이번 시흥 사건은 우리 교육 체계와 사회 안전망에 던져진 최후통첩이나 마찬가지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은 이제 감성적인 수사가 아니라, 영국의 사례처럼 촘촘한 행정망과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갖춘 '시스템의 언어'로 재탄생해야 한다. 단 한 명의 아이도 국가의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이제는 '통합 안전망'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우산을 펼쳐야 할 때이다. 그 안에서 교육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확고하게 정착시키는 것은 또 다른 교육개혁의 일환이라 할 것이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