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교육 현장에서 37년을 보낸 교육행정가가 다시 한 번 교육의 본질을 묻고 있다. 교사로 교실에 섰던 시절부터 교장, 교육장, 경남교육청 교육국장과 학교정책국장에 이르기까지 학교 현장과 교육 행정을 두루 경험한 김상권 경남교육감 예비후보는 공교육의 핵심 가치를 “사람을 세우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김 후보는 자신의 교육 철학을 “선(先) 인성, 후(後) 학력”이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지식 전달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세우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며, 인성과 학력이 균형을 이루는 교육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토대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공교육이 직면한 여러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기초학력 약화, 학교 공동체 신뢰의 흔들림, 교권과 학생 인권 갈등 등을 지목하며 “교육의 기본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심화된 학습 결손과 학력 격차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책임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2022년 경남교육감 선거에서 0.47%p 차이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그는 “그 결과는 아쉬움보다 도민들이 경남 교육의 변화를 얼마나 절실히 바라고 있는지 보여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이후에도 교육 현장을 꾸준히 찾아다니며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앞으로의 교육 방향에 대해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기본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문해력과 사고력, 그리고 인성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기 첫해에는 학교폭력 대응 체계 강화, 기초학력 책임지도 확립, 돌봄 정책 단계적 확대, 교권 보호 정책 추진 등을 통해 “경남 교육의 기본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Ⅰ. 교육 철학과 공교육에 대한 인식
○ 37년간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셨습니다. 선생님의 교육 철학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신다면 무엇입니까?
저의 교육 철학은 “선(先) 인성, 후(後) 학력”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세우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이 바른 인성과 공동체 의식을 갖추지 못한다면 아무리 높은 학력을 갖추더라도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따뜻한 인성과 책임감을 가진 아이는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힘을 갖게 됩니다. 저는 교육이란 결국 사람을 바로 세우는 일이며, 인성과 학력은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할 교육의 두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지식만 많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알고, 책임질 줄 알고, 함께 살아갈 줄 아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공교육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 교육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시기는 언제였습니까?
저의 교육관은 교사로 교실에 서 있었던 시기와 학교장으로 학교를 책임졌던 시기에 가장 깊이 형성되었습니다.
교사 시절 저는 매일 아이들의 눈빛을 마주하며 수업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절실히 느낀 것은 기초학력이 무너지면 학생의 자신감과 학습 의욕도 함께 무너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읽기와 쓰기, 기본적인 이해 능력이 흔들리는 순간 아이는 배움의 즐거움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또 학교장으로 근무하면서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으며 성장하는지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한 번의 실패로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어떤 계기를 통해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아이들은 열 번, 스무 번도 더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는 교육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아이들의 삶을 책임지는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교육은 이상이 아니라 책임이다”라는 마음으로 교육 현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오늘날 한국 공교육이 가장 시급하게 회복해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무엇보다 책임과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지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며, 교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여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교육 현장을 보면 책임의 주체가 모호해지고, 교사와 학부모, 학교와 사회 사이의 신뢰가 약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공교육이 다시 힘을 얻기 위해서는 기초학력에 대한 책임, 학생 안전에 대한 책임,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동시에 회복되어야 합니다. 결국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분명합니다. 기초가 바로 선 아이, 인성이 따뜻한 아이,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를 길러내는 것, 그것이 공교육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Ⅱ. 2022년 경남교육감 선거와 성찰
○ 2022년 경남교육감 선거를 어떻게 돌아보고 계십니까?
2022년 선거는 저에게 매우 깊은 성찰의 시간을 남겼습니다.
49.76%라는 득표와 0.47%p 차이의 결과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크게 느낀 것은 도민들이 경남 교육의 변화를 얼마나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지지와 기대는 단순한 선거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지금도 교육 현장과 지역 사회를 직접 찾아다니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교육은 어느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도민과 교육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더 낮은 자세로 배우고, 더 깊이 고민하며 경남 교육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중도보수 교육’의 핵심 가치는 무엇입니까?
제가 생각하는 중도보수 교육의 핵심은 자유와 책임, 그리고 공정한 기회입니다.
교육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자유는 책임과 함께할 때 건강하게 작동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어떤 가정환경에서 태어났든지 공정한 교육 기회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실력을 기르고, 공동체를 존중하는 시민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저는 교육이 단순히 경쟁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품격을 높이는 공공의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 당시 제시한 공약 중 지금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무엇입니까?
제가 제시했던 여러 정책들은 지금도 여전히 경남 교육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학교폭력 없는 학교,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학습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기초학력 책임지도, 맞벌이 가정과 아이들의 성장을 동시에 지원하는 초등 돌봄 확대, 그리고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업무 감축이 필요합니다. 또한 인성과 예술·체육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교육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교육의 기본 질서를 세우는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Ⅲ. 주요 정책 현안
○ 현재 경남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현재 경남의 기초학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규모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객관적인 진단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학력 수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장기간의 원격수업과 학습 결손이 누적되면서 학생 간 학습 격차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이제는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과 책임 있는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은 무엇입니까?
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가 다시 공부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기초학력은 특정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전체가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약속입니다. 이를 위해 학년별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방학 기간을 활용한 보충 학습과 맞춤형 지도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학생 개개인의 학습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는 책임지도 체계가 필요합니다. 저는 공교육이 모든 학생에게 최소한의 학습 기반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학교폭력 문제에서 처벌과 회복의 균형은 어떻게 보십니까?
학교폭력 문제는 무엇보다 단호한 원칙이 필요합니다.
가해 행위에 대한 분명한 책임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학교 공동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학교폭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처벌이 아니라 폭력 없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엄정한 대응과 함께 예방 교육, 상담,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학교폭력 문제를 단순한 사건 처리 차원이 아니라 교육 공동체 전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농산어촌 교육 격차 해소 방안은 무엇입니까?
농산어촌 학교는 결코 사라져야 할 공간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교육 자산입니다.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살린 특성화 교육을 확대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동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교육 기회를 넓혀야 합니다. 또한 우수 교원이 지역 학교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작은 학교를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작은 학교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Ⅳ. 교육 행정과 리더십
○ 행정가로서 가장 어려웠던 결정은 무엇입니까?
교육 행정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나 현장의 요구와 제도적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교육국장과 학교정책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저는 항상 “정책은 문서가 아니라 교실에서 완성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교육 행정의 역할은 학교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Ⅴ. 미래 교육 비전
○ AI·디지털 시대에 경남 교육이 준비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기본 역량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기술 활용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해력, 사고력, 판단력, 그리고 인성입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결국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AI 시대의 교육은 기술 교육과 함께 인간다운 사고와 공동체 의식을 함께 길러야 합니다.
○ 임기 첫 1년 안에 추진하고 싶은 핵심 정책은 무엇입니까?
저는 임기 첫해에 경남 교육의 기본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학습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기초학력 책임지도 체계를 확립하겠습니다. 또한 맞벌이 가정과 아이들의 성장 환경을 고려한 돌봄 정책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첫해에 교육의 기본 토대를 바로 세운다면 그 이후의 교육 정책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교육신문 강영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