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는 소리보다 오래 남는다

  • 등록 2026.02.24 11: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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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은 종이에 남고, 감사는 사람에게 남는다


조달청 외벽도색사업(1억 3천만 원 규모)에 우리학교가 선정되어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진심을 다해 도와주신 고마운 업체와 공사진행을 위한 첫 만남이 잡혔습니다.

 

-아이의 한마디가 어른의 결정을 바꾼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한마디였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거넨 말

 

“공룡이 추워 보여요.”

 

그 말 속의 순수함에 우리 모두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학교 외벽과 공룡상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기억의 풍경’이니까요.

 

그리고 학부모님들을 위해 진심 어린 수업료(전국 최저가 수준)를 지키려 애써 온 우리의 마음까지,
그 업체는 우리의 이야기를 가볍게 듣지 않았습니다.
운영비가 넉넉하지 않은 현실을 함께 고민했고
계획서부터 끝까지 함께해준 업체였습니다.

 

-숫자보다 먼저 마음을 칠하다.-

 

미팅 당일, 대표님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우리는 말보다 먼저 박수로 맞이하기로 했습니다.
고마움은 마음에만 두면 금세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대표님이 들어오시자, 우리 4명의 임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힘차게 박수를 쳤습니다.
그 박수는 잠깐의 예의가 아니었습니다.
대표님이 웃으며 “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 라고
하실때까지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그날 회의실에서
손과 손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작은 파동.
그 울림은 벽과 천장을 스치고, 우리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대표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박수 받은 것 처음입니다.”

 

그 한마디에, 오히려 우리가 더 뭉클해졌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알았습니다.

 

박수는 소리로 시작하지만, 결국 마음에 닿는 일이라는 것을.
계약은 종이에 남지만, 감사는 사람에게 남는다는 것을.

 

우리는 학교에서 준비한 작은 선물도 건넸습니다.
수저세트였습니다.
웃으며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이 수저로 식사하시면 부부가 사이좋아지고 행복해진대요.”

 

대표님 얼굴에 함박웃음이 터졌습니다.
그 웃음 덕분에 회의실의 공기까지 한 번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선물은 대표님께만 드리지 않았습니다.
함께 오신 분들께도 하나씩 모두 드렸습니다.
고마움은 한 사람에게만 머물기보다, 함께 온 마음에게도 닿기를 바랐습니다..

 

공사는 늘 숫자로 말을 겁니다.
물량, 단가, 공정표.
숫자는 정확하지만 차갑습니다.

 

사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학교 외벽과 공룡상 5마리까지 도색하려면, 1억 3천만 원은 넉넉한 금액이 아니라는 것을요.
타 업체 견적도 받아본 적이 있어, 이 규모의 공사가 어떤 비용 구조를 갖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분들이 숫자부터 말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숫자를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한 말, “공룡이 추워 보여요.”
학부모님들을 위한 수업료에 담긴 마음,
운영비가 넉넉하지 않아도 그 선택을 지켜온 학교의 태도까지.

 

한참을 듣고 난 뒤 대표님이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마음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익을 최소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억 3천만 원 안에서 건물 외벽과 공룡상 5마리까지 전부 칠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셨습니다.

 

“그냥 3년 가는 도료로 끝내지 않겠습니다.
10년을 바라보는 특수 도료로 하겠습니다.
색과 디자인도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책임지고 시공하겠습니다.”

 

그 말은 조건이 아니라 약속이었습니다.
그 순간 우리 임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박수와 함성을 있는 힘껏 보냈습니다.

 

이익은 통장에 남지만, 진심은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운영비가 넉넉하지 않아도 수업료를 지켜온 학교의 선택,
이익을 최소화하겠다고 한 업체의 태도,
그리고 그 장면을 함께 목격한 우리의 마음.

 

그 모든 것은 숫자로 계산할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장면으로 남을 것입니다.
어른들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무엇을 먼저 생각하는지,
어떻게 손해보다 가치를 택하는지를 보여준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저는 이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때가 이르면 거두리라.”
(갈라디아서 6:9)

 

오늘의 선택이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으로 남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아이들의 삶 속에서 열매로 맺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공사 일정 조율과 원칙에 대한 존중,
디자인을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
이 모든 과정은 단순한 협의가 아니라,
그 자체로 교육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건물의 색보다
어른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아이들은 ‘말씀’이 아니라 ‘장면’으로 배운다.-

 

대표님과 직원분들이 돌아가실 때,
우리는 주차장까지 함께 걸어 나갔습니다.
임원들은 끝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했습니다.

 

돌아가는 차 안에도
오늘의 박수와 웃음,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조용히 따라가 닿기를 바랐습니다.

 

그분들의 마음 한 켠에
우리 교육가족들의 진심이 가득 채워지기를 바라면서요.

 

박수는 이미 멈췄지만,
그날의 울림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날의 대화와 울림이 아이들에게
삶의 교훈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감사하되 진심으로 감사할 때
숫자가 변합니다.

 

박수를 아끼지 맙시다.^^

 


 

 

칼럼니스트 박대훈

 

• 現 태강삼육초등학교 교장
• 청주교육대학교 졸업
• 광운대학교 대학원 석사(초등영어교육)
• 전국삼육초연합회 회장
• 한국사립초연합회·서울사립초연합회 부회장
• 서울시·충청북도 수업연구 발표대회 1등급
• 충북 단재연수원 1급 정교사 연수 특강 강사
• 학교법인 삼육학원 전국 예비교사·중고등부·어린이교사 수양회 초청 강의 다수 출강
• ‘어린이 수업 집중법’ ‘부부행복세미나’‘섬기는 교육행정’강의 다수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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