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겐 나, 나에겐 너”가 되는 교실을 꿈꾸며

  • 등록 2026.02.24 11: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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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자전거 탄 풍경의 이 서정적인 노래 가사는 세대를 초월해 우리의 마음을 적셔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름다운 풍경이 되고, 쉴 곳이 되어준다는 이 가사는 사실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장 궁극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학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옆자리의 친구는 '나에겐 너'라는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라, 내가 딛고 올라서야 할 '장애물'이자 내 등급을 깎아 먹는 '잠재적 적'이 되어버렸다. ​이제 우리는 이 서글픈 경쟁의 트랙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는 곧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절규가 가득한 교실을 상생(相生)의 온기가 흐르는 배움의 터로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 교육개혁의 제1 사명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에 구속되었다. 내가 90점을 맞아도 친구가 91점을 맞으면 나는 '실패자'가 되는 구조 속에서 연대와 협력은 사치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평가의 패러다임을 '수직적 서열'에서 '수평적 기여'로 전환해야 한다. 즉, '승자독식'의 성적표를 '성장 공유'의 포트폴리오로 전환해야 한다. 다음의 국제적인 사례를 보자.

 

<[사례 1: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 집단 지성 평가>

 

프랑스의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는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최근 일부 혁신 학교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협력적 수행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던져주고, 팀원들이 각자의 강점(데이터 분석, 디자인, 발표, 자료 조사 등)을 발휘해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다. 이때 점수는 개인이 아닌 '팀'에게 부여되며, 팀원 상호 간의 기여도를 스스로 평가하게 함으로써 '너의 유능함이 곧 나의 성공'이 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진정한 배움은 가르칠 때 완성된다는 '학습 피라미드' 이론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고 제자가 되는 시스템이 공교육 내에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식 소유'에서 '지식 공유'로 체제를 만들고 상호 간의 튜터링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다음의 사례는 바로 그에 합당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사례 2: '또래 티칭'의 ‘거꾸로 교실’ 진화>

 

전통적인 수업이 교사의 지식을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받아적는 것이었다면, 상생 교육의 교실은 학생들이 주도한다. 미리 영상을 통해 개념을 익혀온 아이들은 교실에서 서로의 이해도를 점검하는 것이다. 공부의 진척도가 빠른 아이는 '너에게 난' 친절한 튜터가 되어 설명해 주고, 느린 아이는 질문을 통해 친구의 지식을 견고하게 해 주는 협력의 사이클을 이룬다.

​실제로 이 방식을 도입한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우려와는 달리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지기는커녕,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개념이 더 명확해져 성적이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보였다. 하위권 학생들은 포기 대신 '함께 가자'고 손 내미는 친구 덕분에 배움의 끈을 놓지 않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너에겐 나, 나에겐 너'의 정신이 구현된 교실이라 할 수 있다.

 

​ ​학교는 고립된 섬이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때, 비로소 상생의 가치는 현실 속의 일상이 될 수 있다. 이는 지역사회와 학교라는 '교육 생태계'를 원래의 기능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다음의 사례는 이를 증거하고 있다.

 

<[사례 3: 미국의 '커뮤니티 스쿨(Community Schools)'>

 

미국의 일부 공립학교는 학교 건물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며, 아이들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게 한다. 예컨대, 동네의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의원, 환경 운동가, 주민들과 함께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나'라는 좁은 틀을 벗어나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배운다. 학교가 마을의 심장이 되고, 마을이 아이들의 거대한 교실이 되는 이 모델은 경쟁 중심의 입시 교육이 줄 수 없는 거대한 효능감을 선사한다.

 

​"너에겐 난, 나에겐 넌... 우리는 서로의 내일이다." ​교육 개혁은 단순히 정권 교체에 따라 입시 제도를 바꾸는 기술적인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철학적 인 전환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내가 1등을 하기 위해 친구의 노트를 훔치는 세상보다, 내가 모르는 것을 친구가 알려주고, 친구의 슬픔에 내가 어깨를 빌려주는 세상이 훨씬 더 살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따라서 ​상생 교육을 향한 세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협력 점수'의 제도화다. 이는 입시 전형에서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이뤄낸 성과와 기여도를 정기적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공유 자원'으로서의 교육 콘텐츠다. 이는 모든 학습 자료를 경쟁의 도구가 아닌 공유의 자산으로 만들어, 누구든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오픈 교육 플랫폼'을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교사의 역할을 '지식 전달자'에서 '관계 코디네이터'로 전환하는 것이다. 교사가 아이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협력을 끌어내는 '연대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해질녘 노을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는 여러 색깔이 서로 다투지 않고 어우러져 하늘을 물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각기 다른 빛깔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의 배경이 되어줄 때, 우리 교육은 비로소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가 될 것이다. ​"너에겐 나, 나에겐 너"라는 가사처럼, 우리가 서로의 존재 이유가 되는 상생의 교육 현장을 꿈꾸자. 그 길에 우리 모두가 기꺼이 서로의 손을 잡는 연대의 주인공이 되길 기대하고 소망한다.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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