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사전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분노 미끼(rage bait)’를 선정했다. 이는 온라인에서 클릭 수와 참여도를 높이려고 의도적으로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뜻한다. 작년의 단어가 ‘뇌 썩음(brain rot)’, 즉 피상적이고 자극적인 온라인 콘텐츠 과잉 소비 현상을 의미한 것을 고려하면, 두 단어는 오늘날 디지털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불안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점점 ‘자극과 분노’ 중심의 정보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자, 더 이상 교육이 뒤따라갈 수 없다는 절실한 경고라 할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우리 사회는 온통 가짜뉴스와 거짓말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민주국가에서 개인의 권리만을 향유하고 책임은 도외시하는 극단적인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실례로 올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12•3 비상계엄의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 등의 수사만 보더라도 그동안 온갖 거짓말과 의도된 가짜뉴스는 국민의 알 권리를 극도로 끌어올릴 만큼 분노를 유발해 왔다.
그렇다면 교육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먼저 ‘분노 미끼’에 흔들리는 사회, 왜 교육이 나서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분노는 클릭을 부르고, 클릭은 알고리즘을 강화한다. 그 결과, ►혐오와 극단적 주장 ►특정 사안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정보 ►공동체를 갈라놓는 프레임이 온라인 공론장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무방비 상태의 학생•청소년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학급 단톡방, SNS, 숏폼 영상 등 일상의 디지털 환경에서 아이들은 이미 ‘분노를 소비하는 문화’에 전격으로 노출돼 있다. 따라서 이제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일을 넘어, 감정을 다스리고, 사실을 검증하며, 공동체적 관점을 잃지 않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를 떠안고 있다,
그 과제 중에는 미디어•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정규 교과 편성’과 감정 조절과 공감 능력을 기르는 ‘정서 교육’ 확대, 그리고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디지털 시민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교육은 ‘사회적 면역력’을 만드는 역할에 중요한 일익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의 단어 ‘뇌 썩음’이 자극적 콘텐츠의 과잉 소비를 보여주었다면, 2025년의 단어 ‘분노 미끼’는 이제 그 자극이 분노를 통한 조작과 분열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불행히도 이 흐름은 쉽게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듯이 교육이 합당하게 개입한다면,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감정 조작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 사실을 검증하는 태도,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다른 의견과 공존하는 시민적 역량 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은 말할 나위 없이 시험 점수보다 더 중요한 미래의 역량이며, 궁극적으로 ‘분노 미끼’ 사회에 흔들리지 않는 시민을 육성하는 교육의 성과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교육이 사회 앞에 보여줄 때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교육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분노의 알고리즘을 넘어서 성찰과 공존의 사회로 나아가는 견고한 길로 나설 것이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