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끼아또를 아시나요?
“뽀드득, 뽀드득”
밤새 내린 카푸치노 같은 눈길을 보니 스티밍한 하얀 우유가 담긴 커피잔이 떠오른다.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퇴근하는 길,
함박눈이 쏟아진 날, 일을 마치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에 깨끗하고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려니 조심스운 마음까지 든다.
눈을 밟을 때마다 들려오는 “뽀드득”, “뽀드득”,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에 피곤함도 가볍게 느껴지는 듯하다. 차가운 겨울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본다. 함박눈이 얼굴에 닿을 때마다 차가운 점이 하나 하나 생기는 느낌이다.
얼굴에 닿은 차가운 눈송이가 녹아 아주 작은 점처럼 물방울로 얼굴에 맺힌다. 점점 작은 물방울들이 서로 만나 흘러내리는 느낌이 좋아 걷다 멈추다를 반복한다.
얼굴에 눈이 녹으며 찍어준 차가운 점들...
“라떼마끼아또”와 “카페마끼아또”가 문득 떠오른다.
라떼 마끼아또(Latte Macchiato)는 에스프레소와 스티밍한 우유로 만든 음료로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어로 "Latte"는 "우유", "Macchiato"는 "얼룩진"이나 "점이 찍힌"을 뜻한다.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가 부어지면서 생긴 층과 스티밍한 하얀 우유 위에 갈색의 에스프레소 점이 찍힌 듯 한 모습이다. 스티밍을 한 부드러운 우유에 에스프레소가 부어지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의 양이 우유의 양보다 적어 부드럽고 달콤한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에서 어른들의 음료로 간주되는 커피를 아이들이 따라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커피 대신 따뜻한 우유에 소량의 에스프레소를 첨가해 만든 음료가 라떼 마끼아또의 시초였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라떼 마끼아또는 커피와 우유의 층 분리를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하였고, 독특한 층 구조는 다른 커피 음료와 차별화하는 요소가 되었다.
카페 마끼아또(Caffè Macchiato)는 라떼 마끼아또와 반대로, 진한 에스프레소에 소량의 스티밍이 된 우유로 만든 음료이다. 이러한 제조 과정으로 인해 맛의 특징은 에스프레소의 강한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크림같은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에도 여러 잔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이탈리아에서 때로는 조금 더 부드럽고 덜 강한 음료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음료이다.
오늘처럼 눈 내리는 날, 떠오른 사람이 있다면 그와 함께 카페 마끼야또와 라떼 마끼야또를 사이좋게 한 잔씩 나누어 마시고 싶다. 한 모금씩 커피가 잔에서 사라질 때마다, 그와의 추억은 더 쌓일 듯 하다. 커피는 우리에게 음료 이상의 행복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전해준다. 지난날 누구와 마신 커피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어, 향기만으로도 그를 내 마음속으로 소환시킬 수도, 다시 그리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정 행복한 사람은 눈 내리는 날 전화 걸 수 있는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그 추억이 눈보다 더 시려운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조용히 마끼아또 한잔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년 눈내리는 날, 함께 할 인연을 기원해 주고 싶다.

[대한민국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