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0년 지기가 된 대학 동창 절친들이 있다. A와 B 그리고 나 셋이서 많은 시간과 추억들을 공유했다. 어떠한 말이나 상황 속에서도 사소한 오해 따위에는 우정이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더구나 칠순을 넘긴 나이들이니 더욱 그러리라 믿었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 금석지교(金石之交) 믿었던 우정에 균열이 가고 말았다. 견해 차이 때문이었다. A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B가 조언을 했다. B는 A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었는데 A는 속이 상했던 것이다. 그것도 두 번 세 번 반복을 하니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 사이가 그러하니 그일 이후로 괴로운 것은 정작 나였다. B는 나를 찾아와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 하고 A는 A대로 자신의 불쾌함을 토로하니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내색을 할 수도 없고 자신의 견해를 허심탄회하게 밝힐 수도 없었다. 자칫 한 쪽 편을 거든다는 오해를 사게 되고 이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었다.
제 3자인 내가 판단하기에 A의 문제는 확실히 자신의 그릇된 판단이 불러온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사태를 악화 시킨 것은 B이다. 솔로몬의 잠언에는 “경우에 합당한 말‘은 무척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잠25:11). A에 대한 B의 조언은 분명 합당한 말이었다. 그런데도 문제가 생겼다면 이는 어찌된 영문인가.
어느 날 B를 만나서 『공자가어(孔子家語) '변정(辨政)』편에 너오는 ‘간군오의(諫君五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나라 임금이 정치를 묻자, 재물을 절약하라 하시고, 노나라 임금에게는 신하를 잘 깨우치라 하셨습니다. 또 초나라 섭공(葉公)에게는 가까운 사람을 즐겁게 하고 먼 사람을 오게 하라고 하셨지요. 어째서 같은 물음에 대답이 다른지요?"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그 사람에 맞게 대답해준 것뿐이다. 제나라 임금은 너무 사치스럽고, 노나라는 간신들이 임금을 에워싸고 있다. 초나라는 땅덩어리만 넓지 수도가 좁다.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급선무가 같을 수 없는 법이지."
이어 공자는 충성스러운 신하가 임금에게 간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말했다. 첫 번째가 휼간(譎諫)이다. 대놓고 말하지 않고 넌지시 돌려서 간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는 사람이 뒤탈이 없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잘하면 큰 효과를 거둔다. 두 번째는 당간(戇諫)이다. 당(戇)은 융통성 없이 고지식한 것이니, 꾸밈없이 대놓고 간하는 것이다. 자칫 후환이 있을 수 있다. 세 번째는 강간(降諫)이다. 자신을 낮춰 납짝 엎드려 간하는 것이다. 상대를 추어주며 좋은 낯빛으로 알아듣게 간하는 것이다. 우쭐대기를 좋아하는 임금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 네 번째가 직간(直諫)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곧장 찔러 말하는 것이다. 우유부단한 군주에게 필요한 처방이다. 다섯 번째는 풍간(諷諫)이다. 비꼬아 말하는 것이다. 딴 일에 견주어 풍자해서 말하는 방식이다. 말 속에 가시가 있다. 한나라 때 유향(劉向)도 "설원(說苑)" '정간(正諫)'편에서 직간(直諫) 대신 정간(正諫)을 넣어 이 다섯 가지 간언(諫言)의 방식을 설명했다.
간언도 상대를 보아가며 가려서 해야 한다. 직간과 당간만 능사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입바른 말을 해대면, 아무리 충정에서 나왔다 해도 윗사람의 역정을 불러 마침내 미움을 사 해를 입는다. 자신을 낮추는 강간은 자칫 천하게 보이기 쉽다. 아첨과 잘 구분해야 한다. 휼간과 풍간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임금에게는 백날 해야 아무 효과가 없다. 직간하면 발끈 성을 내고, 풍간하면 행간을 놓친 채 칭찬으로 알아듣는 임금은 방법이 없다. 간(諫)은 윗사람을 설득하는 일이다. 설득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굳이 조언을 해야 했다면 B는 당간 대신 다른 방식을 택해야 했다.
이는 비단 군주와 신하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부모 자식 간에도 그렇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생각은 대부분 옳다. 그러나 자식이 받아들일 마음이 없으면 아무리 경우에 합당한 말일지라도 괴로움과 갈등을 일으키는 불씨일 뿐이다. 경우에 합당하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기(適期)인 것을 물론 상대방이 수용하거나 깨우칠 여지가 있는가를 아는 것도 포함된다.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