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의 치열한 입시 교육 현장은 새로운 환경, 예컨대 N수생을 대량 양산하는 등 예전과 다르게 쉼 없이 돌아가는 거대한 쳇바퀴를 연상케 한다. 오랜 기간 변함없이 이루어지는 서열화된 점수 경쟁, 무한 피로를 강요하는 문제 풀이의 굴레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내달리고 있다. 치솟는 사교육비는 학부모의 허리를 휘게 만들고, 현장 교사들은 빈번한 입시 정책의 혼란에 쌓인 채, 공교육은 방향을 잃고 정작 도착점에 다다르기도 전에 많은 청소년들이 번아웃과 우울, 정체성 혼란이라는 거친 외풍에 ‘학교 밖 청소년’으로 신분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지식의 양은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해졌지만, 정작 삶의 파도를 견뎌낼 내면의 기둥은 위태롭게 흔들리는 총체적 난국의 위기라 할 수 있다.
이를 식물에 비유하자면 지식과 성적은 줄기와 잎, 그리고 꽃이다. 햇볕과 물, 바람 같은 외부적 환경이 아무리 풍성해도, 땅속 깊이 자리를 잡은 ‘뿌리’가 부실하면 작은 가뭄이나 태풍에도 식물은 금세 시들어 버린다. 교육에서 이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마음 근육’이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회복탄력성, 스스로의 가치를 자각하는 정체성,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감정 조절 능력 등 학생들이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워내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토대가 흔들리는 것은 교육의 위기라 아니할 수 없다.
마음 근육은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연습과 훈련을 통해 단련되는 역량이다. 뇌과학 및 긍정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뇌는 시냅스 재구성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로, 이 시기의 내면 성찰과 정서 조절 경험은 평생을 좌우하는 뇌의 구조적 바탕을 형성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수많은 교육 선진국과 국내 교육 현장에서는 단순한 상담이나 생활지도의 차원을 넘어, 마음 근육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최근 학교 교육과정의 핵심 축으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국내 성공 사례로 부산의 명문 사학인 장안제일고등학교의 교육 실천을 들 수 있다. 장안제일고는 이미 2007년부터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학기별 2회, 연 4회에 걸쳐 ‘마음집중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내면 성찰과 정체성 확립, 긍정적 사고 및 올바른 생활 습관 배양을 돕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 정착했다. 특히 매년 각계각층의 인사를 초청하여 삶의 지혜와 역경 극복의 서사를 나누는 ‘명사 초청 강연’은 청소년들에게 가치관의 이정표를 제시하며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와 학교 생활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헤럴드경제, 박성현, “아이들 입시 경쟁 맞설 힘… ‘마음 근육’ 키우는 교육”, 2026. 8.10.)
해외에서도 마음 근육 교육의 파급력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 연구진과 사회정서학습협회(CASEL)가 실시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사회정서학습(SEL,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및 마음 챙김 기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정서적 불안과 학업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학업 성취도가 평균 11 백분위수 점수(percentile points)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음의 안정과 정서적 튼튼함이 배제된 채 주입되는 지식은 사상누각에 불과하지만, 마음 근육이 단단해진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력과 집중력이 향상되어 학업에서도 훨씬 뛰어난 몰입도를 발휘한다는 진실을 보여주는 자료인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 교육을 위한 ‘마음 근육’ 향상을 위해 우리 학교 현장은 어떤 획기적인 전환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가? 첫째, 마음 교육을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교육과정의 정규화·일상화’로 통합해야 한다. 장안제일고의 사례처럼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찰의 시간을 학교 시공간 안에 공식 배치해야 한다. 하루 10분 아침 성찰, 일기 쓰기, 감정 다이어리 작성 등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루틴이 필요하다.
둘째, ‘지식 전달형’을 넘어선 ‘체험·대화형’ 프로그램의 확대다. 삶의 진정성이 담긴 명사 강연, 인문학적 독서 토론, 지역사회 및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예, 확장된 격대교육)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다채로운 삶의 궤적을 접하고 자신의 고민과 방황 등을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성적과 결과 중심의 평가 체제에서 ‘성장과 과정 중심의 문화’로의 전환이다. 실패를 징벌하는 평가 구조 속에서는 마음 근육이 자랄 수 없다. 실패를 성장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수용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을 격려하는 평가 패러다임이 구축될 때 아이들은 비로소 안전함을 느끼며 내면의 힘을 키울 것이다. 이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우리의 이공계 인재 육상의 산실, KAIST의 실패 발표 시스템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하고자 한다.
우리 교육의 과도한 경쟁은 끝이 없고 입시의 문은 여전히 좁아 병목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좁은 문을 통과하는 진짜 힘은 남을 짓밟는 경쟁심과 타성적인 암기력이 아니라, 어떤 시련이 와도 다시 일어서는 단단한 마음에서 나온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아이들을 시험 치르는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가꾸어 가는 건강한 인격체로 키워내는 것이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청소년들의 내면을 사막과 같은 불모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학교가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되어줄 때, 우리 청소년들은 저마다의 계절에 가장 탐스럽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대전환, 그 시작은 바로 우리 미래 세대이자 희망인 청소년들의 ‘마음 근육’을 지역별, 학교별, 학생별 구분 없이 모두에게 보편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충실하게 그리고 더욱 비 온 뒤 땅이 더욱 굳어지듯, 보다 단단하게 키워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