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잠든 새벽녘, 얇게 떠진 눈 사이로 새벽 2시를 가리키는 시계바늘이 보였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다시 잠을 청해보려 몸을 뒤척였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작스러운 통증에 나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옆구리 어디쯤에서 시작된 통증은 자세를 바꿀 때마다 날카롭게 되살아났다. 흔히들 말하는 '담'에 걸린 것이었다.
얼마 전 배우기 시작한 요가 수업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때 했던 어느 한 동작 때문이지 않을까 짐작했다. 그런데 병원을 찾은 나는, 통증의 진짜 원인이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옆구리가 아니라, 목 안쪽 깊숙한 근육이 너무 오래 긴장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평소에는 목이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 늘 어딘가에 힘을 꽉 주고 살아왔나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이 지칠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던 그 통증, 그때마다 나는 늘 아픈 부위만 들여다보았을 뿐, 정작 그 뒤에 숨은 이유는 헤아려본 적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목을 풀어주자, 다른 곳의 통증까지 훨씬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그동안 문제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진짜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이런 일이 비단 몸에서만 일어나는 걸까. 우리의 마음도, 삶도 어쩌면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최근 힘들었던 날들을 가만히 떠올려보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날, 스스로를 의지박약이라 탓했던 순간들. 누군가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서운함이 눈물이 되어 흘렀던 기억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꼭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너무 열심히 달려온 탓에 마음이 잠시 지쳐버린 것일 수도 있다. 평소라면 그냥 흘려들었을 말이 유독 그날따라 마음에 걸렸던 것도, 어쩌면 쌓여있던 피로가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불편한일이 생기면 눈앞에 보이는 것부터 없애려 한다. 몸이 아프면 아픈 곳을 주무르고, 마음이 힘들면 그 감정을 빨리 떨쳐내려고 한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내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먼저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문제의 시작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풀어야 할 진짜 매듭은, 우리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한 더 깊은 곳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밤에도 요가매트를 펼친다. 목과 어깨에 힘을 빼고 천천히 숨을 내쉬어본다. 그리고 하루 동안 나도 모르게 움켜쥐고 있던 힘을 하나씩 내려놓아 본다.
아픈 옆구리가 내게 알려준 것은 의외로 단순했다.
아픈 곳만 바라보지 말 것.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을 문제의 전부라고 믿지 말 것.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은 어쩌면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더 깊은 곳을 한번 들여다봐 달라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정영희 작가
·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간호사
· 혈액관리본부 직무교육강사
· 2025 대한민국 眞心교육대상 수상
· 최경규의 행복학교 자문위원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