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윤자 교장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신의 뿌리를 자산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인재로 키우겠습니다”
광양중진초등학교가 ‘다름’을 교육의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문화교육을 특정 학생만을 위한 별도의 교육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학생이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배움으로 확장하면서다.
여기에 학생 주도형 활동과 지역사회 연계교육, AI교육까지 접목하면서 광양중진초는 지역과 세계를 함께 바라보는 ‘글로컬 교육’의 현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박윤자 광양중진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의 교육 방향에 대해 “우리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 가능성을 함께 키워가는 교육철학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중언어와 다양한 문화를 학생들의 소중한 자산으로 바라보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글로컬 역량을 키우는 데 교육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촌 톡톡 지니 기자단’,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다문화교육
광양중진초는 전남도교육청 지정 다문화교육 연구학교로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활동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 ‘지구촌 톡톡 지니 기자단’이다. 학생들은 기자단 활동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직접 탐구하고, 친구들과 협력해 소식지를 제작한다. 현재 베트남, 중국, 일본을 주제로 한 소식지가 제작됐으며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취재하고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 되고 있다. 단순히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공감과 배려, 협업 능력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 교장은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 주도형 다문화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엄마의 언어가 아이의 자산이 되도록”
광양중진초의 다문화교육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이중언어’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학교에는 베트남어, 중국어, 일본어, 우즈베키스탄어 등 다양한 언어를 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마련돼 있다. 특히 이주배경 가정 학생들에게 부모의 나라 언어는 더 이상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이중언어교육을 통해 이주배경 가정 학생들이 자신의 가족적 배경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자긍심을 갖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업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평소에는 자신의 이주배경을 드러내지 않던 한 학생이 베트남어 수업에서 자신 있게 베트남어를 말하고, “엄마에게 배웠다”고 이야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교사들은 이러한 순간을 통해 학생에게 자신의 배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현재 학교에는 이주배경 가정 학생이 약 64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이주배경 가정 학생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학교 역시 이에 맞는 교육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다문화교육은 특정 학생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다”
광양중진초가 고민한 것은 다문화교육의 방향이었다. 처음에는 이주배경 가정 학생을 위한 교육에 집중해야 하는지, 아니면 학교 전체 교육으로 확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학교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주배경 학생들의 강점을 살리는 동시에 비이주배경 학생들에게도 교육적 경험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았다.그 결과 이중언어교육과 국제교류 활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학생들은 베트남과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와 비대면 교류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면 교류에도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교사들은 다문화교육이 외국어를 배우는 수업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교육과정과의 균형도 세심하게 고민하고 있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다른 나라의 지식을 많이 습득하는 것보다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도 정기적인 교육과정 연구와 학습을 이어가고 있다.

음식으로 배우는 세계문화… 급식도 교육이 된다
다문화교육은 교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학교 급식과 연결하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등 학생들의 배경과 관련된 음식들을 직접 조사하고, 실제 음식과 조리법을 살펴보면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음식과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외국 음식을 먹어보는 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만들어진 문화적 배경까지 함께 알아보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조사하고, 먹은 뒤에는 소감을 나누는 등 학생 참여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교사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다문화교육을 교육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문화교육과 AI교육의 만남
광양중진초의 교육적 특징은 다문화교육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는 AI 중점학교를 3년째 운영하며 AI를 교육과정 속에 접목하고 있다. 캔바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고 전남도교육청에서 제공하는 AI 관련 프로그램을 교육활동에 활용하는 한편, 학생·교사 동아리와 방학 캠프 등을 통해 AI 활용 역량도 키워가고 있다. 특히 AI교육은 다문화교육과 별개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국제교류 과정에서 상대방 학생들에게 전달할 자료를 제작하거나 번역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실제 소통의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서 두 교육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학교는 앞으로도 AI교육 관련 연구학교 운영을 검토하며 미래교육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광양중진초의 교육은 거창한 프로젝트에만 머물지 않는다.
5학년 학생들이 5개월 동안 우유팩 3천400여 장을 모아 아동복지시설에 기부한 활동도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한 학급에서 시작된 작은 실천이 5학년 전체로 확대됐고, 학교는 이를 2학기 학생회 차원의 활동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박윤자 교장은 환경교육과 인성교육을 별개의 영역으로 나누기보다 학생들의 삶 속에서 함께 실천하는 교육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직접 계획하고 행동하면서 환경을 지키는 책임감과 이웃을 배려하는 나눔의 가치를 함께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을 배우고 세계로 나아가는 아이들
지역사회 역시 광양중진초 학생들에게 중요한 교육 자원이다. 학생들은 광양의 역사와 문화, 지역의 특산물을 직접 경험하고 지역의 다양한 기관과 연계한 교육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3학년은 광양의 역사 유적지를 중심으로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고학년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찾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활동을 교육과정과 연결하고 있다. 학교는 지역사회를 ‘가장 가까운 배움의 교실’로 바라본다. 교과서 속 지식을 지역의 삶과 연결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학교에서 세계시민으로”
광양중진초의 변화는 학생들의 모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교육활동을 기획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책임감과 문제해결력을 키우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하고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도 늘고 있다. 학부모들 역시 학교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의 실제 삶과 연결된 배움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박윤자 교장이 그리고 있는 미래도 분명하다. 자신의 뿌리를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지역을 사랑하면서 세계와 당당하게 소통하는 아이들이다. 광양중진초등학교의 교육은 결국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 ‘다름을 강점으로 만드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중언어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발견하고, 국제교류를 통해 세계를 만나며, AI를 통해 미래의 도구를 익히고, 지역사회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이다.
박윤자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지역을 사랑하고 세계와 당당히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이끌어갈 책임 있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도 끊임없이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광양중진초등학교가 만들어가는 교육은 한마디로 ‘지역에서 세계로’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다름을 가능성과 강점으로 바꾸려는 학교의 교육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교육신문 김범동 기자 kbd@kedupres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