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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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의 브레이크를 밟는 ‘교육의 기적’

​일요일 저녁, TV 리모컨을 돌리다 MBC <스트레이트> 방송을 보며 목이 턱 막힌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속도 붙은 지방 소멸”이라는 자막 뒤로 비쳐진 강원도 정선의 한 초등학교 풍경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전교생 10명, 운동회 날 청군 백군을 나누려면 교장 선생님과 동네 이장님까지 계급장 떼고 선수로 뛰어야 겨우 머릿수가 맞는 서글픈 현실이다.

 

보도에 의하면 전국의 읍·면·동 중 무려 36%가 ‘소멸 고위험군’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세 곳 중 한 곳은 조만간 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인구가 줄어드니 학교가 문을 닫고, 학교가 없어지니 젊은 부모들이 보따리를 싸서 대도시로 떠나는 이 잔인한 ‘소멸의 쳇바퀴’를 어떻게 멈춰 세워야 할까?

 

혹자는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자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 공장 직원들도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은 서울에 두고 주말부부를 택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정답은 하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떠났던 맹모(孟母)들이 아이 손을 잡고 제 발로 걸어 들어오게 만드는 획기적인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는 신(新)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세우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런 맥락에서 기적 같은 반전의 드라마를 쓴 지역을 소개하고 교육을 통한 지역 살리기 방안을 펼치고자 한다.

 

​지방 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도시보다 뒤처진 낙후된 환경’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생각을 180도 뒤집어 대도시의 ‘숨 막히는 사교육 지옥’에 지친 부모들의 허를 찌른 지역이 있다. 바로 전라남도 강진군이다. ​전남교육청과 강진군이 합작한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은 교육계의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생이 강진의 작은 학교로 전학을 오면, 지자체에서 가족이 살 수 있는 주거지를 제공하고 매달 유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처음엔 시골 학교라서 학업 진도가 처지면 어쩌나 걱정했죠. 그런데 웬걸요? 전교생이 적다 보니 원어민 선생님과의 1대1 회화 시간이 서울 대형 학원보다 많더라고요. 승마, 골프, 가야금까지 전액 무료로 배우는데, 서울 강남에서 이 정도 교육 시키려면 기둥뿌리 뽑힙니다.”(실제 참여 학부모의 수기 중)

 

​결과는 어땠을까? 2021년 시작 당시 고작 수십 명에 불과했던 유학생 수가 매년 급증하며, 일부 폐교 위기 학교는 오히려 교실을 증축해야 하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아이를 따라 내려온 부모들이 지역에 정착하면서 유령 도시 같던 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 하버드대 교수가 저서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에서 강조한 “인적 자본을 끌어들이는 최고의 자석은 다름 아닌 ‘매력적인 교육·보육 환경’”이라는 이론의 완벽한 실증 사례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선이나 전국의 소멸 위기 지역을 살리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 긴급하게 도입해야 할, 뻔하지 않고 효과는 확실한 획기적인 교육 방안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초(超)에듀테크 마이크로 스쿨’의 운영이다. ​전교생 10명이라고 낙담할 필요가 전혀 없다. 역발상적 사고를 적용하면 전교생 10명은 ‘국내 최고 수준의 초개인화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인원이다. 미국의 미래형 대안학교인 미네르바 스쿨(Minerva University)이나 대학 교육의 혁신을 이끈 미래형 고교 모델들은 거대한 캠퍼스 없이도 전 세계적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

 

시골 학교의 전 교실에 최고 사양의 VR(가상현실) 기기와 AI 튜터를 도입하는 것이다. 대치동 학원가 일타 강사의 수업을 실시간 홀로그램으로 듣고,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개별 진도를 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오후에는 정선의 청정 자연 속에서 생태 수업을 실행한다. “지식 교육은 대치동보다 스마트하게, 인성·체험 교육은 강남이 감히 흉내도 못 내게 쾌적하게!” 이 정도 메리트라면 강남 엄마들이 역으로 정선으로의 유학을 위해 줄을 서지 않겠는가?

 

둘째, ‘격대(隔代) 융합형 커뮤니티 학교’의 운영이다. ​학교를 오직 ‘애들만 다니는 곳’으로 제한하니 인구 감소와 함께 학교가 소멸하는 것이다. 학교를 지역 전체의 삶의 허브로 혁신하면 어떨까? 여기에 우리 선조들의 지혜인 ‘격대 교육(조부모가 손자녀를 교육하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마을의 은퇴한 어르신들이 학교의 명예 교사가 되어 지역의 역사와 삶의 지혜를 가르치고, 반대로 아이들은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활용법과 유튜브 영상 편집을 가르쳐 드리는 것이다.

 

OECD의 교육 리포트 《Education 2030》에서도 학교가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네트워크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낮에는 초등학생의 배움터로, 저녁과 주말에는 주민들의 평생교육원과 문화센터로 학교를 24시간 가동하면, 학교는 마을의 심장으로서 절대 멈추지 않는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될 것이다.

 

셋째, ‘로컬 크리에이터’를 키우는 교육과정의 현지화이다. ​지역 학교에서 서울 명문대 진학만을 목표로 교육하면, 똑똑하게 키워놓은 아이들이 모두 서울로 도망가는 ‘인재 유출의 부메랑’을 맞게 된다. 이제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먹고살 수 있는 ‘지역 인재’를 키워야 한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위치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사례가 좋은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지역 사회의 농업, 협동조합, 지역 언론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졸업생의 상당수가 마을에 남아 청년 창업가로 정착하며, 홍동면은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활력 넘치는 마을이 되었다.

 

​미국의 교육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교육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다”라고 했다. 지역의 학교가 살아 움직이고 유연해질 때, 그 지역의 삶도 비로소 생기를 되찾게 될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예산이 없다, 인구가 줄어 어쩔 수 없다”며 매너리즘에 빠져 폐교 수순만 밟아가는 것은, 미래 세대와 공동체 앞에 큰 죄를 짓는 일이라 할 것이다. 완벽한 중앙 정부의 대책만 기다리기엔 우리 지방의 시계가 너무 빠르게 흐르고 있다.

 

​전국의 교육 행정가와 지자체장 제위여! 당장 교무실과 군청의 문을 열고 나와 머리를 맞대 봅시다. 파격적인 교육 실험을 허용하고, 학교를 지역의 유쾌한 놀이터이자 최첨단 기지로 업그레이드해 봅시다. ​도시의 아이들이 농산어촌으로의 유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좀 더 확장하고, 재정적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으로 적극 행정을 펼쳐 봅시다. 그렇게 되면 지역 교실에 아이들의 우렁찬 웃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고, 인구 이동이 도시와 농산어촌 간의 왕래를 가로막고 있는 한반도 지형의 거대한 산맥과 하천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되어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공포를 완전히 잠재울 것으로 믿는 바이요.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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