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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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학교 운영의 업그레이드 전략

AI 시대, 요즘 학교마다 사정은 작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개는 거의 ‘로딩 중’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AI가 시를 쓰고, 로봇이 피자를 굽는 2026년 현재, 우리 초·중·고등학교의 교무실의 시계는 안타깝게도 가끔은 조선 시대 어딘가에 멈춰 있는 듯하다. 학기 초에 방대하게 짜인 ‘연간 교육계획서’는 마치 절대 깨뜨려서는 안 될 모세의 십계명처럼 군림한다.

 

학기 중에 급격한 교육 트렌드 변화나 기후 위기, 혹은 예상치 못한 학생들의 요구가 터져 나와도 “이미 결재가 끝나서 변경하기 어렵다”는 교무실의 단골 멘트는 가끔은 교사들을 깊은 탄식에 빠뜨리곤 한다. 물론 이를 과감하게 극복하고 넘어서기 위해서는 교무부를 비롯한 행정 부서의 번거로운 개정(예, 학교운영위원회 상정)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어 있다.

 

​이처럼 무겁고 경직된 전통적 학교 운영 방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흥미로운 신이론이 최근 교육학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날아온 ‘에자일(Agile) 학교 경영 이론’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에자일’은 무엇인가? 이는 쉽게 말해 “계획대로 안 되면 빠르게 바꾸자!”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좀 더 부연하면 학년 초의 거대하고 무거운 계획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소규모 팀 단위로 기민하게 움직이며 끊임없이 피드백을 반영해 나가는 유연한 운영 방식을 뜻한다. 이 글에서는 이 신속한 대응을 이끄는 신이론이 우리 초·중·고 현장에 들어왔을 때 펼쳐질 교육적 성과를 파헤쳐 보고자 한다.

 

​본래 에자일 경영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방식이다. 이를 교육학 분야에 접목한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하버드 대학교 교육대학원의 리차드 엘모어(Richard Elmore) 교수와 최근 미래 교육 경영을 연구하는 미국 교육리더십학회(ASCD)의 연구자들이다.

 

엘모어 교수는 그의 저서 《School Reform from the Inside Out》 등에서 “학교가 외부의 탑다운(Top-down)식 개혁에 실패하는 이유는 현장의 유연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며, 학교 조직이 ‘학습하는 유기체’처럼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전통적인 학교가 10층짜리 거대하고 단단한 콘크리트 빌딩이라면, 에자일 학교는 필요에 따라 조립하고 분해할 수 있는 레고 블록과 같다. 그렇다면 이 레고 블록을 우리 학교 현장에 조립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모든 신이론이 그렇듯, 우리 교실에 처음 들어올 때는 통과 의례가 있다. 학교장이 현장 교사들에게 “앞으로 우리 학교는 에자일 하게 운영됩니다!”라고 선포하는 순간, 교무실에는 침묵과 함께 이런 마음의 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아, 또 뭐가 새로 나왔네. 교장 선생님이 또 어디 연수 다녀오셨구나. 내 업무가 또 늘어나겠군.”

맞는 말이다. 에자일 경영의 가장 큰 단점(혹은 우려)은 예측 가능성이 기존 조직의 ‘관성’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매주 계획이 수정되고, 교사 간의 자율적인 TF(태스크포스) 팀이 수시로 꾸려지다 보면 행정적 피로감이 올 수 있고, 자칫 “체계가 없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걱정이다. 우리는 이 단점을 아주 유연하게 ‘장점’으로 승화시킬 힘이 있다. 에자일 경영이 가진 진짜 무기는 단점의 무게를 가볍게 누를 만큼 매력적이랄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강력한 장점 세 가지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빠른 문제 해결력이다. ​기존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창의 체험 프로그램을 하나 기획하려면 ‘담당 교사 기안 → 부장 교사 검토 → 교감 결재 → 교장 결재(전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라는 대장정을 거쳐야 했다. 결재가 떨어질 때쯤이면 각자의 사정에 따라서 이미 아이들의 흥미는 식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에자일 경영에서는 ‘스프린트(Sprint)’ 개념을 도입한다. 1~2주일 단위의 짧은 주기로 실행하고 수정에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유행하는 쇼츠(Shorts) 영상을 활용한 역사 수업을 시도하고 싶다면, 거창한 연간 계획 수정 없이 ‘역사 교과 에자일 팀’이 즉시 실행하고 다음 주에 바로 보완한다. 실패해도 리스크가 적으니, 교사들도 두려움 없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다. 학교의 행정 속도가 5G급으로 빨라지는 결과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집단지성'의 부활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하는 학교장의 훈화 말씀 위주 운영은 이제 이별을 고할 수 있다. 에자일 이론의 핵심은 자율적 교사 공동체’이다. 교장과 교감은 지시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교사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번트 리더(Servant Leader)’로 변모하게 된다.

 

이의 한 사례를 들어보자. 세종시의 한 혁신고등학교에서는 부서 중심의 경직된 조직을 깨고, 학년별·프로젝트별 ‘마이크로 팀’을 운영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교사들이 스스로 권한을 갖고 의사결정을 내리니 애교심(愛校心)이 솟구치고, 이는 곧바로 학생들을 향한 밀착 교육활동으로 이어졌다. 선생님이 신나는데, 아이들이 신이 안 날 재간이 있을까?

 

셋째, ‘초(超)개인화 맞춤 교육’의 실현이다. ​말만 ‘학생 중심 교육’이 아니다. 에자일 학교 운영은 학생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수시로 조정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래형 대안학교인 Synthesis School의 사례를 보면,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와 심리 상태를 매주 체크하여 경영진과 교사가 즉각적으로 교육 소프트웨어와 시간표를 수정한다.

 

이를 우리의 초·중·고교에 적용한다면,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나 정서적 위기 학생이 발생했을 때 긴 시간 예산을 편성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번 주’에 바로 맞춤형 지원팀을 가동할 수 있게 된다.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는 진정한 포용 교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문화는 전략을 아침 식사로 먹어 치운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라는 명언을 남겼다. 아무리 멋진 교육 이론과 경영 전략을 가져와도, 학교 구성원들의 문화가 변하지 않으면 한낱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완벽한 계획보다 유연한 시작을”을 구호로 착수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에자일 학교 경영’이라는 신무기를 장착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완벽한 서류 뭉치를 만들어내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조금 어설프면 어떤가? 아이들을 위해 이번 주에 시도한 작은 변화가 실패한다면, 다음 주에 더 좋은 방법으로 고치면 그만이다. 그것이 바로 진짜 ‘배움’이며,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회복탄력성’이 아니겠는가?

 

​전국의 교장, 교감 제위, 그리고 현장의 리더 교사 여러분! 이제는 해묵은 두꺼운 교육계획서 대신, 교무실 벽면에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동료들과 쾌활하게 소통하는 ‘에자일 리더’가 되어보시길 권장해 드린다. 학교 운영이 유연해질 때, 아이들에게 좀 더 즐거운 학교의 모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물론 이론과 현실의 부조화, 학교별 기존 문화에 따른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학교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미소와 웃음소리를 유발하는 모습을 기대해 보는 것만으로도 정체되거나 구태의연한 학교 분위기와 문화를 타파할 수 있겠기에 퍼스트 펭귄과 같은 선구자적인 자세와 태도를 견지해 일단 적용해 봄이 어떨지 감히 권장해 보는 마음이다.

 

하나의 최신 경제 이론이 차원이 다른 전통적인 교육 방식과 충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교사 스스로를, 그리고 우리의 미래 세대들을 잠자는 교실, 의기소침한 하루의 일과, 구태의연한 생활 습관 등은 호기심과 의욕을 꺾고 침체 내지 정체된 학교생활로 옥죄는 것임을 서번트 리더십의 차원에서 인식하고 개선해 나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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