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부끄러운 기사가 전 세계에 유포되었다. 기사의 내용인즉 일본의 유명한 관광지에 생고기와 김치 라면과 같은 음식물 들이 종이 플라스틱 캔 병 등과 함께 버려져 있었는데 문제는 한글로 표기된 봉투에 담겨져 버려졌다는 것이다. 진위를 따지기 전에 한글이 몹시 부끄럽다. 우리 국민의 소위가 아닐 것이라고 애써 부인하고 싶지만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본다면 그 사건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서울 도심은 노상방뇨로 곤욕을 치루고 있고 청계전이나 인천공항 등도 몰상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꽤 오래 전 일이기는 하다. 친척 방문을 위해 일본을 다녀왔다. 지척에 이웃하고 있어서 낯설지 않은 나라, 오랜 옛날부터 우리와 역사적으로 얽혀 있는 나라, 우리에게 너무나 아픔을 준, 아무리 가까이 하려 해도 도저히 친해질 수 없는 나라 일본을 찾은 것은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7월말이었다. 더구나 고질적인 독도 문제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 때라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주춤거리며 트랩을 내렸다. 첫발을 디딘 나리타공항의 첫 모습은 인천공항에 비해 무척 낡고 초라한 모습이었고 외국인의 입국 수속은 길고 지루해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그 길고 지루한 중에도 소란하다거나 새치기를 시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고베 지진의 참상을 보도한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물을 공급 받고 생필품을 배급 받으면서도 의연하게 질서를 지키는 모습에 감동했었는데 그 느낌이 살아오는 것 같았다. 일주일간의 체류는 주로 도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는데 체류 기간 내내 여행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돌아온 후에도 심지어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렇다. 아니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이 무거운 맘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만 같다.
일본인 모모세 타나시가 쓴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은 결코 일본인의 우월감을 나타내려 쓴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과장도 아니다. 저자는 ‘돈이 많다고 부자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그 책에 전적으로 수긍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무조건 일본보다 열등하다는 것도 아니다. 일본도 자국 중심주의이고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나라이며 과거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했던 나라이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배울 바가 많음 또한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 어디를 보아도 불법 주차된 차량은 보이지 않았고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길을 물으면 가던 길을 되돌아서 정확하게 안내를 해주었고 한참을 서서 잘 가고 있는지를 확인 했다. 자동차는 모두 작고 실용적이었으며 백화점 등지에서 만난 그 어떤 여자도 요란한 치장을 하지 않았고 명품으로 도배를 하지도 않았다. 맨 얼굴에 집에서 입던 옷을 입었고 심지어는 트레이닝복 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백화점에 온 여자들도 많았다. 음식점에서도 음식을 전혀 남기지 않았고 엘리베이터나 어떤 공공장소에서도 큰 소리로 얘기하지 않았다. 열차에서도 전화 통화가 금지되어 있었고 통화구역이 따로 지정되어 있었다. 무례하고 안하무인격이며 산더미 같이 음식을 버리는 우리네 형편을 생각하며 몹시 부러웠다.
도쿄에서 만난 교포인 한 식당 주인은 시끄럽고 더 달라고 하고 값을 깎는 동포들이 반갑지 않단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나 동방예의지국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까? 큰 차와 명품을 좋아하고 이웃을 배려할 줄 모르는 단세포 적인 생활방식을 언제나 바꿀 수 있을까? 바닷가나 야구장이나 넘쳐나는 쓰레기들, 계곡마다 골목마다 불법 투기를 감시한다는 문구 밑에 버려지는 양심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행해지는 바가지 상행위들, 세계 문화 유적지에 새겨지는 한국어 낙서들-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스포츠로나 OECD 강국이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새삼 실감된다. 모모세 타나시가 그의 책에서 언급한 ‘88올림픽 때만 쓰레기가 없던 나라’라는 꼬리표가 무척이나 부끄럽다.

▲ 최홍석 칼럼니스트
최홍석
전남대학교 국문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서울삼육고등학교 국어교사
호남삼육고등학교 교감 및 교장 정년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