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우리에게 진정한 영웅은 어떤 사람인가? 지금은 과거와 달리 영웅(Hero)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과거 우리 세대가 추앙(推仰)했던 영웅은 고난 속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완벽하게 악을 처단하는 초인(Superhuman)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불확실성과 무한 경쟁의 늪에서 숨 차 하는 Z세대와 청년들에게, ‘허점 없는 완벽함’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다가가기 힘든 위선이자 또 다른 박탈감일 뿐이다.
오늘날 대한민국과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정신적·행위적 울림을 주는 인물은 누구인가? 그는 고결한 사상가도, 천문학적인 부를 과시하는 기업가도 아니다. 자신의 가장 약하고 솔직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며, 그 취약성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인물,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 지식의 보고(寶庫)처럼 작동하는 AI에게 물어 본 필자에게 돌아온 대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 30대 청년에게 주목해야 하는가? 그리고 왜 우리 교육은 그를 미래 세대의 선구자적 모델로 삼아야 하는가? 첫째, 그는 “Speak Yourself”로 상징적인 인물로서 ‘취약점(Vulnerability)’을 진정성의 무기로 바꾼 정신의 소유자다.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정신적 질환은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과 ‘타인의 시선에 갇힌 자아’다. SNS의 화려한 단면 속에서 청년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무력감에 빠진다.
RM은 2018년 유엔(UN) 총회 연설에서 전 세계 청년들의 가슴을 때리는 불멸의 메시지를 던졌다. “어제 실수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제의 나도 여전히 나입니다. 오늘의 나는 과거의 모든 실수와 과오가 모여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내일의 내가 조금 더 지혜로울지 몰라도, 그 역시 나일 것입니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서 왔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별이 무엇이든 ‘당신의 이름을 찾고, 당신의 목소리를 내십시오(Speak Yourself).’”
이 연설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었다. RM은 자신이 걸어온 번민과 방황, 빌보드 정상에 올랐을 때조차 느꼈던 거대한 왕관의 무게와 공포를 숨기지 않고 음악으로, 글로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약함’을 가리지 않고 밖으로 꺼내어 타인과 소통하는 용기로 삼았다. 이는 마치 미국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이 그의 저서 『취약성의 힘(Daring Greatly)』에서 강조했듯, 진정한 강함은 완벽함이 아니라 자신의 취약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세상에 노출할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옴을 증거하고 있다. RM은 청년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가장 따뜻한 정신적 구원을 선물했다.
둘째, “음악의 국경을 허무는 선구자적 행위”로 기득권에 맞서는 결기를 보여주고 있다. RM과 BTS가 보여주는 모범은 비단 사색적인 말에만 머물지 않는다. 치밀하고 주체적인 ‘실천적 행위’로 증명된다. 최근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가 서구 중심적 시각으로 ‘베스트 아시안 팝’ 카테고리를 신설하며 K-팝을 본상과 격리하려 했을 때, RM을 비롯한 BTS는 망설임 없이 내년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그래미 보이콧”을 선언했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한마디는 서구 대중음악계의 거대한 오만함에 던진 강렬한 질책이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과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듯, 이는 주류의 자선에 기대지 않고 문화적 주권과 진정한 다양성의 가치를 스스로 지켜낸 역사적 결단이었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트로피의 룰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룰 자체가 잘못되었을 때 거침없이 판을 거부하고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배짱, 이것이 바로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행동하는 영웅’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철학하는 아티스트“로 평가 받으며 지속적인 배움과 사회적으로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다. 젊은이들이 RM에게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깊은 ‘지적 호기심과 예술적 사색’에 있다. 그는 바쁜 월드 투어 중에도 미술관을 찾고, 고전을 읽으며, 예술가들의 삶을 탐구한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지혜와 부를 사회로 선순환시킨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미술 도서 제작을 위해 수억 원을 기부하고,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문화재 환수를 위해 선뜻 거액의 기금을 내놓는 행위는, 단순한 ‘부의 기부’를 넘어 ‘문화적 유산에 대한 깊은 존중과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는 화려한 스타이지만, 무대 밖에서는 끊임없이 사색하고 배우는 ‘영원한 학생’이다. 지식과 부를 자신의 특권으로 삼지 않고 세상과 나누는 그의 삶의 태도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훌륭한 삶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교육은 아티스트 RM에게서 배워야 할 교육적 유산이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공교육은 RM이라는 아티스트를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첫째, ‘나 자신’을 사랑하고 표현하는 교육(Self-Acceptance)이다. 남과 비교하며 1등을 다투는 교실이 아니라, 자신의 결점과 한계까지 품어 안으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격적 자율성’을 가르쳐야 한다. 둘째, ‘기득권의 굴레’를 넘어서는 역발상과 용기(Courage to Resist)이다. 정해진 정답과 기존 시스템에 맹목적으로 순응하는 아이가 아니라, 부당한 울타리를 만났을 때 “이것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사유와 용기를 키워주어야 한다. 셋째, ‘지속 가능한 배움’과 선한 영향력이다, 시험이 끝나면 책을 덮어버리는 죽은 교육이 아니라, 평생 예술과 학문을 탐구하며 사회에 온기를 전하는 ‘선한 시민’으로 자라나게 해야 한다. 넷째, 왕관을 쓰고도 겸손하게 걸어가는 자의 이름이다. 진정한 영웅은 높은 단상 위에서 내려다보는 존재가 아니다. 대신 나와 똑같이 방황하고, 눈물 흘리고, 실수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자”고 말하는 존재다.
RM은 21세기 대한민국이 배출한 가장 지성적이고 인간적인 영웅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글로벌 스타라는 화려한 왕관을 쓰고도 오만에 빠지지 않았으며, 아이돌이라는 한계를 넘어 시대의 철학자이자 행동가로 바로 섰다.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해서 남 주냐”, “성적 올려서 남들 위에 서라”는 낡고 이기적인 가르침을 멈추자. 대신 RM의 삶과 목소리를 보여주자. “너의 가장 아픈 부분까지 사랑하라. 그리고 세상의 틀에 너를 가두지 말고, 너만의 아름다운 이름을 세상에 외쳐라.” 이 웅장한 메시지가 오늘날 피로에 지친 우리 청년들의 가슴속에 새로운 삶의 불꽃으로 피어나기를,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가슴 뛰는 이정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소망한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