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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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매미가 우리 교육에 던지는 경종의 메시지

매미 없는 여름을 상상해 보았는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이 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입추가 지나고 올 ​여름이 절정을 지남에 따라, 어느덧 사방에서 매미 소리가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 최고도로 귓전을 울리고 있다. 창문을 열면 여전히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들어오는 “맴-맴-맴-” 소리에 누군가는 본능대로 세스코를 부르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계곡 물소리를 떠올리며 이마의 땀을 연신 씻어내는 이 여름이 이제는 서서히 저물어 갈 것이다.

 

​여름의 전령사이자 한여름의 뜨거운 대명사인 매미, 우리는 매년 여름, 매미의 시원하고도 맹렬한 울음소리를 아주 당연한 자연의 무료 BGM(배경음악)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 소리를 들으며 그들의 ‘내면의 비밀’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미가 눈 부신 태양 아래서 지르는 그 격렬한 비명 혹은 찬가는, 사실 차갑고 아득한 땅속에서 수년 동안 참아낸 지독한 ‘인고(忍耐)의 대가’라는 사실을 말이다.

 

​‘빨리, 빨리, 빨리’의 선행학습과 속도전에 빠져 버린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한여름 매미의 삶은 그 자체로 거대한 교육적 반전 드라마이자 서늘한 경종을 울린다. 특히 땅속 7년의 인고의 세월은 조급함에 중독된 대한민국 교육을 향한 직구이기도 하다. ​매미의 생애주기를 들여다보면 물리학이나 생물학을 넘어 거의 철학의 영역에 가깝다.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미는 애벌레 상태로 땅속 캄캄한 흙더미 속에서 짧게는 3~5년, 길게는 7년(북미의 매미는 무려 13년이나 17년!)이라는 시간을 버틴다. 나무뿌리의 즙을 쪽쪽 빨아 먹으며 오직 어둠과 고독을 견디는 인고의 시간인 것이다.

 

​ 그리고 마침내 땅 위로 올라와 허물을 벗고(탈피), 날개를 펼쳐 세상에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기간은 얼마인가? 고작 2주에서 3주. 길어야 한 달이다. ​7년의 축적, 그리고 3주의 폭발 - 매미의 삶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하자면 우리가 흔히 따지는 ‘가성비 극악의 인생’이다. 효율성과 가성비, 그리고 당장의 결과만을 따지는 현대 자본주의적 기준, 아니 대한민국 입시 기준으로 보면 매미는 당장 낙제점을 받아 마땅한 ‘무능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교육의 눈으로 다시 보자.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아이가 흙 속에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아직 애벌레 허물도 벗지 못했는데 “너는 왜 아직 소리를 못 내니?”, “남들은 벌써 날아다니는데 너는 왜 흙이나 파고 있니?”라며 인공조명을 비추고 흙을 파헤친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 과정을 떼고, 중학교 때 수능 수학을 끝내야 ‘안심’이 되는 사회, 우리는 아이들에게 7년 동안 차분히 영양분을 흡수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흙 속에서의 고독과 방황, 실패와 탐색의 시간을 ‘낭비’라 부르며 조급함의 용광로 속으로 아이들을 밀어 넣고 있다. 따라서 매미가 들려주는 첫 번째 교육적 메시지는 명확하다. “위대한 날갯짓과 울림은,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인고의 시간에서 나온다”는 진리다.

 

​매미가 땅 위로 올라와 성충이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잔혹극이다. 미명(未明)의 밤,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간 매미 애벌레는 등껍질이 갈라지는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탈피를 시작한다. ​자신의 몸보다 작은 허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온몸의 근육을 쥐어짜고,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몸을 세상 밖으로 꺼낸다. 이때 구경꾼이 불쌍하다고 허물을 대신 벗겨주면 어떻게 될까? 그 매미는 날개가 기형이 되어 영영 날지 못하고 개미의 밥이 될 것이다. 스스로 등껍질을 깨고 나오는 그 고통의 시간을 온전히 통과해야만, 비로소 날개에 피가 돌고 단단하게 강도가 생기는 것이다.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이렇게 적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탄생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오늘날 학부모와 교사들은 아이의 ‘등껍질’을 대신 벗겨주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아이가 겪어야 할 시련, 좌절, 시행착오, 갈등 등을 부모가 지레 겁을 먹고 미리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아이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것을 넘어, 아이가 부딪힐 삶의 장애물을 싹 치워주는 ‘헬리콥터 부모’와 ‘스노우블로어(Snowblower)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아이들은 허물을 벗는 근육을 잃어버린다. ​몸은 커졌는데 마음은 여전히 말랑말랑한 애벌레 상태로 남아, 조그만 시련의 바람에도 바스락거리며 무너지는 아이들... 이에 매미는 우리에게 유의미한 교훈을 전한다. 스스로 허물을 벗어던지는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생명은 결코 자기만의 날개로 하늘을 날 수 없다고 말이다.

 

​한여름 울창한 숲에 가보면 매미 소리가 엄청나게 시끄럽다. 참매미, 말매미, 애매미가 저마다의 주파수와 박자로 소리를 질러댄다. 매미의 울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다. 종족 번식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가장 치열한 ‘생명의 찬가’이자 사랑의 노래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참매미는 말매미의 소리를 흉내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매미 역시 “저 말매미 소리가 더 웅장하고 멋진데?”라며 남의 울음소리를 따라 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몸속 발음기(發音器)가 낼 수 있는 고유한 소리, 자신이 땅속 7년 동안 응축해 온 자기만의 노래를 부를 뿐이다.

 

​반면 우리의 교실은 어떤가?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목소리’를 내라고 강요한다. “너는 1등급의 목소리를 내라”, “너는 의대반의 노랫소리를 내라”며 아이가 가진 고유한 발음기를 억지로 개조하려 든다. 남의 목소리를 잘 모방하는 아이에게는 상을 주고, 자기만의 엉뚱하고 독특한 소리를 내는 아이에게는 “시끄럽다”며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100만 명의 똑같은 ‘AI 복사기’가 아니다. 자신만의 경험과 고민, 색깔이 담긴 독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인격체’다. 매미는 자신이 부여받은 성대와 몸집으로 최선을 다해 울다 간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의 노래를 탐내지 않으며, 오직 자기 인생의 정점에서 가장 ‘나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매미를 통해 배우는 진정한 자기주도적 삶이자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최종 목적지다.

 

​자연은 서두르는 법이 없지만, 단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운 적이 없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의 진리는 족집게 문제집의 공식이 아니다. 계절이 바뀌듯 인생에는 저마다의 ‘때’가 있다는 자연의 철학이다. 지금 당장 눈앞의 성적이 안 오르고, 아이가 땅속 애벌레처럼 멍하게 흙만 파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조급해하지 말자. 그 아이는 지금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기 위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자양분을 다지는 중이다. 이를 일찍이 철학자 니체는 “그 아이는 지금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고 일갈하며 인간의 존엄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매미의 소리는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정적 속으로 사라진다. 3주의 화려한 무대가 끝나면 매미는 미련 없이 땅으로 돌아가 다시 자연의 한 줌 흙이 된다. 짧지만 후회 없는 삶,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수년의 시간을 묵묵히 버텨낸 단단함을 이제 우리 인간은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오늘 저녁,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창밖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여전히 문제집을 풀고 있을 아이의 어깨를 따뜻하게 두드려주며 이렇게 말해주자. “얘야, 빨리 울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네가 보내는 어둡고 답답한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란다. 단단하게 너만의 허물을 벗어라. 때가 되면, 너는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날개를 펴고 너만의 멋진 노래를 부르게 될 테니까.”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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