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7 (월)

닫기

기후 위기 시대, 이제는 ‘우주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요즘 ​창문을 열면 ‘훅’ 하고 밀려드는 열기가 어마어마하다. 최근 한반도를 직격하고 있는 무더위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라는 수식조차 무색하게 만든다. 이제 에어컨은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생존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장치가 되었다. 최근 한 지방 도시의 경우 42도까지 오르내리는 사상 초유의 기온을 기록했다. 온열질환자가 계속 크게 증가하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또한 매년 경신되는 기온 기록을 보며 사람들은 두려움에 한탄한다. “이러다 정말 지구가 멸망하는 것 아니야?”

 

​실제로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등 세계적으로 수많은 과학 보고서들은 지구가 돌파구를 찾기 힘든 기후 임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르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과연 지구는 멸망할 것인가? 하지만 ​단언컨대, 지구는 멸망하지 않는다. 지구 입장에서 지금의 기후변화는 그저 약간의 열병(Fever)일 뿐이다. 지구 45억 년 역사 동안 운석이 떨어져 공룡이 멸종하고, 대륙이 찢어지며 온 세상이 얼어붙는 빙하기와 극도의 온실기가 수없이 반복됐다. 지구가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수명이 아니라, 그 안에서 꼬물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안위다. 진짜 멸망의 위기에 처한 것은 지구 자체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문명’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기후변화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공포 마케팅과 ‘플라스틱 빨대’의 역설이랄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우리의 기후 교육은 두 가지 오류에 빠져 있다. 하나는 ‘종말론적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지나친 소소함’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네가 플라스틱 빨대를 쓰면 북극곰이 집을 잃고 지구가 멸망해!”라는 식의 죄책감을 주입한다. 아이들은 주말마다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고 텀블러를 챙기지만, 한여름 40도를 육박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폭염 속에서 절망감을 느낀다. “내가 텀블러를 썼는데 왜 기온은 더 오르지? 아, 지구가 멸망하려나 보다.”

 

​이러한 접근은 아이들에게 무력감과 ‘기후 우울증(Climate Anxiety)’만을 안겨준다. 학술지 The Lancet Planetary Health(2021년, Marks et al.)에 발표된 전 세계 10개국 청소년 대상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기후변화에 대해 매우 극심한 불안을 느끼며, 45%가 기후변화로 인해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우리가 쓰는 “지구를 구하자(Save the Earth)”라는 슬로건은 어쩌면 매우 오만하다. 인간은 지구를 구할 만큼 거대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지구 구하기’라는 거창하고 무거운 죄책감이 아니라, ‘바뀐 환경에서 인간 문명을 어떻게 지켜내고 적응할 것인가?’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역동적인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 세대를 위한 기후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기후변화를 나쁜 환경을 ‘원상복구(Undo)’를 호소하는 신파극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변해버린 새로운 지구(Earth 2.0)에 적응하는 ‘문명 개조 프로젝트’로 전환해야 한다. 예컨대,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 가정이든 학교든 ​아이들에게 가장 쉬운 일상의 습관 교육을 위해 텀블러를 쓰라고 권장하고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대신, 이제는 40도의 폭염 속에서도 전력 소모 없이 건물을 식히는 ‘복사 냉각 메커니즘’의 원리를 먼저 가르쳐야 할 때가 되었다. 이는 식량 위기에 대비해 ‘수직 농장(Vertical Farm)’과 ‘세포 배양육’을 디자인하게 해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제 기후 위기 교육은 도덕 시간이 아니라 과학, 공학, 디자인 등이 결합된 최고의 STEAM(융합) 교육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화성 이주를 꿈꾸는 테라포밍(Terraforming)을 이야기한다. 테라포밍은 라틴어 Terra(땅, 지구)와 Forming(형성)이 결합된 말로, 1942년 미국 SF작가 잭 윌리엄스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Chris Pak은 이 용어가 행성공학(Planetary engineering)과 동의어로 쓰이며, 과학소설에서 실제 과학 연구 분야로 발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한반도와 지구에 필요한 것은 ‘지구의 테라포밍’이다. 바다 온도가 올라간다면 해수 담수화 기술과 인공 습지를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가? 한반도의 기후가 스콜성 폭우가 내리는 아열대로 변한다면 도시의 치수 시스템과 주거 형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이 의도하는 교육은 아이들을 단지 지구 온난화의 ‘죄인’이 아닌 ‘미래 도시의 설계자’로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를 향해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느냐(How dare you)”라고 외쳤을 때, 울림은 컸지만 대안은 모호했다. 이제 우리 교육은 아이들에게 마이크 대신 ‘실험도구와 설계도면’을 안겨주어야 한다. ​이는 지금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 아이들에게 “네가 에어컨을 많이 틀어서 지구가 아프단다”라며 죄책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태양열을 반사하고 열을 덜 흡수하는 옷감은 어떤 소재일까? 함께 찾아볼까?”라며 호기심의 불꽃을 피워주어야 한다. 이처럼 기후 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미래 교육이자 우주의 적응력 배양은 이렇게 일상에서 호기심과 창의성을 우발하면서 단순하게 시작할 수 있다.

 

​지구는 인간이 쓰러져도 묵묵히 자전을 계속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위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삶이다. ​절망을 가르치는 교육은 쉽다. 그러나 변화된 세계를 직시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문명을 일구어낼 지혜와 기술을 가르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역대급 폭염의 시대에 교육이 가져야 할 가장 솔직하고도 강인한 울림일 것이다. 이제 아이들에게 막연한 공포 대신, 지구라는 까다로운 행성을 새롭게 경영할 ‘우주적 적응력’을 교육하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 믿는다.


 

 

▲ 전재학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 인천과학고 외 7개교 영어교사
·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세원고 교감
· 인천 산곡남중 교장
· 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 주간교육신문, 교육연합신문 외 교육칼럼니스트 활동

 

[대한민국교육신문]







인물·기관

더보기